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허정은→이로운, 명품 아역 전성시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1-31 16:07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명품 아역 시대다.

김유정 김새론 김소현 등 아역 3김 트로이카들의 활약을 끝으로 한동안 아역 배우에 대한 관심이 뜸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의 계보를 잇는 명품 아역 배우들이 등장하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스타트를 끊은 건 허정은이다. 허정은은 지난해 방송된 KBS2 수목극 '오 마이 금비'에서 타이틀롤 유금비 역을 맡았다. 이에 따라 관계자들은 '오 마이 금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성인 연기자도 끌고 가기 어려운 미니시리즈를 열 살 짜리 아이가 감당해낼 수 있을지, 아동 희귀병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 마이 금비'의 상대작이 전지현 이민호를 앞세운 SBS 수목극 '푸른바다의 전설', 남주혁 이성경의 MBC 수목극 '역도요정 김복주'였던 만큼 대부분은 '오 마이 금비'를 수목극 최약체로 평가했다.


그러나 허정은은 이러한 시각을 완전히 바꿔놨다.

유금비는 '힐링 요정' 그 자체였다. 니만피크병이 악화되며 기억은 물론 신체 능력까지 잃어가는 와중에도 철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아빠 모휘철(오지호)과 엄마 유주영(오윤아)을 개과천선시켰고,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로 마음의 문을 닫은 고강희(박진희)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모휘철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신의 인생까지 포기해버렸던 차치수(이지훈)를 치유한 것 또한 유금비였다. 그런 따뜻함에 시청자 또한 각박한 세상사를 겪으며 받았던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열 살 짜리 아이가 정면으로 죽음을 마주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과 죽음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메시지까지 전달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쥐어짰다.

이러한 허정은의 활약에 '오 마이 금비'는 수목극 시청률 전쟁에서도 당당히 2위를 차지했고 나아가 작품성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토록 무겁고 어려운 16부작 드라마를 온전히 끌어안은 허정은에게 '연기 천재', '연기 신동'이라는 등의 찬사가 따라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허정은의 바통은 MBC 새 월화극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의 이로운이 물려받았다. 이로운은 '역적'에서 홍길동(윤균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그가 그려내는 홍길동은 이제까지 우리가 접했던 인물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를 외치던, 신분과 계급의 굴레 속에 분노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로운의 홍길동은 그보다는 아직 철들지 않은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에 가깝다.

홍길동은 엄마의 품과 아빠의 등, 재밌는 것과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꼬마 아이다. 아버지의 막걸리에 손을 내밀고, 아버지와의 이별에 슬퍼하면서도 "떡이랑 꿀엿 사다주시오"라며 먹을 것을 찾는다. '아기 장수'라는 사실을 들키면 목숨을 잃기 때문에 아버지 아모개(김상중)가 노심초사하는 걸 알지도 못한채 힘 자랑을 하고 싶어 무거운 독을 옮기거나 차력사와 힘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이처럼 아직은 세상물정 모르는 홍길동의 모습은 신선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런가하면 홍길동의 따뜻한 심성도 제대로 드러났다. 어머니 금옥(신은정)이 매질 당하는 모습을 보며 분노하고 자신의 손을 찧으려 하는 아버지를 보며 서럽게 우는 모습은 홍길동의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울면서 아버지의 등에 업혀가면서도 "아버지가 설마 나를 다치게 하겠느냐. 손톱만큼도 걱정 안했다. 그냥 슬퍼서 울었다. 아버지 눈에서 눈물 나니 나도 눈물이 안 나겠냐"고 말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봤던 아역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녔다"는 김상중의 말대로였던 것.

이로운과 김상중의 맹활약에 힘입어 '역적'은 첫 방송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성이 이끄는 SBS 월화극 '피고인'마저 바짝 추격하며 월화극 시청률 전쟁 1위 자리 탈환을 각오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아역 배우들은 순간 순간의 감정 몰입도가 높다. 성인 연기자의 경우 주변의 시선이나 상황을 의식해 본래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신들도 생기는데 아역 배우들은 그런 부분에서 주저함이 없기 때문에 그 순간 폭발적인 감정 표현을 보여준다는 게 큰 강점이다. 또 기존 배우들과 달리 신선한 매력이 있어 더욱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깊이 다가갈 수 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당연히 체력적인 부분에서나 연기적인 부분에서 챙겨줘야 할 것들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어른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그보다 더 큰 활력소가 되어주기도 한다"고 칭찬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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