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얼리 스페셜리스트 윤성원, '사치 아닌 가치, 상상 그 이상의 주얼리!'

이한나 기자

기사입력 2017-05-22 16:53


더쇼케이스랩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한나 기자] 윤성원 "사치 아닌 가치, 상상 그 이상의 주얼리!"

영국의 스티븐 웹스터(Stephen Webster), 이탈리아의 델피나 델레트레즈(Delfina Deletrez), 미국의 아니타 고(Anita Ko), 중국의 신디 차오(Cindy Chao)…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 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인지도를 얘기하기는 이른 수준에 그쳐있다.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여기 주얼리계의 이수만, 양현석을 그리며 글로벌 스타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 육성하고자 하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주얼리 스페셜리스트 윤성원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광고회사 AE로 커리어를 시작해 굴지의 통신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하던 그녀가 일순간 주얼리 분야로 커리어를 전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은 주얼리의 매력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하 일문일답)


더쇼케이스랩
- 주얼리 세계로의 입문,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워낙 꾸미는 걸 좋아하고 주얼리를 좋아했어요. 특히 귀걸이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귀걸이를 착용하면 더 예뻐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귀걸이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정말 크거든요. 제가 진짜 아끼는 귀걸이가 있는데요. 그 귀걸이를 하면 얼굴을 더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인상도 밝아보이도록 해주죠. 집 앞 수퍼 갈 때 화장은 안하더라도 귀걸이는 빼놓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어요.(웃음)

- 단순히 좋아하는 것만으로 커리어를 바꾸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네. 사실 커리어를 바꾼 데에는 주얼리를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그 중 하나는 호기심이었어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도 티파니 같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의 하이 주얼리들이 수입되기 시작했어요. 정말 예쁘더라고요.


티파니 인스타그램

그런데 보다 보니 궁금증들이 생기는 거예요. '왜 저 조그마한 다이아 하나에 가격이 저렇게 비싼 걸까?' 부터 '같은 다이아몬드인데 왜 브랜드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일까' 등등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얼리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길로 퇴사하고 주얼리를 공부하러 떠났어요.

- 주얼리는 뉴욕에서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뉴욕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에서 국제보석감정사 자격을 따고 파인 주얼리 공부를 했어요. 뉴욕은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로 불리우는 구역이 있을 정도로 주얼리 시장이 큰 도시예요. 또 전세계 하이 주얼러들이 모이는 곳이고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이나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등의 고급 백화점은 물론 다양한 하이 주얼러들의 매장이 있는 곳 이잖아요. 가장 최신의 주얼리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뉴욕은 저에게 이론으로 배운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모든 감각들이 다 자극됐고 그런 감각들은 자연스럽게 체화된거죠. 인생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 중 하나예요.


더쇼케이스랩
- 직접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하셨다면서요.

뉴욕에서 돌아온 뒤 베이비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처음 시작은 온라인 숍부터 작게 했는데 생갭다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베이비 주얼리이다 보니 홍보 전략도 TV 속 유명한 아역들에게 PPL을 하는 등 다양하게 세웠고요. 그러다 베이비 페어에 참가하면서 현장에서의 큰 반응에 힘입어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면서 사업을 확장했어요.

오프라인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로드샵은 온라인 샵에 비해 변수가 정말 많아요. 주얼리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에 대한 영향도 받고요. 경기가 안좋으면 자연스럽게 선물도 줄어드니까요. 심지어 날씨에도 영향을 받더라고요. 무엇보다 다양한 고객들을 다 만족시키는 게 쉽지 않았어요.


뉴욕 Verdura CEO 인터뷰 중
- 그래서 주얼리 스페셜리스트 쪽으로 방향을 정하신 건가요?

네. 사업을 해보니 저는 직접 고객을 상대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일 보다는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일이 잘 맞더라고요.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로드샵 운영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고객과의 접점에서의 경험을 할 수 있었거든요. 제가 어디에 강점이 있고 어떤 부분에 약한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됐죠. 또 뉴욕 베이스의 경험이 있으니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 곳곳의 주얼리 페어들 다니며 공부하고, 세계 유수의 주얼러들을 인터뷰하기도 하면서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고. 저 스스로도 남다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때부터 정말 다방면으로 주얼리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칼럼들을 쓰기 시작했어요. 쓰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얼리의 매력을 알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까르띠에 인스타그램

더쇼케이스랩
'명품 주얼리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브랜드 애착, 브랜드 몰입 및 재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땄어요. 오랜 역사와 고유의 노하우로 점철된 단단한 브랜드 가치를 가진 명품 주얼리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해오고 있고요.

티파니나 부쉐론, 불가리처럼 오랜 역사 속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쌓아온 존재감 있는 럭셔리 하우스들에 경의를 보내요. 제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국내 주얼리 시장에서 어떻게 함께 나눌 수 있을지, 또 제가 주얼리 시장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 지 항상 생각해요. 국내 주얼리 시장의 문제점이랄지 고질적인 부분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고요.


티파니 인스타그램
- 국내 주얼리 시장의 문제점을 꼽는다면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뢰의 부재' 와 '다양성의 부재'요. 신뢰에 관해서는 주얼리를 매매할 때 '바가지 쓰는 것이 아닌가?', '제 값을 못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거예요. 이건 70-8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왔던 업계의 잘못된 관행들 때문인데요. 그런데 사실 요즘 이런 문제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거든요. 한 번 심어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직 이어져오고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또 보석 자체에 대한 가치와 더불어 디자인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고요,


아베크뉴욕 인스타그램
다양성의 부재는 국내 소비자들의 편향된 취향에 관련된 문제 예요. 우리나라는 다이아몬드의 선호가 다른 보석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에요. 큐빅까지도 다이아몬드처럼 세팅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죠. 보통 큐빅은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나 브라스(brass, 황동) 등에 세팅하는 데, 큐빅에 금을 함께 쓴다는 건 전세계에 우리나라 밖에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거든요.

편중된 선호도의 영향으로 유색보석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어요. 주얼러들의 입장에서도 소위 안 팔리는 물건은 만들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유색보석을 활용한 주얼리는 찾아보기 힘들고요. 우리가 흔히 클래식한 디자인을 떠올리기 쉬운 루비, 사파이어, 호박 등의 스톤들도 해외에서는 매력적이고 트렌디하게 디자인되어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데 국내 시장에서는 그런 기회가 없는거죠. 다채로운 주얼리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까르띠에 인스타그램
- 전문가로서 그런 안타까움은 어떻게 타파할 수 있다고 보세요?

꼭 보석을 살 때에 환급성만을 따지지 않는 건전한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인위적인 주얼리를 사치품이 아닌 가치품으로 보는 시각도 키워져야 할 것 같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시장이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에 있어요. 디자이너 주얼리는 하이 주얼리와 커스텀 주얼리의 사이에 존재하는 영역이에요. 때문에 소재나 디자인에 제한이 적고 디자이너 고유의 감성에 따라 같은 스톤이어도 그 디자인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 주얼리가 성장을 하면 자연스럽게 국내 주얼리 시장도 더욱 풍성해지고 다양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반이 닦일 거에요. 시장의 규모도 함께 동반성장할 거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더쇼케이스랩
- 그래서 국내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들을 모은 프로젝트 그룹, 더 쇼케이스랩을 기획하게 되셨군요.

해외 주얼리 페어에 나가보면 정말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들의 강세가 두드러져요. 뉴욕만 하더라도 유명 백화점 1층에는 대기업의 브랜드가 아닌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주얼리들이 각각의 매력을 뽐내며 입점해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주얼리 브랜드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저는 디자이너 한 명 한 명이 아티스트,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력적인 주얼리 브랜드들을 모아 그룹을 만들면 좋겠더라고요. 일명 '꽃다발 효과'라고 하죠? 각각의 매력있는 브랜드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뭉쳤을 때 그 결속력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예요.

주얼리 브랜드들이 모여 소녀시대, 빅뱅처럼 하나의 아이돌 그룹처럼 활동하되 각자의 매력, 다양성과 장점, 개성을 어필하는 거죠. 주얼리 브랜드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SM, YG의 디렉터 같은 역할을 하는거죠. 그렇게 더쇼케이스랩을 시작하게 됐어요.

- 더쇼케이스랩 소개 좀 부탁드려요.

2013년 결성한 주얼리 프로젝트 그룹이에요. 국내 최초로 주얼리 업계 최고 기량의 주얼리 디자이너들을 모아 만들었죠. 미네타니 (김선영), 코이누르 (송진희), 타넬로 (정수연), 파나쉬 (차선영), 다비데초이 (최경미)가 모여 첫 트렁크 쇼를 연 이후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2014년에는 강수진 단장이 이끄는 국립발레단과, 2015년에는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디토와 함께 했고요. 올해는 제 세 번째 책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이 나오면서 LF 그룹의 편집샵 RAUM에서 전시를 열었어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패션과의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졌죠. 이번 전시에는 디아카이브(강민정), 타나정(타나 정), 제이미앤벨(제이미 킴)까지 새로운 객원 멤버들도 참여를 해서 더 전시가 풍성해졌어요.


더쇼케이스랩
- 더쇼케이스랩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세요? 또 더 쇼케이스랩으로 그리는 박사님의 큰 그림이 있다면요?

기획 전시의 큰 테마와 방향을 정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브랜드 각각의 매력을 살릴 수 있도록 디렉팅을 함께 해주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쇼케이스랩은 매년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각각의 브랜드들의 성장과 더불어 프로젝트 자체로서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주얼리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그룹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 더쇼케이스랩 전시가 다양한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주얼리만 전시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나랑은 상관없는 분야' 라고 생각하기 쉽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매력적인 접점'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자칫하면 백화점 행사장에서 볼 수 있는 팝업 행사 같이 보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주얼리 판매를 위해 모인 거 아니야?'라는 시선도 있을 수 있겠고요. 저희는 그런 목표로 활동하는 게 아니거든요. 주얼리라는 프레임 속에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얼리가 더 쉽고 접근성 있는 카테고리로 인식됐으면 해요.


시그마북스
- 주얼리로 소통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칼럼을 쓰다 보니 하나 하나 흩어지는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을 내게 됐어요. 이번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역시 사람들이 주얼리를 '하다, 사다, 투자하다' 의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실용서를 쓴 거거든요. 주얼리를 기존에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더 적극적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고, 주얼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자신의 얼굴형이나 스타일 등에 따라 어떻게 매치하면 효과적으로 스타일링할 수 있는지를 담았기 때문에 주얼리에 입문하기에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거예요. 더욱이 더쇼케이스랩 멤버들과 기획전시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주얼리'로 더 많은 접점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뻐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주얼리를 세계시장에까지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거예요.


hale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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