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라디오스타', 10년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토크쇼계의 이단아다.
울컥한 게스트가 되려 조심스러움을 벗고 진심을 꺼내놓기도 하고, 가슴 속 짐이었던 고백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것이 10년을 한결같이 유지해 온 '라디오스타'만의 방식이다. 초창기 '황금어장'의 1부 코너였던 무릎팍도사'에 밀려 5분만 방송되는 굴욕을 당하는 등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이 같은 개성을 다듬어가며 10년 장수 예능으로 우뚝 섰다.
이 같은 자유분방함은 10년전 방송계에서는 파격이었다. 10년이 지나 방송 환경이 진보했지만, 더욱 탄탄해진 MC들의 호흡과 진해진 입담은 여전히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김국진과 김구라의 대화에 하하가 "미국 방송"이라며 문화 충격을 받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스트들은 베테랑 예능인들답게 빅데이터를 활용해 MC들의 개성을 짚어내며 토크를 이끌기도 했다. 김국진은 야구배트로 '초치기', '호감' 등의 단어와 연관됐다. 유일하게 '호감'이란 표현이 등장한 김국진에 대해 동생들은 "방송에서 편집돼 그렇지 사실 제일 독하다"라며 공격했다. 김국진은 "너희들 무슨 얘기를 그리 재미있게 하니?"라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지어 시청자를 폭소케 했다.
김구라 연관 단어로는 '독설', '비난', '서장훈', 'MC그리' 등이 등장했다. 알려진대로 '라스'이 독설을 담당하고 있는 그에 대해 윤종신은 "비난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독설을 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더라"고 폭로해 웃음을 안겼다. 윤종신은 '말장난', '노래좋다', '찌들다' 등이 등장했고, 그는 "내가 가위바위보 할 때 찌를 잘 든다"고 말장난해 이를 입증했다.
규현 연관 단어는 '군대', '구라주니어', '고생많다' 등이 나왔다. '텃새'라는 단어에 규현은 MC로 투입될 당시를 회상하며 "김구라 형이 저를 추천했다고 들었다. 많이 챙겨줬고 방송 후 응원 문자를 보내주기도 했다"고 고백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라스'가 낳은 스타들에 대한 얘기도 빼 놓을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있지만 특히 예능인들 중에 박나래와 양세형 등이 회자됐다. 박나래는 출연 후 '대세' 반열에 올라 무려 10개의 광고를 찍어 '라스'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김구라는 "박나래의 수위를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우리 밖에 없었다"라는 말로 그 시너지를 설명했다. 그의 말에 게스트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라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라스'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게스트 의존성이 크지 않다는 점. 스스로를 '고품격 음악방송'으로 칭하는 것과 달리, 이 프로그램에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있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 발 앞서나가는 '라스'. 그 미래지향적인 '톤&매너'가 있는한 10년 후에도 거뜬하게 자리를 지킬 듯하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