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옥자'vs극장 힘겨루기 쟁점3 #배급생태#관객정서#일방통보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6-02 13:4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SF 어드벤처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를 향한 극장 개봉 논란이 프랑스에 이어 한국 무대로 번졌다. 극장 측과 넷플릭스 간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자존심 싸움. '옥자'의 개봉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13) 이후 4년 만에 꺼낸 신작이자,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지난 19일 최초 공개된 '옥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경쟁부문에 초청돼 영화 역사상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반면 이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기 때문에 프랑스 내 큰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스트리밍 개봉 방식이 문제를 일으킨 것. 프랑스의 모든 영화는 극장 개봉 이후 3년이 지난 뒤 가입자 주문형 비디오(SVO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이 적용되는데 '옥자'는 프랑스 내 개봉을 확정 짓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관객에게 오픈돼 논란을 샀다. 이런 잡음이 있는 문제작이 권위 있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으니 프랑스 내 반발을 일으키는 건 당연했다.


어찌 됐건 칸영화제 최고의 이슈작이 된 '옥자'는 프랑스 내 반발 속에서 어렵게 공개됐고 이후 계속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결국 이슈만 남긴 채 칸영화제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며 논란을 일단락 짓는 듯 보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프랑스에서 무대를 옮겨 본격적인 개봉을 준비에 돌입한 '옥자'는 한국에서 더 큰 산을 만나게 된 셈. 프랑스에 이어 국내 극장주들 역시 '옥자'와 넷플릭스의 플랫폼 방식을 눈엣가시로 여기게 된 것.

애초 '옥자'는 오는 28일(북미 시각 기준), 한국 시각으로는 29일 넷플릭스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 동시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바람대로 한국에서만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개봉을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 스트리밍 플랫폼을 국내 관객에게 적극 홍보해야 하는 넷플릭스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결단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제안대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국내에서만, 그것도 개봉 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NEW를 통해 극장 배급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극장 개봉에 적응된, 최적화된 국내 관객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실제로 상당수의 관객이 넷플릭스 사이트보다는 극장에서 보고자 하는 니즈가 컸던 상황. 잘 만들어진 영화를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 컴퓨터 모니터로만 보기엔 아깝다는 게 관객의 목소리다. 완벽히 시설을 갖춘 대형 극장에서 '옥자'를 만끽하고자 하는 관객의 열망이 컸고 이런 국내 관객의 정서를 고려해 넷플릭스 역시 위험한 도전을 시도한 것.


누이 좋고 매부 좋을 뻔 했던 '옥자'. 하지만 국내 역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극장주의 반발을 사게 되면서 또다시 잡음을 일으켰다. 극장과 동시 개봉을 결단하기까지 넷플릭스와 NEW가 극장 측과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 극장 측은 "배급의 생태계 교란"이란 점을 들어 고유 권한이었던 단독 개봉을 위협하는 '옥자'를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첫 시도로 명확한 사례가 없지만 추측건대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에 내 건 영화는 아무래도 극장보다는 스트리밍으로 관객이 몰리게 될 것이라는 지레짐작이 작용한 것. 특히 '옥자'의 경우는 관객이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홍보 마케팅이 제작 단계부터 관객의 머릿속에 박혀 호기심에서라도 극장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극장 측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플러스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 그렇기에 더욱더 '옥자'의 상륙을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두 번째 문제는 넷플릭스-NEW의 일방적인 통보 방식이라는 점이 극장 측의 반발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NEW는 '옥자'의 개봉 방식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를 이어갔는데, 초반엔 일주일 정도 극장에서 상영하는 일시적 극장 개봉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국내 관객의 반발을 살 수 있어 릴레이 회의 끝에 무제한 극장 개봉을 결정하게 됐다는 후문. 국내 관객에게 가장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합의점을 찾은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개봉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CGV나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다. 극장 측은 넷플릭스와 NEW에 대해 "독단적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

극장 측의 입장처럼 '옥자'의 개봉 방식은 정말 넷플릭스와 NEW의 독단적 강행이었을까? NEW 측 관계자는 "극장 개봉에 대한 논의는 전적으로 넷플릭스의 결단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넷플릭스의 결정 후 극장과 논의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극장 측과 개봉 방식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 대목은 여러 차례 있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가지 논점을 이야기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기한 없이 무제한 개봉하겠다는 방식은 극장 측과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 이 문제야말로 전적으로 넷플릭스의 판단이다. 개봉 기간은 극장이 결정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래서 그 부분은 극장과 논의를 거치지 못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독단적인 행동이라 오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넷플릭스와 NEW의 결단에 단단히 뿔이 난 극장들. '옥자'를 둘러싼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극장 측은 '옥자'가 개봉을 앞두자 본격적으로 '보이콧' 태세를 취하며 강경한 대응을 취하고 있는 것. 일단 29일 개봉 전 진행될 언론·배급 시사회, VIP 시사회, 내한 배우들의 레드카펫 행사 등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내한 계획을 논의하고 있지만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극장이 없는 상황. 대놓고 극장 측이 레드카펫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여러 제약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극장의 태도에 NEW는 극장이 아닌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다. 앞서 '암살'(15, 최동훈 감독) 레드카펫 역시 청계천에서 진행된 바 있다. 이번 '옥자' 또한 새로운 공간에서 관객과 소통할 계획이며 각종 시사회 또한 다른 방법을 모색 중이다.

칸영화제 이슈가 끝난 뒤 한시름 놓은 줄 알았던 '옥자'의 개봉 논란은 더 큰 산에 맞닥뜨리며 위기에 봉착했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지만 넷플릭스와 극장 간 줄다리기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점점 오리무중이 돼가고 있는 '옥자'. 확실한 것은 '옥자'를 스트리밍으로만 보여주기엔 아깝다는 것.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며 쟁쟁한 캐스팅, 거대한 규모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인만큼 큰 스크린과 압도적인 사운드 속에서 보는 맛이 쏠쏠하고 그래서 '옥자'는 반드시 극장 개봉을 해 관객을 만나야만 하는 운명이다.

이제 개봉까지 28일 남은 '옥자'. 이대로 영영 스크린에서 보지 못하게 된다면 이 또한 충무로의 안타까운 영화 손실 중 하나다. 첩첩산중 '옥자'가 무탈하게 고비를 넘어 6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길 영화계가 바라고 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옥자' 포스터,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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