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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70대가 돼서야 비로소 자신의 속내를 꺼냈다. 할배 백일섭이 어디에도 없던 솔직함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1963년 연극을 통해 배우의 길에 들어선 백일섭은 1965년 서울중앙방송(지금의 KBS 한국방송공사) 공채 5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후 다양한 드라마에서 열연하며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특히 1993년 MBC '아들과 딸'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백일섭이 취중에 옛 노래 '홍도야 우지마라'는 흥얼거리는 모습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여러 작품 속에서 아버지 역할을 소화, 조용하지만 묵직한 중견 배우로 자리잡아가는 듯 했던 백일섭이 돌연 반전을 선사한 것은 바로 '꽃보다 할배'부터였다. 백일섭은 나이를 잊은 체력의 이순재와 아기미소의 신구, 로맨티스트 박근형 사이에서 투덜쟁이 막내로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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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방송된 '살림남2'에서 "아내를 만난지 오래됐다. 1년 넘었다. 집 나온 지 16개월 됐다"라며 담담하게 밝힌 백일섭은 "같이 살아도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정답게 살면 같이 사는게 좋은데, 그런데 난 성격상으로 처음부터 그렇게 맺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40년 결혼 생활 끝에 독립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 백일섭은 자신을 꼭 닮은 아들과 쌍둥이 손자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평소 애정 표현에 서툴다는 백일섭은 아들과 손자들에게 "사랑한다, 눈물 겹도록 사랑한다"며 속 깊은 곳에 있는 진심을 전해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백일섭은 중년의 배우에게는 새롭고도 낯선, 어쩌면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삶의 한 부분까지 용기있게 전하며 인생 2막의 문을 열었다. 이에 힘입어 '살림남2'는 첫 회에서 5.3%(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앞서 시즌1 최고 시청률이 3.2%였던 것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상승이다.
황혼의 문턱에서 '꽃할배'와 '살림남'으로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는 백일섭의 이야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