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역대급 장녹수' 이하늬를 만났다.
이하늬는 MBC 월화극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장녹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장녹수는 수많은 드라마에서 조선의 요부로 다뤄졌던 캐릭터다. 그러나 이하늬의 장녹수는 이전까지의 캐릭터와는 전혀 달랐다. 비주얼도 비주얼이었지만 연산을 사로잡은 절색의 악녀로만 알려졌던 장녹수에게 '예인'의 옷을 입혀 퍼포먼스와 노래 실력을 뽐냈다. 또 홍길동(윤균상)과 연산(김지석), 즉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녹수의 미묘한 심경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마지막에는 옛정을 생각해 조용히 떠나라는 홍길동의 만류에도 스스로 노래를 부르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여운을 더했다. 분명 '역적'의 카리스마 여장부이자 끼와 미색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팜므파탈 장녹수는 이하늬가 아니었다면 만들어낼 수 없었던 캐릭터다.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하셨던 장녹수를 생각했다면 감히 도전하지 못했을 거다. 이하늬 표 장녹수, 20년 넘게 국악을 전공한 사람의 장녹수이기 때문에 다른 포인트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빛깔의 문제였던 것 같다. 또 작가님과 감독님의 다른 시각이 있었다. 작가님과 감독님 모두 사학과 전공이라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없었다. 리딩하고 나서 '조선왕조실록'과 '자기 내면의 진실'을 꼭 읽으라고 하셨다. 알고나서 보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면 사랑하게 되고 더 깊이 연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장녹수는 특히 사료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요부라 치부됐던 여자가 재해석 될 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었다. 왜 아직 그런 시각이 없었을까 놀라울 정도였다. 그 부분에서 감독님도 작가님도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 실록을 토대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줬던 게 새로운 시점이라고 보시지 않았을까 싶었다."
 |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
사실 '역적'의 장녹수는 이하늬에게 있어 일종의 도전이었다. 국악 전공자이기 때문에 예능인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에 익숙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도 많았고 장녹수를 얼마나 다르게 표현하겠냐는 선입견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깨기 위해 이하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자신만의 장녹수를 만들어냈다.
"준비할 게 정말 많았다. 예능적인 부분은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게 안되면 둘다 놓치는 격이 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가야금이 전공이기도 하고 국악은 허투로 할 수가 없더라. 너무 감사했던 건 감독님과 첫 미팅 때 통했다. 마지막에 녹수가 돌 맞아 죽는다고 하더라. 가장 낮은 계급인 관기로 태어나 절대 권력의 반지도 껴 본 여자가 돌 맞아죽는다는 얘기를 듣는데 참 덧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흥타령'을 첫 미팅 때 불렀다. 이 노래를 녹수가 죽을 때 부를 것 같다고 했다. 감독님이 그렇다고 화답해주셨다. 그런 코드들이 너무 잘 맞았다. 작가님도 시간을 많이 주셨다. 예능적인 게 나오면 다른 신의 몇 배의 노력을 해야했고, 우리는 스토리를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요소를 채집하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역적'의 히든카드 같았다. 공화와 길동이가 처음 사랑에 빠지고 통하는 녹차밭 신, 공화가 녹수가 되어 연산 앞에서 처음 춤을 추는 승무신, 전성기의 연희를 베풀었을 대의 장구춤, 흥타령. 그런 것들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있지 않았나 싶다."
 |
배우 이하늬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5/ |
|
역대급 장녹수를 그려낸 이하늬에게는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본인은 "제가 뭘 했다고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인생캐릭터라는 말은 아직이다. 아직 한없이 부족하다. 그게 보이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서는 쓰린 마음을 안고 원동력이 될 거라는 생각도 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너무 감사하다. 시청률도 그렇지만 스태프와 배우가 만족하는 현장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모두가 인생 연기를 펼쳤다고 호평을 듣는 건 본인들도 만족감이 클 거다. 우리 현장은 굉장히 특이한 게 98~9%는 만족해하는 현장이었다. 시청률보다 좋은 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자는 게 목표라고 서로에게 끊임없이 되뇌였기 때문이다. 배우들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니다. 쫑파티 때 포커스팀 막내 친구가 와서 '누나 연기하시는 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대사 다 외워서 어떻게 연기하실지 상상해서 포커스 했다'고 하는데 너무 감동이었다. 그렇게 지켜주는 이들 때문에 배우가 빛날 수 있고 연기하는 게 살아 숨쉬게 된다. 찬사를 배우가 대신 받는 것 뿐이다. 나한테는 같이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
배우 이하늬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5/ |
|
겸손한 자세도, 생각도, 얼굴도, 몸매도 참 예쁜 배우다. 모든 걸 다 가진 완벽한 이하늬이지만 힘든 시간은 있었다. 2013년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했을 때다. 당시 록시 역을 맡은 그는 화려한 노래부터 퍼포먼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숨겨진 속사정이 있었다.
"너무 너무 힘든 시간이 50%이상이다. '시카고' 할 때 슬럼프가 정말 세게 왔다. 그걸 돌파하려고 몸이 부숴져라 했다. 터닝포인트가 '시카고'였다. 배우이기 전에 공인으로 데뷔한 거라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매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답답하더라. 그 출구로 찾은 게 뮤지컬 공연이었다. 텐 투 텐 연습하고 집에 와서 개인 연습을 또 했다. 대사를 정말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 옆에 있는 사람이 그만하라고 할 정도였다. 치열함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품을 기다릴 만한 경력도 아니었고 연기력도 없으니 견디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타짜2' 감독님과 작가님이 공연을 보러오셔서 그렇게 연결이 됐다."
 |
배우 이하늬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25/ |
|
이하늬의 목표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이미 연기력으로 그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갈고 닦으며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영화 '브라더'와 침묵'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영화 외에도 꾸준히 작품으로 시청자와 만날 계획이다.
"사실 연기를 잘 하고 싶다. 그게 다다. 녹수는 나한테 정말 잘 맞는 역을 입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또 그렇게 잘 맞을 것 같은 옷을 찾기도 할 거고 잘 입으려고 노력할 거다. 좋아해주시면 좋겠지만 아닐지언정 작품을 너무 오래 쉬거나 가리게 되면 안될 것 같다. 한번에 몰아서 가는 배우들의 힘이 있는 것 같다.작품은 또 다른 작품을 낳는 것 같다.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없었다면 '역적'이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 한 작품으로 평가되기에는 내 자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혹평도 받아보고 망하기도 해보고 그런 게 기반이 돼서 나오는 거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