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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8일, 인천 부평 공단의 재래식 화장실 옆에서 발견된 백골. DNA대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없었던 여성은 누구일까.
"시멘트를 확 제끼니까 해골이 뚝 떨어져서 뚜루루 굴러서 이리로 내려오더라고, 나는 동물 뼈 인줄 알고 발로 툭 차려고 그랬어요." - 최초 신고자 강씨
보수공사를 하던 공장건물에 딸린 재래식 화장실 옆에 타설된 콘크리트 구조물, 그 속에서 백골이 발견된 것이다. 그 곳에는 사람 한 명의 형체가 온전하게 보관돼 있었다. 경찰이 곧 수사에 착수했고, 현장 감식을 통해 피해자 신원 확인에 우선 주력했다. 백골로 발견된 이는 20대 여성으로, '몽골계'로 확인됐지만, 수 천 명의 실종자 DNA 대조작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주변의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고 지나쳤을 그 곳, 낡은 공장만큼이나 오랜 죽음을 알리지 못했던 그녀는 누구일까.
제작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현장에서 확보한 콘크리트 성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실제 콘크리트가 타설된 시점을 역추적해서,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좁혀보기로 했다. 범행을 덮기 위해 범인이 단단하게 쌓아올렸을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제 범행을 이해시켜 줄 단서가 될 수 있을까? 콘크리트가 오랜 시간 품고 있었을 '시간'에 관한 비밀은, '부평 암매장 사건'의 실체를 풀어줄 첫 번째 퍼즐일 것이다.
백골이 발견된 이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공단 내에는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의 소문은, 범행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몇 해 전, 추석 연휴를 보낸 후 돌아오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부 도망쳤다는 이야기부터, 새로 개업한 공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형태의 굿을 수차례나 벌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오동나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한 장소, 백골이 발견된 공장 1층이었다.
제작진은, 관할 등기소에서 발급받은 '폐쇄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해당 건물을 소유했던 건물주들과 실제 건물에서 공장을 운영한 사업자들을 찾아 나섰다. 박스 공장을 운영한 첫 번째 건물주부터, 현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까지의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나아가 해당 공간에 관한 이들의 기억을 통해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한 번 더 압축해보고자 한다. 범인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이란 '수상한 소문들'이, 그렇게 서서히 '범인의 그림자'로 변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확인한 그녀의 이름은 '덕성 63', 무연고 묘비에 적혀있는 이름이다. 그녀는 현재 인천 강화도 외곽의 한 공설묘지에 묻혀있다. 과거 한센인들에 대한 세상의 오해와 편견으로, 집단 이주되었던 공간, 인천 부평 청천공단에는 이후 영세한 공장들이 빈 공간을 찾아 질서 없이 들어섰고, 다시 그 곳은 가장 값싼 노동력을 제공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동안 대물림 되어 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13일 오후 11시 5분 방송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