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이유영 "'터널' 속 연기, 10점 만점에 5점"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7-05-31 02:56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이유영이 첫 드라마 '터널'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종영한 OCN 오리지널 드라마 '터널'(연출 신용휘, 극본 이은미)에서 범죄 심리학 교수 신재이 역을 맡은 이유영. 그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카페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터널'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했다.

지난 3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터널'은 tvN '시그널'의 아류작 아니냐는 초반 우려와 달리 매회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상승세를 탔다. 21일 방송된 최종회는 케이블, 위성, IPTV가 통합된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에서 평균 6.5%, 최고 7.1%를 기록하며 '터널' 자체 최고시청률은 물론, OCN 오리지널 역대 최고 시청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러한 상승세의 중심에는 살아 숨 쉬는 캐릭터가 있었다. 특히 범죄 심리 분석가 신재이는 뛰어난 눈썰미와 실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기존 장르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리고 신재이를 연기한 연기하는 이유영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신재이의 매력을 더욱 살려줬다. 싸늘하고 냉정한 말투와 표정으로 어린 시절 자신을 입양해 준 양부모님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뒤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신재이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앞서 영화 '봄' '간신' 등으로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우뚝 섰던 이유영은 '터널'을 통해 안방극장에서의 스타성까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이유영은 드라마를 향한 시청자의 뜨거운 사랑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이 정도 인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냥 전작이었던 '보이스' 만큼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었는데 '보이스'를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실 첫 방송 전에 배우 스태프들과 첫방 시청률 내기를 했었는데, 난 첫 드라마다 보니까 얼마나 나와야 잘 된건지 사실 감이 전혀 안왔다. 그래서 그냥 다른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 말한 시청률의 중간 정도를 말했던 것 같다. 제게 첫 드라마임에도 굉장히 큰 사랑을 받아 너무 행복하다.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

이어 이유영을 드라마의 인기의 가장 큰 이유를 '매회 시청자를 놀라게 한 기가 막힌 엔딩'으로 꼽았다.

"출연 배우이지만 볼 때마다 정말 엔딩이 기가 막히더라. 감독님이 정말 다음 화를 안볼 수 없게 엔딩을 만드셨다. 엔딩을 보면 나조차도 다음화가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더라. 그리고 우리 드라마에는 유머도 빠지지 않았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수사물이지만 곳곳에 브로맨스 케미라던가 형사들의 케미에서 나오는 유머 코드가 웃음을 자아냈던 것 같다. 이런 코드를 배치하신 건 정말 작가님의 힘이 큰 것 같다."


첫 드라마였음에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이 보장되는 지상파나 tvN이 아닌 OCN 작품을 택한 이유영. 그는 '채널' 보다는 '작품'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영화를 택할 때도 영화의 스케일보다는 대본이 좋고 역할이 좋으면 욕심을 내는 편이다. 사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첫 드라마다 보니까 조금 더 시청률이 잘 나올 채널의 작품을 했으면 했다. 하지만 '터널' 대본을 보고 굉장히 끌렸다.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 매료됐다. 분명 어려운 캐릭터라 생각했지만 항상 보호 받는 여성의 모습을 탈피한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이유영은 이번 드라마를 위해 오랫동안 고수했던 긴 머리도 싹뚝 자르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단발을 제안하셨을 때 굉장히 좋았다. 매번 선보이던 긴 머리가 재미없다고 생각했고 신재이한테도 긴머리보다는 짧은 머리가 더 잘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포스터에도 티저 예고 영상에서도 긴머리로 나오는데, 사실 첫 촬영도 긴머리로 했다. 그런데 촬영을 해보니 긴 머리보다는 짧은 머리가 캐릭터와 역할에 더 잘어울릴 거라고 판단했고 머리를 자르고 재촬영했다."
남다른 각오로 시작한 첫 드라마였지만 초반에는 생각지도 못한 시청자 반응과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도 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사실 드라마 초반에는 악플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 초반에는 신재이가 호감으로 보긴 어려운 캐릭터이지 않나. 유난히 싸늘하고 무서워 보이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 캐릭터이다 보니까 초반에 신재이를 살인법으로 오해하는 시청자도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그런 설정을 일부러 의도 해 연기하긴 했는데 재이가 무섭다는 댓글을 보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흔들리더라.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여자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이 올라왔고 어느새 그렇게 연기하고 있더라. 그럴 때 감독님이 '너 왜 흔들리냐. 캐릭터를 끝까지 잘 잡고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마음을 많이 다잡아주셨다."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이유영에게 가장 큰 힘을 줬던 것 역시 시청자의 반응이다. 그는 "사실 약플 열 개를 봐도 좋은 댓글 하나만 보면 힘이 샘솟는다"고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신재이에게 '무섭다' '독하다 '세다' 이런 말씀만 하시던 분들이 신재이의 상처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같이 마음 아파해주고 슬퍼해주셨다. 그런 반응을 들으면 정말 힘이 솟았다. 특히 '신재이 였을 때 눈빛과 아빠 앞에서 박연호의 눈빛이 전혀 달라서 참 좋았다'라는 댓글을 본적이 있는데 정말 감사했다."
이유영은 '터널'에서 자신의 연기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하더니 "아쉬운 점도 많았다"며 박한 점수를 줬다.

"10점 만점에 5점 미만인 것 같다. 대본을 받고 제가 상상했던 신재이의 반도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내게 신재이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감정을 최대한 억제 해야했고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말투를 써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아쉬운 게 많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분들이 재이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다. 정말 정말 감사하다."

한편, '터널'은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절실함으로 30년 동안 이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수사 드라마다. 1986년 터널에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던 열혈 형사 박광호(최진혁 )가 2017년으로 의문의 시간 이동을 하게 되고, 엘리트 형사 김선재(윤현민), 범죄 심리학 교수 신재이(이유영)와 함께 30년 만에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의 범인을 쫓는 과정을 그렸다.

6월 3일부터는 후속작 '듀얼'이 전파를 탄다.

smlee0326@sportschson.com,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제공, '터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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