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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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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뷰] 김사부의 옷에는 낭만 그 이상이 담겨있었다.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웰메이드라는 찬사를 받으며 호평 속에 종영했다. 번외편을 포함해, 시청률이라는 수치적인 측면 역시 그 넘기 힘들다는 30%의 고지까지 고공행진을 계속 하였다. 비주얼을 앞세운 드라마, 굥은 한류 스타들을 대거 포진시킨 작품들도 시청률이라는 날카로운 수치 앞에 맥을 못추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 일을 아주 손쉽게 해낸 것처럼 보인다. 이는 새롭고 트렌디한 것 보단 오히려 잊고 지낸 '촌스러움'이라는 가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가슴아픈 과거를 간칙한 채, 지방의 초라한 분원 돌담병원에서 김사부는 낭만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격을 가한다. 드라마의 기획 의도와 같이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의나 진실, 정 등과 같이 어쩌면 촌스럽고 고리타분하다고 치부되지만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던 그런 가치를 수면 위로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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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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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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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김사부의 패션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의사가운을 벗었을 때 그는 늘 오래된 느낌의 잿빛 코트와 먼지 묻은 낡은 보스턴 백을 든다.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수염과 레트로한 감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안경까지, 김사부가 즐겨하는 아이템은 올드팝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낭만적이고 거칠다. 새것만을 추구하는 시대의 그의 자연스러운 빈티지룩은 아련히 옛 향수를 자극하며, 절로 잊고 지냈던 가치를 생각나게 한다. 또 드라마가 전하는 정의로운 메시지와 어우러져 김사부라는 인물을 고풍스럽게, 값비싸 보이게 만든다.
또 김사부의 스타일은 어딘지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김사부 옷의 색감과 빈티지한 의상들을 포함해 깃을 한껏 세운 연출은 80-90년대의 느와르물에서 만난 비주얼들과 비슷하기도 한데, 이는 '낭만닥터 김사부'가 의학드라마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조롱하는 느와르물과 다름없음을 뜻하는 것도 같다. 사회를 위해 악당의 무리들과 맞서 싸우려는 한 영웅의 제복같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비비드한 컬러 하나 없고 명품은 더더욱 아닌 김사부 한석규의 아이템들은 그럼에도 '낭만닥터 김사부'의 20부 러닝타임 내내 그 어느것 보다도 반짝였다. 그의 빛바랜 옷들은 김사부를 단순 의사라는 존재를 넘어 점차 사라져가는 옛 감성들에 대한 향수와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더큰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큰 힘이 됐다.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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