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스타 토크쇼 실종시대…'라스' 10주년이 주는 의미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7-05-31 15:00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지상파 스타 토크쇼가 줄줄이 막을 내린지 오래, '라디오스타'의 10주년이 눈길을 끈다..

MBC 간판 토크쇼 '라디오스타'는 지난 2007년 5월 30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초창기 '황금어장'의 1부 코너였던 무릎팍도사'에 밀려 5분만 방송되는 굴욕을 당하는 등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점차 자리를 잡더니 결국 '무릎팍도사'를 넘어 10년 장수 예능으로 우뚝 섰다.

한때 '무릎팍도사'를 비롯해 '놀러와' 앞서 SBS '강심장', '고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등 높은 인기를 과시했던 지상파 토크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밀려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최근에는 KBS 2TV '안녕하세요', JTBC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와 같이 시청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국민 토크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수많은 스타 토크쇼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라디오스타'만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디오스타'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게스트 의존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날 그날 출연자의 인지도나 배경에 따라 화제성에는 영향이 있지만, 무명의 출연진들이 출연해도 웃음을 이끌어내고 도리어 이들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라디오스타'다.

'라디오스타'는 출연 했다하면 포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수많은 원석을 발굴했다. 4MC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특유의 자유롭고 솔직한 분위기는 게스트들의 진실된 모습을 이끌어낸다. '중고 신인'이 '라디오스타'로 빛을 보기도 하고 '예능 늦둥이'가 탄생하기도 한다.

많은 토크쇼가 게스트에 의존하고 그날의 출연자에 따라 시청률이 요동 치기도 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오히려 출연자들이 MC들 덕에 숨겨진 매력을 드러낸다. 꼭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게스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라디오스타' 출연만으로 기대를 모은다. '라디오스타' 출연 후 검색어 1위에 오른 게스트들은 이름을 일일이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스트와 프로그램 서로 윈-윈하는 토크쇼인 셈이다.


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이미 방송에서 활동 중인 예능인들 조차 '라디오스타'를 통해 재조명되는 것. 양세형은 '라디오스타'의 아들을 자처할 정도고, 박나래와 장도연도 '라디오스타'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은 개인기 열전으로 대세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MC들은 대놓고 그들이 준비한 것들을 보여줄 기회를 주고 시청자의 입장에 빙의해 평가한다. 출연자들을 띄우는 방식과 노하우가 존재하기에 매회 방송마다 '예능 루키'가 탄생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비결은 바로 '라디오스타'만의 B급 정서에 있다. 스스로를 '고품격 음악방송'으로 칭하는 것과 달리, 이 프로그램에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있다. 게스트들의 진정성 어린 고백으로 감동을 전하는 토크쇼들과는 결이 다르다. 어떤 실수나 아픈 사연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분위기 속에 솔직하지만 무겁지 않게 전달된다.


MC들은 게스트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거나 진지한 충고를 하지 않는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 폭격과 무한 깐족거림, 돌직구 저격으로 게스트를 자극한다. 울컥한 게스트가 되려 조심스러움을 벗고 진심을 꺼내놓기도 하고, 가슴 속 짐이었던 고백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것이 10년을 한결같이 유지해 온 '라디오스타'만의 방식이다.

어떤 멘트로 시각화하는 CG는 그런 '라디오스타'에서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1등 공신이다. 게스트들도 CG로 살려주길 기대하며 멘트를 할 때도 있고, 심지어 MC들은 공개적으로 CG로 잘 표현해달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라디오스타'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 대신 꾸준히 신선함을 안길 수 있는 힘이다. 게스트의 색에 물드는 토크쇼가 아닌 자신만의 색에 게스트의 색을 조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토크쇼이기에 10년을 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편, 31일 방송될 '라디오스타'는 '라스 10년! 슈얼~ 와이 낫!' 특집으로, 방송3사 장수 예능인 박소현-김준호-김종민-하하가 출연한다. 이와 함께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했던 규현이 10주년 방송에 깜짝 참여해 눈길을 끈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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