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그사람 사랑해"...김민희 `밤해변` 의미심장 대사5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2-17 10:31 | 최종수정 2017-02-18 11:29





[베를린(독일)=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16일(현지시각) 베를린 포츠다머플라츠 옆 베를린날레 팔라스.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첫 언론 시사회를 한시간 앞둔 오전 8시. 전세계 기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미 이들 사이에서도 홍상수 감독과 주연배우 김민희의 불륜설은 뜨거운 화제였다. 자전적 내용이 관심을 모았지만, 짧은 시놉시스와 트레일러 외에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었다. 한국 취재진에게 질문도 쏟아졌다. 한국 사회에서 불륜 스캔들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슨 말을 할지 자못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오전 9시 정각. 불이 꺼졌다. 영화가 시작됐다. '영희와 상원' 아니, 홍상수와 김민희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영희와 상원의 대사 곳곳에 홍 감독, 김민희의 현실이 수시로 오버랩됐다. 입소문을 타고 베를린영화제 총 4회의 시사회 티켓은 모두 매진됐다.




'의미심장' 대사1: 영희, 김민희의 큰절 "그사람, 사랑해"

여자주인공 영희(김민희 분)는 배우다. 유부남인 영화 감독 상원(문성근 분)과 사랑에 빠졌다. 시끄러워졌다. 영희는 독일 함부르크로 떠났다. 영화의 시작이었다.

영희는 아는 언니와 함께 함부르크 공원을 거닐었다. 다리를 지날 무렵 영희가 갑자기 큰절을 올린다. 벤치에 앉았다. 아는 언니는 왜 절을 했냐고 물었다.

-영희: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 다짐해보고 싶었어. 그냥 기도한 거야."

-언니: "원하는 것이 뭐야?"

-영희: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 흔들리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답게 살고싶어. 그러기로 했어."


-언니: "(그 사람)사랑해?"

-영희: "좋아하지. 사랑해. 그래도 너무 힘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렇게 다 걸고 하는 거 못해."




'의미심장' 대사2: 함부르크 해변에 그린 얼굴 '나처럼 내 생각할까'

나홀로 훌쩍 떠나온 함부르크 해변. 시간은 낮이지만 영화 제목처럼 '해변에 나홀로'다. 영희는 작대기로 해변에 천천히 사람 얼굴을 그린다. '그 사람'이라고 했다. '상원'의 얼굴이다. 그 사람의 사랑의 크기가 내 사랑의 크기과 같을까. 내 그리움과 그의 그리움이 같을까.

-영희: "그 사람 진짜 보고싶네. 나처럼 내 생각할까?"










'의미심장' 대사3: 영희의 노래 '보이시나요, 저의 마음이'

강릉. 영희는 선배가 운영하는 카페에 있었다. 선배를 기다리다 담배 한개비를 꺼낸 문다.처연하게 읊조리듯 혼잣말같은 노래를 부른다.

'바람 불어와 어두울 땐/당신 모습이 그리울 땐/바람 불어와 외로울 땐/아름다운 당신 생각/잘 사시는지 잘 살고 있는지/보이시나요 저의 마음이/왜 이런 맘으로 살게 됐는지.'

강릉의 술집. 영희는 선배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선배들 모두 영희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랑을 찾고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

"사랑을 어떻게 찾아요. 보이지 않는데. 사랑을 봐야 어디 가서 찾기라도 하죠."

"저는 할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충분히 다했어요. 죽을 때 죽고 싶어요 그냥. 가치도 없는 것들 생각하기도 싫고요. 그냥 언제든지 죽어도 돼요. 그냥 곱게 사그라들면 좋겠어요."

영희는 선배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배도 사랑하지 못하니까 사는 것에 집착하는 거죠. 진짜 사랑을 못하니까 그거라도 얻으려고 하는 거죠?"

"사랑할 자격이 없으니까. 아니 사랑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사랑받을 자격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나요?"




'의미심장' 대사4: 상원 "내가 정상이 아니다"

강릉의 횟집. 현장 로케이션 온 유부남 감독 상원과 영희가 앉았다. 연출부 스태프들과 함께다.

상원: "그냥 영화만 찍으려고 힘들어서."

영희: "무슨 영화 만드실 건데요?"

상원: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그 경험에 대해서 따라가는 영화야."

영희: "왜 그런 영화를 만드세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서 어쩌실려고요? 무슨 한풀이라도 하실려고요?"

상원: "한풀이? 그럴 수도 있겠네."

영희: "한이 맺히셨어요?"

상원: "조금. 그래 내가 정상이 아니다. 그때부터.벗어나야지. 후회하는 것에서 벗어나야지. 계속 후회해. 매일같이 후회해. 지긋지긋하게 후회해. 계속 후회가 되는 걸 어떻게해. 그렇게 아픈데. 계속 후회해야되는데. 그런데 자꾸 하다보면 달콤해. 그래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 계속 후회하면서."

사진=이건 기자.

'의미심장' 대사5: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인지"

상원은 영희에게 책을 선물했다. 한 구절을 읊었다. 자신이 찍을 영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헤어질 때가 오는 것입니다. 그 객실 안에서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우린 둘다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난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내 가슴에 몸을 맡겼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녀의 얼굴 어깨 그리고 눈물젖은 손에 키스를 할 때 그때 우리는 정말… 불행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심장이 타버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그때야 비로소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고, 사소한 것이고, 기만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사랑을 하고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에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한 행동인가 악한 행동인가라는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편집자주: 17일 오전 9시 언론 시사에 이어 오후 4시 일반인 대상 월드 프리미어까지 이 영화를 연거푸 2번 관람했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대사도 장면도 한층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일부러 영어로 대답했다. 한국어로 하다가는 자신의 진심을 들킬 수도 있었다. 애써 피해가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전적 내용이냐"는 질문에 홍 감독은 "많은 영화 감독들이 자신의 삶을 영화 스토리에 반영한다. 자신의 삶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 하지 않는가가 차이일 뿐이다. 나는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면서도 "절대 자전적인 내용을 싣지는 않는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상원과 영희의 대화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 배우의 의도를 반영하지는 않았다. 내 아이디어와 내 의견이 혼합되서 나타났다"고 했다. "나는 김민희와 매우 가까운 관계다. 의견을 들었다"는 말로 특별한 관계를 암시했다. '밤의 해변에서 홀로'는 홍 감독의 세 번째 베를린 경쟁 부문 진출작이다. 국내에선 오는 3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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