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캐롤'의 박영석 프로듀서, "뮤지컬은 '스타의 힘' 보다는 '작품의 힘'"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04-28 11:31


◇박영석 SMG 대표. 그는 "뮤지컬은 작품의 힘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최근 10만 관객을 돌파한 뮤지컬 '오! 캐롤'의 박영석 쇼미디어그룹 대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2006년 코엑스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올리며 뮤지컬계에 뛰어든 그는 '요셉 어메이징'(2013),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5), '에드거 앨런 포'(2016) 등 화제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특히 '바람과…'부터 '오! 캐롤'에 이르기까지 세 작품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만성불황에 시달리는 뮤지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운이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겸손하게 이야기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더구나 '바람과…'부터 '오! 캐롤'까지 모두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작이었다. 개막할 때마다 "이게 흥행이 되겠어?"라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는 보기좋게 해냈다. 도대체 비결이 무얼까?

그는 뮤지컬계에선 '리메이크의 마술사'로 불린다. 음악과 스토리만 계약하고 나머지는 '재창작'에 가깝게 새롭게 만든다. 이른바 '넌 레플리카'(Non Replica) 방식이다.

"프랑스 원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자'를 할 때엔 비비안 리가 출연한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유명한 '타라(Tara)의 테마'를 앞뒤에 삽입해 친밀도를 높였어요. '에드가 앨런 포'는 편곡을 하고 스토리를 다듬어 작곡가 에릭 울프슨의 깊이를 살리면서 관객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게 했지요."

닐 세다카의 히트곡으로 이루어진 '오! 캐롤'은 아예 극본부터 새로 썼다. 덕분에 원작 뮤지컬에는 없지만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유 민 에브리싱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와 '원웨이 티켓(One Way Ticket)'을 넣을 수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에서 알 수 있듯 아이디어가 넘친다.


◇박영석 대표가 프로듀싱한 뮤지컬 '오! 캐롤'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박대표의 이런 전략은 사실 고육지책이었다.


2000년 이후 급성장한 국내 뮤지컬계 시장에서 박 대표는 후발 프로듀서에 속한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같은 뮤지컬 빅 4, '시카고'나 '맘마미아!'같은 글로벌 흥행작, 더구나 '엘리자베스'같은 유럽 대작들은 모두 선배 프로듀서들이 '점유'하고 있었다. 그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는 불가능했고,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 했다.

"뮤지컬은 당연히 음악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스케일과 깊이가 있는 스토리와 어우러져야죠. 이 두 조건에 맞는 작품을 찾아다녔죠."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심취한 그는 대학때는 통기타 밴드 멤버로 활동했고, 음악방송 M.net에서 PD로 일했다. 뮤지컬에 입문하기 전에는 콘서트 기획, 제작자로 현장을 뛰어다녔다. 음악에 대한 소신이 있기에 딱 '느낌'이 통하는 작품과 조우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부쳤다. '바람과…'와 '오! 캐롤'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10만원 내고 봐야하는 뮤지컬은 그 값을 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음악과 장중한 스토리가 있어야죠.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스태프와 배우가 따라오고, 관객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하기에 그는 이른바 '티켓 파워'가 있는 아이돌 출신들을 잘 쓰지 않는다. '스타의 힘' 보다는 '작품의 힘'에 포커스를 두어야 뮤지컬 시장이 바로 선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7월 신작 '나폴레옹'을 샤롯데씨어터에 올린다. 영국 작곡가 티모시 윌리엄즈의 원작을 바탕으로 역시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재창작'한다. 나아가 내년에는 오랜 숙원인 창작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어떤 작품이냐고 묻자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환하게 웃는다.

국내 뮤지컬은 2000년 이후 급성장했지만 너무 일찍 포화상태에 이르러 오랜 정체 국면을 지나고 있다. 박 대표의 시도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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