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人]지성·엄기준·엄정화, 고구마·막장 전개 이기는 美친연기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7-03-18 14:0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진짜 배우 때문에 본다."

시청자의 속을 꽉 막히게 하는 답답한 '고구마' 전개와 공감을 자아내는 스토리보다는 자극적인 것에 치중하는 '막장' 전개에도 시청자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드라마들이 있다. 이런 드라들의 가장 큰 힘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 한숨이 절로 나오는 스토리 전개 속에도 감탄을 자아내는 '미친 연기력'으로 소위 말해 시청자들의 '멱살'을 잡아끌고 있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최강자 SBS '피고인'(연출 조영광·정동윤, 극본 최수진·최창환)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피고인'은 극 초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묵직한 메시지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2회 연장을 결정하면서 극중 박정우(지성)의 탈옥 스토리를 지나치게 질질 끌거나 결정적인 키 메이커 역할을 할 성규(김민석)을 죽이는 등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순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엉성한 구멍을 매우기 위해 악역 차민호(엄기준)의 극악무도한 악행이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재력을 앞세워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하는 차민호의 모습은 "어릴 적 트라우마를 가진 짠한 악역"이라던 제작발표회 때 엄기준의 설명과 분명 달라졌다.
이에 시청자는 매회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성과 엄기준의 '메소드 연기'로 인해 채널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살해 누명을 쓴 검사 박정우를 연기하는 지성은 딸에 대한 절절한 부성애, 차민호를 향한 끓어오르는 분노, 믿었던 친구를 향한 배신감, 살해당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진실을 밝히고야 말겠다는 의지 등 매회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우라는 인물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이는 지성의 탁월한 연기력은 답답한 전개에도 숨통을 트여주는 도구 역할을 한다.

극중 지성과 대립각을 세우는 차민호 역을 엄기준 역시 마찬가지. '피고인'에 앞서 SBS '유령'(2012), KBS2 '골든크로스'(2014), KBS2 '복면검사'(2015) 등 작품에서 메인 주인공 보다 더 강렬한 악역 연기로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며 '악역 장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는 그가 '피고인'에서 한국 드라마 역사상 길이 남을 추악하고 비열한 '역대급 악인'을 그려내고 있다. 차민호라는 악마를 더욱 악랄하게 그려내는 엄기준의 표현력에 "너무 무섭다. 연기 좀 살살해 달라"라는 애청자들의 신선한(?) 바람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지난 4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연출 백호민, 극본 하청옥)의 엄정화 역시 멋진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자극적인 전개를 감안하고 드라마를 시청하게 만들고 있다.

스타 가수 유지나(엄정화)와 이름조차 우스꽝스러운 모창 가수 정해당(구혜선). 두 주인공의 애증과 연민이 얽히고설키는 인생사를 그리는 '당신의 너무합니다'는 방송 전 톱스타인 엄정화와 구혜선의 이름값에 걸맞게 '막장' 없는 품격 높은 주말드라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여느 주말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의 조짐을 보였다. 유부남이자 대기업 회장 박성환(전광렬)의 사랑은 받고 있는 톱가수는 유지나가 모창가수 정해당의 남자친구 조성택(재희)과 바람을 피는가 하면 조성택의 이야기는 뻔한 죽음으로 마무리됐다. 또한 "내가 의외로 여자라는 생명체에 대해서 잘 알거든" 등의 막장 전개보다 더 유치한 90년대 아침 드라마 식 대사는 보는 이를 불편하게 했다.하지만 엄정화의 연기만큼은 빛났다.
정해당의 남자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찰나의 미안함을 느끼다가도 정해당에게 모진 말과 행동으로 조성택에 대한 애정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그렸다. 또한, 자신의 불행한 과거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다가 조성택을 통해 느끼지 못했던 평온한 위안과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며 연예계 은퇴까지 생각하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사랑에 빠진 행복한 여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조성택과 정해당의 10년 연애 세월을 질투하며 조성택이 자신을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 스스로를 해당과 비교하며 성택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 유지나라는 인물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조성택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되자 지난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오열할 때는 짠함을 넘어 처절함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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