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이보영X이상윤 '귓속말', 왜 자꾸 '펀치'가 생각날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4-04 09:45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자꾸 '펀치'가 생각날까.

SBS 월화극 '귓속말'에 대한 반응이 시원치 않다. '귓속말'은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로 이어지는 권력 3부작으로 유명세를 탄 박경수 작가와 이명우PD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3회까지 방송되고 난 뒤 반응은 전작 '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귓속말'은 왜 초반부터 이렇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는 걸까.


초반부터 무리한 설정이 거듭돼 개연성을 해친 건 사실이다. '귓속말' 3회까지는 신영주(이보영)가 이동준(이상윤)과 하룻밤을 보내고 촬영 영상을 근거로 협박을 한다거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동준과 정략 결혼 하려던 최수연(박세영)이 주적 강정일(권율)과 손을 잡고 이동준을 궁지에 모는 등 다소 억지스럽고 뜬금없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이는 '펀치'와 사뭇 다른 경로이기도 하다. '펀치'는 처음부터 박정환(김래원)과 이태준(조재현)의 치열하게 물고 물리는 권력 투쟁과 함께 두 사람의 애증의 유대감을 버무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긴장감을 조성했다. 여기에 박정환의 눈물 어린 가족애까지 더해 시청자 몰입을 도왔다. 범죄 서스펜스 드라마의 묘미는 이처럼 숨통을 조이는 쫄깃한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는데 있다. 하지만 '귓속말'은 이해하기 난해한 설정이 극의 흐름을 늘어뜨리며 기대를 떨어뜨렸다.


캐릭터의 매력이 아직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도 약점이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 등 박경수 작가의 작품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당당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남자주인공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선 코스로 달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때로는 손에 땀을 쥐기도 했고, 때로는 속이 뻥 뚫리는 대리만족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귓속말'은 아직까지 남자주인공 캐릭터가 이렇다할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 작가의 전작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과는 달리 이동준은 내적 갈등으로 방황을 거듭하는 캐릭터다. 한번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져 이리저리 치이기만 할 뿐이다. 이렇게 답답한 상황은 캐릭터를 맡은 이상윤의 연기마저 답답하게 보이게 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또 이러한 이동준을 괴롭히는 신영주 캐릭터 역시 다른 악역들과 마찬가지로 동질감 보다는 적대감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초반의 배신과 협박 구도가 앞으로 원수에서 동지로, 동지에서 연인으로 발전할 이동준과 신영주의 관계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고는 해도 지켜보는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그림임은 분명하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혹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김뢰하 김해숙 등 베테랑 배우들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긴 하지만 이보영과 이상윤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고, 특히 박세영의 연기에 대해서는 목소리 톤부터 발음까지 호평보다는 혹평이 줄을 잇고 있다. 아무리 구멍 투성이인 드라마라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으면 믿고 지켜보지만, 반대 경우라면 채널을 돌리는 게 시청자 특성인 만큼 이러한 반응은 위험하다.


물론 단 3회만을 놓고 '귓속말'에 대한 평을 내리기엔 이르다. 박경수 작가가 뒤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는 작가이고, 이보영과 이상윤 또한 탄탄한 내공을 가진 배우들인 만큼 믿고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워낙 기대가 높았던 작품인 만큼, 초반에 꺾인 기대감을 되돌려 놓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예상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또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0.9% 포인트 격차로 바짝 뒤를 쫓고 있는 만큼 빠른 태세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방송된 '귓속말'은 1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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