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달라서, 닮아가서, 행복해"
시작은 피아노 연주였다. 구혜선의 휴식은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 피아노 연주로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갖고 싶던 구혜선과 아내와 함께하고 싶어 그녀의 시간을 방해하고 만 남편 안재현의 미묘한 신경전이 드러났다. 화장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 구혜선은 기분이 조금 올라갔지만, 안재현이 우울해졌다. 안재현은 "내 기분은 여보의 기분에 따라가는데 혼자 풀어진다고 해도 내 기분이 풀어지느냐"고 토로했다.
두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 갈등을 푸는 방법이 극명히 달랐다. 구혜선은 "갈등이 있을 때 저는 잠깐의 환기를 하면 풀어지는데 남편은 그 시간 동안 생각이 증폭되어 있는 편"이라고 말했고, 안재현은 "저는 그 자리에서 풀어야 하는데 구혜선은 자고 나면 잊는다던가 한다. 그게 답답하다. 서로 그럴 때는 각자의 할 일을 한다"고 갈등 해결 방법을 고백했다. 이후 안재현의 사과 방법은 스윗했다. 안재현은 구혜선과 떨어져 2시간 동안 깨알같이 장을 봤다. 아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간식과 사과를 선물하며 "사과할께"라고 말했다.
이에 구혜선은 "그렇게 막 가면 안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은 자기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 그게 고맙다는 것이다. 행복해지려고 결혼했으나 결혼은 현실"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대화로 갈등을 풀고 다시 서로를 토닥이며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간단하게 반주까지 곁들이며 달달한 분위기로 전환했다.
'신혼일기'로 보여준 두 사람의 성향 차이는 극명했다. 구혜선은 "살아보니 저는 반찬 몇개 안 올려놓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여러가지를 차려놓고 먹는 걸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쿨한 새댁 구혜선은 방귀를 뀌고 싶은 타이밍에 남편 안재현을 쫓아다녔고, 안재현은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피해 다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빛났다. 배드민턴 내기에 이긴 안재현은 미리 구혜선에 선물한 거부권으로 약간은 토라진 그녀의 기분을 달래고 다시 웃을 수 있게 했다. 안재현은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며 기뻐했다.
구혜선은 온수 보일러가 취약한 시골집의 단점 때문에 남편보다 일찌감치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집안의 불을 피우고, 반려동물들을 산책까지 시킨 후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안재현은 "나중에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아내의 배려, 그 분위기가 참 좋고 고맙다"며 마음을 표현했다.
싸운 다음날, 강원도 인제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언제 싸웠냐는 듯 산책 나가는 길에 안재현은 "여보가 뽀뽀해주면 안 추울것 같아"라고 말했고, 구혜선은 흔쾌히 입술 뽀뽀에 응했다. 산책도 알콩달콩했다. 구혜선은 안재현의 코도 파주고, 강가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신혼 생활을 만끽했다. 186cm vs 163cm, 확연한 키 차이만큼이나 너무 다른 성향의 두 사람, 하지만 산책하는 보폭을 서로에게 조금씩 맞추듯 매일 서로를 닮아가려는 노력을 통해 더 큰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으로 진짜 결혼의 의미를 보여줬다.
ly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