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4명이 아닌 1명, 가수가 아닌 배우로 홀로서기에 나선 걸그룹 2NE1 출신 배우 산다라박(33). 그에게 2NE1은, 연기는 어떤 존재일까.
"지난 29일 열린 '원스텝' VIP 시사회 때 많은 분이 와주셔서 저를 응원해줬어요. 멤버, 친구, 가족은 물론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도 와주셨어요. 무려 14년 전 인연을 맺은 '인간극장' PD도 오셨더라고요. 저를 보자마자 '엄마 어디에 계시니?'라며 가족들까지 찾으시더라고요. 영화에 대한 응원도 아끼지 않으셨죠. 하하. 생각해보면 필리핀 활동이 제겐 첫 번째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거든요. 저도 나름 '국민 여동생' 시절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제2의 전성기는 2NE1 활동인 것 같아요. 홀로서기에 나선 지금이 제3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웃음)."
|
노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산다라박. 두 분야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고 싶어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이런 그의 노력과 달리 아직 영글지 않은 실력 때문에 대중의 질타를 받기도 한 것. 혹독한 연기 혹평을 받는 순간도 있었다.
"제 특유의 톤 때문에 발연기라는 혹평도 받게 됐죠. 그런 것들 때문에 스스로 위축됐던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홀로서기를 하면서 마인드를 많이 바꾸게 됐죠. 사실 2NE1 활동 때 발라드곡은 제 파트가 많이 없었어요. 노래를 녹음할 때 슬픈 노래인데 제 목소리 톤 때문에 슬픈 노래 같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죠. 슬픈 노래에서는 유독 파트가 짧았어요. 이런 것들 때문에 많이 위축된 부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언젠가는 이런 내 목소리를 대중적으로 잘 설득해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함 없이 느껴지도록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예전에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춰 노래를 불러 보기도 했는데 타고난 천성이라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웠어요.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마인드를 바꿨죠. 하하."
|
시종일관 그야말로 유쾌하고 말간, 긍정에너지가 가득했던 산다라박. 어느덧 데뷔 13년 차, 중견 가수로 불리지만 마음만큼은, 열정만큼은 신인 못지않은 산다라박이지만 이런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4년 두 번째 정규 앨범 'CRUSH' 이후 월드투어에 나서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해 4월 5일 멤버 공민지가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여기에 공민지는 탈퇴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 멤버들에 대한 불만을 터트려 불화설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러 잡음 속 2NE1은 그해 11월 25일을 끝으로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매일 집에서 울었는데 이제는 눈물을 다 뽑아서 그런지 남은 눈물이 없네요(웃음). 2013년 발매한 노래 '그리워해요'를 집에서 들었는데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가사에 '나의 젊은 날의 사랑은 이렇게 끝이 나네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와 닿더라고요. 가수는 대부분 노래 따라간다고 하는데 그 말처럼 '그리워해요' 노래를 따라간 것 같기도 했어요. 여러 생각과 2NE1에 대한 애틋함이 커서 계속 울적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2NE1 데뷔 3년 차부터 (해체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우울했던 것 같아요. '이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헤어져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니까 우울할 수밖에 없었죠. 연인과 헤어져도 슬픈데 10년을 동고동락한 친구들과 못 본다고 하니까 괜히 속상하고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바보 같았죠. 못 보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모든 게 다 속상했어요."
해체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전한 산다라박. 아직도 멤버들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정 많은 2NE1의 맏언니였다. 그리고 산다라박은 가장 안타까운 대목으로 공민지를 떠올렸다. 정작 멤버들 간은 여전히 애틋하지만 주변의 오해로 인해 또다시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민지에 대한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정작 우리는 오해, 불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2NE1은 해체했지만 우리 사이에 큰 변화는 없거든요. 어제(29일) 시사회에도 2NE1 멤버들이 와서 응원해주는 거 보니까 잠시 활동을 안 할 뿐이지 같이 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물론 민지는 어제 스케줄 때문에 못 왔지만 미리 연락해 응원해줬어요. 제가 일본 영화 '태양의 노래'(07, 코이즈미 노리히로 감독)를 좋아하는데 민지가 그 이야기를 해주더라. '예고편을 봤는데 언니가 좋아하는 '태양의 노래' 같더라'고 말해줬어요. 너무 잘 어울린다는 응원을 해줬는데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더라고요. 역시 '날 아는 건 멤버들이구나!' 싶었어요. 그런 것들이 새삼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
"2NE1이 해체했지만 가수활동은 계속하고 싶어요. 최근에 주변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2NE1 해체했으니까 배우로 전향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인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속상해요. 전 연기도 노래도 모두 노력하고 있고 나아가고 싶어요. 실제로 솔로 앨범도 준비하고 있거든요. 물론 2NE1 색깔과 다른 음악을 선보이려고 해요. 저답게 밝고 상큼한 댄스를 해보고 싶어요. 올여름쯤 싱글을 내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모든 게 양현석 사장님의 결정이죠. 사장님이 제 발언을 보고 깜짝 놀랄까 봐 걱정되네요(웃음). 사장님이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 생각이 담긴 기사를 보시면 '너 앨범 내냐?'라며 황당해하실 것 같아요. 하하. 홀로서기에 대한 불안함은 항상 있어요. 혼자 활동을 시작하면서 2NE1 때만큼 인기를 얻을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살아가면서 항상 성공만 할 수 없잖아요? 혹시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아직 못해본 게 많기 때문에 일단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편, '원스텝'은 남들보다 조금 더 감각적인 세상을 사는 여자가 우연히 만난 천재 작곡가와 함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산다라박, 한재석, 조동인, 조달환, 홍아름 등이 가세했고 '살인재능' '풍산개' '아름답다'를 연출한 전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4월 6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