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브로드웨이 '지킬&하이드' 는 조승우 '지킬…'과 어떻게 다른가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03-14 11:33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월드 투어.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지난 주말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가 브로드웨이 배우들을 캐스팅해 아시아 및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글로벌 버전이다. 실력파 배우들을 선발하고,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세트를 동원해 명불허전의 무대를 선사한다.

'지킬 앤 하이드'는 국내 뮤지컬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코엑스에서 초연돼 '조승우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내 뮤지컬시장의 규모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조승우 류정한 소냐 김소현 김선영 등이 출연하며 흥행불패의 신화를 이어왔다.

조승우의 '지킬…'에 익숙한 국내 팬들에게 이번 무대는 '비슷하나 어딘가 다른 느낌'을 준다. '완성도는 확실히 높은데 왠지 좀 밋밋하다'는 반응이 은근히 많다. 왜 그럴까?


◇'지킬 앤 하이드' 국내 공연에서 열연 중인 조승우.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감성의 MSG vs 텍스트에 충실

국내판 '지킬…'은 '넌 레플리카'(Non Replica) 방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원작에서 극본과 음악만 구입하고 국내 프로덕션 상황에 맞춰 스토리와 편곡, 의상, 세트 수정이 가능한 조건이다. 실제로 국내 버전은 원작에서 한 두 곡을 빼고 장면 순서를 살짝 바꾸었다. 의상과 세트의 규모 역시 줄였다. 대신, 감성의 극대화를 꾀했다. 여기에 타이틀롤을 맡은 조승우의 강렬한 색깔이 더해져 마침내 한국형 '지킬…'이 탄생했다. 충격적인 내용을 소재로 한 이탈리아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같은 뮤지컬로 거듭난 것이다.

반면 이번 글로벌 버전은 텍스트에 충실하다. 국내배우들이 그동안 감성의 MSG를 많이 뿌렸다면 글로벌 버전은 '교과서대로'다 . 그러다보니 오히려 싱거운 느낌이 든다. 김종헌 교수(성신여대)는 "배우들이 음정을 정확하게 지키고, 캐릭터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며 "탁월한 가창력을 보여준 루시 역의 다이애나 디가모가 에너지를 조절하며 '거리의 여인' 역에 집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배우들의 애드립도 없다보니 드라마가 늘어지지 않고 깔끔했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에 포커스 vs 캐릭터의 앙상블


국내 버전은 '넌 레플리카' 방식과 조승우의 역량이 결합하면서 지킬/하이드를 중심으로 그 옆에 그를 사랑하는 루시와 엠마, 그 다음에 조력자인 어터슨, 댄버스 등 조연들, 마지막에 코러스가 자리잡는 뚜렷한 원심형 구조를 만들었다. 반면 글로벌 버전은 각자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평행 구조를 보여준다.

스타 마케팅이 일반화된 국내 뮤지컬은 주인공 몸값이 높다보니 조연에서 코러스로 갈수록 '저렴한' 배우를 쓸 수 밖에 없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기 쉽다. 한국뮤지컬협회 유희성 이사장은 "글로벌 버전은 모든 배우들의 역량이 고르게 분산돼 안정감이 있었다"며 "주연은 물로 조연, 코러스까지 수준급 연기와 가창력을 갖춰 하모니가 살아났다"고 평했다.

이번 무대가 오리지널의 참맛을 보여주고 있으나 조승우 '지킬…'의 잔상이 있는 팬이라면 주인공인 카일 딘 매시의 흡인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보이기 쉽다. 딘 매시의 역량 문제만은 아니다.

사실 조승우의 힘은 '하이드'가 아니라 '지킬'에 있다. 선량하지만 어딘가 창백한 인텔리인 '헨리 지킬'의 이미지를 만들어냈기에 '괴물' 하이드의 반전이 힘을 발휘했다. 글자 하나하나를 쥐어 짜듯 발음하는 한국식 딕션(diction)의 맛을 제대로 살린 것도 조승우의 공(功)이다.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퀄리티를 장착한 '지킬 앤 하이드'는 팬이라면 한번 비교 감상할 만하다. '같은 작품, 다른 느낌'의 '지킬 앤 하이드'는 5월 21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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