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밀정'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실패, 질타할 일인가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7-01-25 14:35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에 오른 후보들이 발표되고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중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역시 외국어 영화상(FOREIGN LANGUAGE FILM) 부문이다. 올해 외국어영화상 후보로는 벤틀리 딘, 마틴 버틀러 감독의 '타나(Tanna)'(호주),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의 '랜드 오브 마인(Land of Mine)'(덴마크),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에드만(Toni Erdmann)'(독일),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세일즈맨(The Salesman)'(이란), 하네스 홀름 감독의 '오베라는 불리는 남자(A Man Called Ove)'(스웨덴)가 선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해 '오스카'에 출품할 한국영화로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선정했지만 아쉽게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영진위 측은 당시 "'밀정'이 미학적 성취 뿐만 아니라 감독 및 배우의 인지도, 해외 배급 및 마케팅 능력 부문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각각의 개성과 장단점이 뚜렷해 심사위원 간 토론이 치열했다. 그 결과 심사기준과 배점기준에 근거해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밀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호평받아온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선정되지 않자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24일(한국시각) '오스카' 후보 발표 전 미국 영화 전문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터가 '아가씨'의 류성희 감독을 미술상(PRODUCTION DESIGN)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 영화팬들의 관심이 다시 불붙었다. '아가씨'는 미국 유수의 비평가협회에서 외국어영화상과 미술상을 수상했기에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하지만 결국 미술상 후보에는 '라라랜드'의 샌디 레이놀즈-와스코, 데이비드 와스코, '신비한 동물사전'의 스튜어트 크레이그, '콘택트'의 패트리스 버미트), '헤일 시저'의 제스 곤코르, '패신저스'의 가이 핸드릭스 다이어스가 올랐다.


'아가씨'가 기대했던 미술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한국 네티즌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밀정' 대신 '아가씨'를 보냈다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충분히 올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아가씨'는 LA-보스톤-샌프란시스코-뉴욕-시카고 비평가협회 등 11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갱상, 미술상, 촬영상까지 총 17개 상을 받았다. 할리우드리포터 등 수많은 해외매체가 올해의 영화 톱10에 올려놓고 있다.


그렇다면 '아가씨'는 좋은 작품이고 '밀정'은 좋지 않는 작품일까. '밀정'도 '아가씨' 못지 않게 좋은 작품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지운 감독의 연출력은 할리우드에서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할만큼 인정받은 바다.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을 맡았고 좋은 배우들에 심도 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가씨'를 출품했으면 후보에 올랐을 것이라는 것은 예측에 불과하다. '밀정'이 아닌 '아가씨'가 출품되고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면 ''아가씨' 말고 워너브러더스에서 만든 '밀정'을 출품했어야 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오스카'는 좋은 영화를 선정하는 시상식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좋은 영화를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긴 하지만 미국 국내의 영화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인의 기준으로 후보작이나 수상작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 오스카를 수상하기 위해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좋은 영화가 마침 미국인의 입맛에 맞아 수상까지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밀정'의 탈락을 질타할 수는 없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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