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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한석규(53)가 "내 연기가 젊었을 때는 꼴보기 싫었지만 지금은 볼만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렇듯 '드라마 킹'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한석규. 그는 1995년 개봉한 '닥터 봉'(이광훈 감독)으로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이후 '은행나무 침대'(96, 강제규 감독) '초록물고기'(97, 이창동 감독) '넘버 3'(97, 송능한 감독) '접속'(97, 장윤현 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98, 허진호 감독) '쉬리'(99, 강제규 감독) '텔 미 썸딩'(99, 장윤현 감독) 등 출연작마다 흥행을 터트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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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낭만 배우'로 남게 된 한석규. 이러한 그가 영화 '상의원' 이후 3년 만에 '프리즌'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죄수들을 진두지휘하는 권력자이자 교도관들조차 자신의 발밑에 두고 쥐락펴락하는 교도소의 절대 제왕 익호로 완벽히 이입된 한석규. 무엇보다 이번 '프리즌'은 한석규 데뷔 27년 만에 첫 정통 악역에 도전하는 것으로 목소리 톤, 말투, 걸음걸이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그는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데 성공, 관객으로부터 신선한 충격을 안길 예정이다.
올해 배우 데뷔 27년 차를 맞은 한석규. 그는 "전에는 내 연기가 그렇게 꼴보기 싫더라. 젊었을 때 내 눈이 굉장히 멍한 눈빛이더라. 그나마 요즘에 들어서야 좀 봐줄만 하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나의 눈을 보면 이제 조금씩 사연이 담긴 모습인 것 같다. 눈으로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 마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야 세월을 눈에 담아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과거에 늘 연기가 아쉽다고 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실 무언가를 완성시킬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뭘 이루고 완성하는건 중요하지 않다. '해낸다' '이룬다'의 정신이 젊었을 때는 꽤 팔려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별것이 아니라는걸 느꼈다. 중요한 것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는 행위 자체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며 심경 변화를 밝혔다.
한석규는 "내 심경이 변한 것에 대해 특별한 계기는 없는 것 같다. 자식도 낳아보고 죽음도 지켜보고 하면서 변하는 것 같다. 젊었을 때에는 삶에 대해 포커스를 맞춰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 쪽에 시선이 간다. 그러면 또 달라지지는 것 같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되든 안 되든 상관없다. 계속 해본다는 게 중요하다"며 "생각해보면 '나는 그래도 복이 많은 놈'이구나 싶다. 그래도 원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그런 무대가 계속 지속되고 있지 않나?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하고 싶은 역할은 많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한국영화에서 아직 못다해본 역할 영화가 많다"고 웃었다.
한편,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과 그들의 절대 제왕, 새로 수감 된 전직 꼴통 경찰이 얽힌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이 가세했고 '남쪽으로 튀어' '마이웨이'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집필한 나현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