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여기 사랑받을 자격 있는 사람 있어? 다 사랑받을 자격 없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사랑학개론이 마침내 얼굴을 들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사는 두 사람. 관객에게 남긴 메시지는 세간에 떠도는 풍문만큼 노골적이었고 적나라했다.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 영희(김민희)가 그와의 사랑에서 갈등과 위기를 겪으면서 그 본질에 대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홍상수 감독, 영화제작전원사 제작).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최고의 문제작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지난 13일 국내에 첫 공개 됐다.
앞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국내에서 공개되기 전인 지난 2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베를린영화제 공개 직후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호평 세례를 받았고 이런 반응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주연을 맡은 김민희가 한국 여배우 최초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안기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의 관심을 끈 대목은 지난해 6월 불거진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의 진위.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15)로 호흡을 맞추면서 관계가 발전한 두 사람. 세간에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첫 복귀작이 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여러모로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코믹한 작품이었다. 아니, 필연적으로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작품인 셈. 영화는 판타지가 아닌 리얼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기라도 하듯 불륜 관계에 대해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현실이 곧 스포일러였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내가 원하는 건 나답게 사는 거야.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것" "그 사람 좋아하지. 사랑해. 그런데 그게 힘들면 어쩔 수 없지" "나 이제 남자 얼굴 안 봐. 잘생긴 사람은 다 얼굴값 해" 등 상원과 헤어진 뒤 독일로 도피한 영희의 이야기를 담은 1부와 "여기 사랑받을 자격 있는 사람 있어요? 다들 비겁하고 사랑받을 자격 없어!" "독일에서 새 작품을 제안받았는데, 신인감독인데 돈 벌려고 작정한 영화에요" "전 폭탄이잖아요. 파괴적이죠. 주위 사람들 망가트리잖아요!" 등 도피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주변의 시선에 대해 괴로움을 호소하는 영희의 이야기를 담은 2부로 구성됐다.
영화 후반부 사랑에 대해 자격을 논하며 노발대발한 영희의 모습은 섬뜩하리만큼 인상적이었다. 정확하게는 영희를 가장한 김민희의 '인생 연기'가 보는 이들을 소름 끼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연기에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배우 인생의 가장 찬란한 정점을 찍은 김민희는 은곰상이 당연하리만큼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쳤다. 덕분에 주인공 영희가 처한 상황은 물론이거니, 영희가 내뱉는 모든 대사가 주옥(?)같이 가슴에 콕콕 박히고 와 닿는다.
물론 영희를 둘러싼 주변 지인들의 모습도 작품에 대한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만든다. "성숙해졌어" "더 매력적으로 변했어" "마음고생을 하더니 안에서 뭔가 생긴 것 같다" "다시 연기하는 거 보고 싶어요"까지. 모두 상수와 결별 이후 더 아름다워진 영희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한결같이 "잘 돌아왔다"며 영희의 컴백을 환영했고 영희의 지나간 사랑을 알뜰살뜰 감쌌다.
이렇듯 오프닝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실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금지된 사랑과 상당히 닮아있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홍상수 감독은 끝까지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대해 자전적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홍상수 감독은 "어떤 사안에 대해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의도와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내가 동의할 수 없어도 내게 피해를 준다거나 법에 저촉된 행위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나도 남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고 싶다"며 당부했다. 영화 내내 김민희와 관계를 떠올린 관객에게 조심스레 인정받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홍상수 감독이다.
연출자가 부정함으로써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자전적이지만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닌 모호한 영화가 됐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상황이 아닌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고 말하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그럼에도 관객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대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을 예술로 미화시킨 영화로만 여길 것이며 개봉 이후에도 한동안 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 서영화, 권해효, 정재영, 송선미, 문성근, 안재홍, 박예주 등이 가세했고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을 연출한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신작이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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