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유승호의 내공은 중간 광고마저 참게 만들었다.
MBC 수목극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이 시작부터 대박을 예고했다. 11일 방송된 '군주' 3,4회는 10.5%, 12.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7%), 2회(11.6%)보다 0.8% 포인트, 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로써 '군주'는 동시간대 방송된 KBS2 '추리의 여왕'(9.2%)과 SBS '수상한 파트너'(6.1%, 7.2%)를 제치고 수목극 1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사실 '군주'는 첫 방송부터 예고도 없이 70분 짜리 방송을 두 회로 나누어 내보내고 그 사이에 중간 광고를 집어넣어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다. 케이블이나 종편 드라마야 중간 광고를 감안하고 본다고 하지만 지상파 드라마, 특히 수목 미니시리즈에서 이와 같은 중간 광고가 삽입되는 경우는 없었다. 방송사 측은 70분짜리 드라마를 1,2부로 나누어 방송한 것이기 때문에 중간광고가 아닌 '프리미엄 CM'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중간 광고와 프리미엄 CM의 차이를 구분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오히려 드라마를 보기 위해 꼼짝 없이 광고를 봐야만 하는, 불편한 사태를 마주하게 됐다. 그래서 시청자는 몰입을 방해하는 뜬금없는 광고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군주'를 참고 기다리게 만든 건 역시 스토리와 배우들의 힘이다. '군주'는 1회부터 4회까지 무능력한 왕권과 편수회의 그릇된 권력을 대비시키며 첨예한 권력 다툼을 예고했다. 1,2회에서는 주요 캐릭터의 배경을 설명했다면 3,4회에서는 세자 이선(유승호)과 천민 이선(인피니트 엘, 김명수), 한가은(김소현)의 만남을 그리며 본격적인 사건 전개를 예고했다. 3,4회에서는 물 한바지를 훔친 죄로 손목이 잘릴 위기에 처한 천민 이선의 아버지(정해균)를 구하기 위해 세자 이선이 나섰지만, 결국 양수청에 거역한 죄로 천민 이선의 아버지가 죽고 세자 이선은 "내가 이 나라의 세자다. 내가 네 아비의 원통함을 풀어줄 테니 기다려다오"라고 약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편수회의 검은 손을 피해 목숨을 부지하고자 가면을 쓰고 살아왔던 세자이지만, 자신의 첫 번째 동무이자 첫 번째 백성의 억울한 희생을 보고 편수회를 몰아내고 진짜 군주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단초가 되는 사건을 그리며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영웅 탄생 서사시의 구조를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군주'의 그것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던 건 배우들의 열연 때문이다. 엘은 첫 사극 도전이라는 것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김소현은 완벽한 비주얼을 뽐내며 화보 커플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유승호의 내공이다. 유승호는 온실 속 화초처럼 갇혀 살다 서민 세상에 눈 뜨고 처음 벗을 사귄 세자의 설렘부터 무능력한 왕권으로 고통받는 백성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까지, 스펙터클한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특히 압권은 가면연기였다. 유승호는 눈과 입만 뚫린 가면을 쓴 탓에 표정을 배제하고 연기를 펼쳐야 했다. 가면 너머로 보이는 눈빛과 대사 만으로 모든 감정과 상황을 전달해야 하는 고난이도 미션이었다. 하지만 가면을 쓰고도 오히려 묵직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시선을 압도, 왜 유승호의 사극을 믿고 봐야하는지를 시청자에게 납득시켰다.
이처럼 '군주'는 초반부터 배우들의 열연과 쫀쫀한 스토리가 합을 이루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과연 '군주'가 지난해 신드롬을 불러왔던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MBC 최고의 청춘 사극으로 꼽히는 '해를 품은 달'의 계보를 이어 기분 좋은 기운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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