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김과장'이 30일 종영한다.
'김과장'은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며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다. 작품은 당초 수목극 최약체로 분류됐지만 완성도 높고 위트 있는 대본, 속도감 있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합을 이루며 시청률이 수직상승했고 수목극 1위로 군림했다.
'김과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데는 타이틀롤 김성룡 역을 맡은 남궁민의 공이 컸다.
김성룡은 분명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캐릭터였다. 한탕에 성공해 덴마크로 이민가는 것이 유일한 꿈이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의인이 된 뒤 개과천선에 성공했지만 그의 방정맞은 성품은 그대로였다. 날티나는 정장과 염색 머리를 휘날리며 TQ그룹을 들쑤시고 다니는 김성룡과 같은 인물이 실제 회사에 입사한다면 업무 방해 일등 공신 민폐 캐릭터가 됐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김성룡이 밉지 않았던 건 깨방정 안에 가득찬 인간미 때문이다. 기러기 아빠 추부장(김원해)을 위로하고 대기발령 동지의 자살을 막고 윗선의 압박에 굴복한 뒤 괴로워하는 원기옥(조현식) 부자를 품는 김성룡의 따뜻한 마음에 시청자도 감동과 힐링을 받았다.
김성룡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아는 인물이기도 했다. 박현도 회장(박영규)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안하무인 행동을 해도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박명석(동하)을 개과천선 시켰고, 박 회장 패거리의 부정 부패에 홀로 분개하며 일어났다. 자기 자리를 보전하는데 급급했던 경리부 식구들을 한 마음으로 뭉치게 만든 것도 김성룡이었다. 이를 통해 김성룡은 주변을 압박해 자신의 실적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심을 담아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는 게 진짜 큰 그릇을 가진 리더이고, 진짜 어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궁민의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영화 '마스크' 속 짐 캐캐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안면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코믹하고 가벼운 김성룡 캐릭터를 완벽 구현해냈다. 그런가하면 박 회장의 거대 권력에 짓밟힌 이들을 보며 함께 아파하고 분개하는 감성 연기까지 섞어 캐릭터의 매력을 더했다.
무엇보다 칭찬할만한 것은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이다. 서율(준호) 선상태(김선호) 박명석 추남호(김원해) 홍가은(정혜성) 윤하경(남상미) 등 그 누구와 합을 맞춰도 찰떡 케미를 선보이며 흐름을 이끌어갔다. 특히 서율 역의 준호와는 티격태격 코믹 브로맨스를 만들어내며 '티똘X먹소' 커플 지지세력을 육성하기도 했다.
만약 남궁민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김과장'이 탄생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사이코패스나 '미녀 공심이'의 로맨틱 가이를 뛰어넘는,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한 것이다.
'김과장' 후속으로는 최강희 권상우 주연의 '추리의 여왕'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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