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무비]'내부자들' 조승우 검사 원하지만...현실은 '더킹' 조인성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7-01-19 13:20


'더킹'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영화 '더킹'이 개봉 첫날 28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질주에 가속도를 붙였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에 따르면 '더킹'은 700만 관객 이상은 무난히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지난해 개봉한 '검사외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연초 극장가를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흥행세의 중심에는 '더킹'에 등장하는 두 검사 박태수(조인성)와 한강식(정우성)이 있다. 박태수와 한강식 검사는 가장 현실적인 검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박태수는 어려운 시절 출세를 위해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지방 검사로 활동하다 잘나가는 부서에 발탁돼 승승장구하면서 온갖 권력을 누리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검사의 모습은 최근 시국과 다르지 않다.

박태수는 삼류 인생 아버지 밑에서 양아치 고등학생으로 자라 우여곡절 끝에 사시패스에 성공하나 일반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검사 생활에 실망한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 한강식을 만나, 그의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면서 '정치 검사'가 된다.


'더킹'
'더킹'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현재까지 검사들의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다룬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강식(정우성) 검사가 창문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이들을 내려보는 장면은 현실 속 어떤 모습과 교묘하게 오버랩된다. 한강식 검사 역을 맡은 정우성은 인터뷰에서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것도 2년 전이라 현 시국에 맞춘 것도 아니다. 시국은 시국이고 영화는 영화다"라면서도 "촬영 당시 검찰 사건들이 터지는 걸 보면서 '스타들이 자꾸 나오네' '저절로 '더 킹'을 홍보해주네'라는 생각은 했다. 즐거워한다기 보다는 영화를 비교할 수 있는 사건이 생기니까 신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국이 더 큰, 파란만장한 시점을 맞았다. 그런 점이 우리 영화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전에 국민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더 크니까 그런 점이 걱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조인성 역시 "사실 '더 킹'을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시국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우리는 처음부터 '더 킹'을 풍자하려고 만든 건데 갑자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더라. 웃자고 만든 이야기가 실제로 펼쳐지니 웃을 수만은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촬영할 때 웃기려고 만든 장면인데 지금 보니 웃기지 않더라. 화제가 됐던 굿 장면도 우리는 촬영 할 때 '이 장면이 너무 웃기다'며 촬영하면서도 박장대소하며 찍었다. 촬영할 때 관객 반응을 예상하며 '진짜 여기서 웃음이 빵 터질 거야' '정우성과 조인성이 샤머니즘과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는 게 진짜 웃기지 않아?'라며 기대를 많이 했다"며 "지금은 그렇게 기대했던 생각과 전혀 달라졌다. 영화를 리얼하게 본다기보다는 우리만 생각하는 일이었고 이게 웃음을 터트려야 하는데 이미 사람도 알고 있어 웃음이 터지지 않으니까 당황스럽기도 하다. 김이 샌 기분이다. 특히 우리 영화를 보면서 우병우 사태와 많이 연관 짓는데 어떨 때는 익숙한 게 좋지 않나? 블랙코미디가 리얼다큐가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내부자들'
2015년 7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내부자들' 속 우장훈(조승우) 검사의 모습과 올해 '더킹'속 박태수 검사의 모습은 판이하게 다르다. '내부자들' 속 우장훈 검사는 권력의 불합리한 유착을 바로잡기 위해 불이익도 마다치 않는 검사다. 물론 이른바 '빽'이 좋지 못해 출세길이 막힌 후 기회를 잡기 위해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지만 끝내 정의로운 길을 택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내부자들' 속 우장훈 검사의 모습은 판타지에 가깝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더킹'의 박태수 검사나 한강식 검사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며 "'특검'이라는 제도 역시 국민들이 검찰을 불신해 만들어진 것 아니겠다"라고 반문했다. 우리는 우장훈을 원했지만 현실은 박태수와 한강식이 나타난 것. 2017년 초 씁쓸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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