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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김민희를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도달시켜 준 영화는 다름 아닌 13일 국내 언론에 공개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다. 김민희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후 감독 홍상수와 두 번째로 작업한 이 영화는 지난 2월 개최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여자연기자상을 수상하게 된 작품이다. 국내 여배우가 베를린에서 이런 낭보를 들려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대대적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으나, 동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이는 바로 감독 홍상수와의 불륜설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몰랐을리 없는 두 사람이 고민 끝에 공식 석상에 나와 관계를 인정하는 정공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계는 작품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결국 두 사람을 그 자리에 서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베를린 은곰상의 영예를 안게 만든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속 김민희는 유부남 감독과의 불륜 이후 갈등하는 배우 영희를 연기한다. 영희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담담하고 씩씩하게 자신과 자신의 욕망을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스트레스에 지쳐 히스테릭하기도 하고, "너 참 매력적이야"라는 상대의 칭찬에는 해사하고 순수하게 웃기도 한다. 그 모습에는 김민희 특유의 세상에 무감한 듯한 나른함과 함께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아가씨' 속 히데코의 그것처럼 조금은 야릇한 모습까지 갖고 있다. 이런 영희의 심리적 분열은 은근한 힘으로 관객을 집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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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날의 파격적인 인정과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의 소재 탓에 사생활에 대한 세간의 입방아는 멈추지 않겠지만, 그들을 용감하게 만든 것은 결국 김민희의 연기였다.
한편, 영화 속 주변 인물들 다수가 영희의 복잡한 심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그녀를 보호하고 아낀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영화는 홍 감독에 김민희에 대한 지긋한 찬가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홍 감독의 찬가는 영화 밖 김민희의 보폭을 줄였을지 모르나 적어도 영화 속 '배우' 김민희를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춤출 수 있게 만든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