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조여정이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조여정은 KBS2 월화극 '완벽한 아내'에서 겉과 속이 다른 싸이코 스토커 이은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은희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처음에는 심재복(고소영)을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줄 천사로 보여졌지만, 친절한 가면 속에 싸이코 스토커의 본색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역대급 반전을 선사했다. 그리고 거듭되는 엽기 행각은 '완벽한 아내'에 살 떨리는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과거의 우상 구정희(윤상현)를 차지하기 위해 정나미(임세미)를 죽이고 심재복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등 정신병적인 집착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조여정은 이은희의 두 얼굴을 소름끼치게 표현해냈다. 구정희 앞에서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현모양처 행세를 하다가도 자신의 정체를 파헤치려는 심재복 앞에서는 순식간에 서늘한 표정으로 돌변, 이은희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중후반부에 접어들어 구정희를 차지하기 위해 얼굴도 이름도 모두 바꾼채 의도적으로 심재복에게 접근했다는 비밀이 모두 공개된 뒤에는 큰 눈에 독기를 가득담은, 표독스러운 싸이코의 절규로 시선을 압도했다.
이처럼 이은희의 싸이코적 면모가 부각될수록 '완벽한 아내'는 화제를 모았고, 결국 극의 방향은 아예 뒤틀려 스포트라이트가 이은희에게 쏟아졌다. 초반 기획의도와는 완전히 달라진 탓에 막장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어쨌든 조여정의 연기력은 산으로 간 '완벽한 아내'를 마지막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매 방송이 끝날 때마다 조여정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고, 역대급 싸이코패스의 탄생을 극찬했다.
조여정은 굴곡진 연기 인생을 걸어온 배우다. 데뷔 초에는 '뽀뽀뽀' 15대 뽀미 언니로 얼굴을 알린 뒤 건강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어필했다. 그러다 2010년 영화 '방자전'과 '후궁: 제왕의 첩'을 모두 흥행에 성공시키며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두 작품 모두 워낙 강렬한 노출 연기를 감행했던 탓에 다소 육체파 이미지가 부각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여정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영화 '인간중독'에서 권력욕에 물든 이숙진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입증했고, 지난해에는 4부작 단막극 '베이비시터'에서 극한의 감성 연기를 선보여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그렇게 쌓아온 내공이 '완벽한 아내'의 싸이코 이은희 캐릭터를 만나 빛을 발한 것이다.
이제는 자타공인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받은 조여정이 보여줄 다음 행보에 기대가 쏠린다.
'완벽한 아내' 후속으로는 공명 민효린 주연의 2부작 단막극 '개인주의자 지영씨'가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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