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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요즘 신상 프로그램들 중에는 예능인지 교양인지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우선 늘 화제가 됐던 배우나 예능인이 없다. 작가 유시민을 필두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 등 각 분야 최고의 지식인이 뭉쳤다. 제작진은 "온갖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와 토론을 즐긴다는 공통사로 모인 사람들로, 자신의 전공은 물론 분야를 막론한 끊임 없는 지식 대방출의 향연을 펼치며 '잡학 박사'들의 면모를 과시할 예정"이라는 말로 기대를 당부했다.
이 같이 예능이지만 유익함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tvN '수업을 바꿔라'는 해외의 선진 교육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교양 프로그램 같아보이지만 '화성인 바이러스', '강용석의 고소한19' 등의 문태주PD가 연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스타가 해외의 선진 교육을 직접 듣고 배운 뒤 한국에서 해당 수업에 대해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OtvN '어쩌다 어른'도 '스타특강쇼', '김미경쇼' 등의 강연 예능을 선보였던 정민식 PD가 지친 어른들의 걱정을 치유하고자 기획한 프리미엄 특강쇼다. 매회 다양한 영역의 셀럽들이 등장해 삶에서 얻은 교훈을 나눈다. 이정재가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기도 했다.
최근 막을 내린 종합편성채널 JTBC '잡스'도 비슷하다. 예능이지만 직업 관련 다큐멘터리보다 유용한 정보가 쏟아졌다. 야구해설가부터 웹툰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인들을 초대, 해당 직업의 장단점을 현실적으로 알아보며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줬다.
반면 교양 프로그램들은 예능인가 생각될 정도로 실험적이고 색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KBS 1TV'천상의 컬렉션'은 마치 본인의 컬렉션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유명인사가 무대에 등장해 열정적으로 문화재를 설명하며 흥미를 자극했다. 배틀이라는 형식 또한 긴장감을 높였다.
'트루밥쇼'는 영화 '트루먼쇼'에서 따온 제목에서도 엿보이듯이 노량진 고시생, 푸드트럭을 하는 투잡 직장인,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 등 평범한 이들의 하루를 관찰 카메라로 담아냈다. 현대인의 생활상을 일반 다큐멘터리와 달리, 마치 '미운우리새끼'나 '나혼자산다'처럼 전달해 흥미롭다.
KBS 1TV '역사기행 그곳', EBS '까칠남녀', OtvN '동네의 사생활', JTBC '차이 나는 클라스' 등도 교양 프로그램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처럼 어떻게 하면 정보를 흥미롭게 전달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앞서 나영석 PD는 '알쓸신잡' 제작발표회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예능인데 재미라는 게 웃음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예능이라고 해서 말초적인 웃음을 줄 필요도, 교양이라고 해서 진지하기만 할 필요가 없는 것.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한층 다채로워지고 있다.
교양이든 예능이든, 즐거움과 유익함을 동시에 줄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콘텐츠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는, 마니아층도 생기고 있으며 특히 지루함을 벗은 교양의 변신에 있어서 반응이 긍정적인 편. 화제성과 시청률까지 잡는 컬래버레이션 프로그램이 머지않아 탄생할 거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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