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힙합2' 박준면 "예상못한 우승까지, 한판 잘 놀고 갑니다"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7-01-18 08:01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하고 싶은 곡으로 무대 즐기고 싶었어요."

배우 겸 싱어송라이터 박준면에게 2016년 키워드는 힙합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털털하고 푸짐한 인상의 조연으로 활력을 불어 넣던 그녀는 지난 17일 막을 내린 JTBC '힙합의 민족2'에서 래퍼로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줬다. 허스키한 저음으로 무대를 휘젓는 그녀의 카리스마는 시청자에게 박준면을 달리 보게 만들었다.

첫 등장 때부터 박준면은 이센스의 '삐끗'이라는 겁 없는 선곡은 물론 이를 자신 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며 프로듀서들의 극찬을 받았다. 제작진과 주변에서 "어려운 곡이라 탈락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 그녀는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내가 하고싶은 곡으로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자신이 직접 쓴 곡으로 음반을 낼만큼 음악성이 남다른 박준면이지만 힙합을 제대로 들은 것은 '힙합의 민족2'에 출연 제안을 받은 뒤 처음이었다. '삐끗' 한 곡 몇 달 연습한게 밑천의 전부였다던 그녀가 마이노스와 함께 최종 우승이라는 놀라운 결과까지 일궈낼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일까.

-'힙합의 민족2' 우승 소감?

좋죠.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다가 1등이 됐는지, 얼떨떨해요. 제가 우승을 해도 될런지... 다들 잘하는 분이 너무 많아서 '내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미안한 우승? 그런 기분이 들어요.

-모두가 만류했다는 이센스 곡으로 출사표. 야심찬 출발이었는데 우승 욕심은 없었나?

처음에 제작진 모두 이거 하면 힘들 것 같은데 다른 걸로 바꾸는게 어떠냐는 제의를 했었어요. 그래서 다른 곡 찾다가 그래도 이센스 곡 밖에 하고 싶은게 없어서 밀어 붙였죠. 그래서 이미 '한 회만 촬영하고 떨어지면 말자'는 마음이었어요. 우승은 생각도 못했죠. 그런 식으로 편안하게 시작했어요. '힙합의 민족2' 섭외를 받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힙합을 들었는데 그 매력에 빠졌죠. 우승 욕심보다는, 그냥 너무 재미있었어요.


-왜 이센스 곡에 그렇게 빠졌나?

'The Anecdote' 앨범을 100번은 들은 거 같아요. 랩도 잘하지만 가사도 좋고, 요즘 나오는 랩과는 차원이 달랐달까 정말 좋은 수필을 본 것 같은 랩이었죠. 반해버렸어요. '힙합의 민족2' 시작할 때 이센스 곡을 한게 화제가 돼서 그 기운을 갖고 우승까지 한 거 같아요. 했다기 보다는 해냈다는? 사실 굉장히 어렵고 힘든 곡이었지만, 이센스의 가사에는 제가 하고 싶었던 말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특히 '삐끗'이라는 곡은 '내 기분을 넣어서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선택했죠

-파이널 무대는 어떻게 구상했나?

마이노스에게 처음부터 '나는 피처링, 댄스, 화려한 장치' 없이 힙합다운 랩으로만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요즘 트렌디한 리듬을 쓰기보다는 올드스쿨에 가까운 복고스러움 리듬을 찾느라 7개를 갈아 엎었죠. 묵직한 비트에 가사는 폼 재지 말고 허세없이 우리 길을 간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비장함 같은 거 없이 그냥 편안하게 읊었어요.


-원래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이기도 해서 가사를 쓰는게 생소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렇긴한데 좀 달라요. 제 곡을 만들 때는 시적으로 표현한다면 랩은 직선적이고 욕도 편하게 하고요. 신나고 재밌었어요. 이런게 힙합의 매력이구나 싶었죠. 물론 쉽진 않았죠. 프로듀서들한테 가사 쓰는 요령이나 팁을 배웠는데,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해야하더라고요.

-그 전에 하던 곡과는 분위기과 완전히 다른데, 취향의 재발견일까?

당연히 제가 원래 하던 곡이 저한테는 더 재미있고 잘 맞죠. 힙합은 어떻게 우연히 예능에 출연하게 됐는데 잘한다고 하니까 사실 당황스럽죠. 신선한 것도 있고요. 뚱뚱한 제가 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랩을 하니까 시원하게 느끼신 거 같아요. 저는 그저 다년간 노하우를 쌓은 프로듀서들 옆에서 배워서 따라하는 정도에 불과했죠.

-방송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가족들은?

전 소속사 대표님이 '준면 씨한테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고 문자가 왔어요. 다들 놀라시더라고요. 아직은 노래를 잘 하는 것보다 랩을 하는 것을 신선하게 여기는 거 같아요. 제가 아니어도 누가 나와서 하든 신선했을 거예요. 그나마 어설픈게 덜해서 잘한다고 봐주신거 같아요. 남편이랑 노래방가서 랩을 연습한 적이 있는데 '노래방에서 오글거리지 않은 랩은 처음'이라고 칭찬하더라고요. 하하하. 남편은 제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센스 선곡해서 연습하는 과정까지 다 봤잖아요. 그래서인지 우승하고 남편이 제일 좋아했어요.

-우승 다이아몬드 어떻게 쓰실 건지?

가게에 살림에 보태야죠. 일단 잘 간직하고 있다가 급할 때 팔려고요. 하하하.

-혹시 시즌3를 해서 한 번 더 나와달라고 한다면?

그건 못 할 거 같아요. 여기까지. 하하. 부담감도 있고, 어쨌든 제가 속성으로 한 곡만 연습해서 들어왔잖아요. '힙합의 민족2' 하면서 랩이 여전히 어렵고 힘들었어요. 또 나와달라고 하면 극구 사양할 것 같아요.

-다음 앨범에 힙합을 넣어 볼 생각은?

아직은 없어요. 제가 힙합을 하면서 느낀 게 래퍼들은 다 작가라는 거예요. 가사를 산문처럼 쏟아서 리듬에 맞춰서 뱉어내는데 제가 그런 능력이 있지는 않아요. 제가 애정을 갖고 가사를 써서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낼 수도 있겠죠. 근데 아직은 겁이 나고, 일단 1등 했다고 해도 프로듀서들의 도움이 컸고 힙합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 것으로 만족하고, 그게 연결돼서 좋은 역할 만나서 쉼 없이 연기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힘들었던 무대는?

이이경 씨랑 '사우나' 할 때요. 처음으로 프로듀서 손길도 받아보고 배틀도 해봤는데, 정신적으로 익숙지 않은 상황이라 힘들었고 마침 독감으로 몸까지 아파서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내 운은 여기까지구나' 자포자기 했었죠. 대신 후회 없에 즐기고 오자는 생각에 모든 힘을 쥐어짜서 무대에 올랐어요. 이이경 씨도 굉장히 잘했는데 아주 근소하게 이겼죠.


-프로듀서나 경쟁자들 무대 중 가장 인상깊었던 무대는?

배우 정경호 씨가 되게 독특한 랩을 했었어요. 내비게이션처럼 길 안내 랩을 했는데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런 개성을 보고 뽑았으면 판도가 재미있었을텐데 탈락해서 아쉬웠어요.

-'힙합의 민족' 제목이 '구리다'고 한 적이 있는데 혹시 바꾼다면?

하하하. 시즌1 할 때 제목을 듣고 '민족이 뭐야?' 싶었어요. 너무 식상하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렇긴하지만(웃음) 근데 또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요. 하하. 딱히 바꿀 제목은 생각 안 나네요.

-"힙합이 언제부터 디스였냐. 너무 자극적으로 가는 것보다는 재미있게 한 판 잘 놀다가는 게 좋은 거 아니냐"라는 소신이 인상깊었다. '힙합의 민족2'는 제대로 즐기고 가는건가?

제가 평생 어디가서 이런 많은 래퍼들을 만나겠어요. 정말 신명나게 한 판 놀았어요. 디스에 대한 발언은 당시 제가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전 시리즈를 봤는데 시청률 떨어지면 디스로 화제를 모으려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한 거예요. 물론 디스도 하나의 문화고 힙합의 재미있는 요소죠. 다만 자극적으로 '이게 힙합'이라고 하는 게 조금 안 좋게 보였어요. 저도 디스할 능력이 있고 디스할 사람이 있으면 디스 할 거예요.

-연기도 하고 앨범도 내고, '힙합의 민족2'으로 랩까지. 열정적이라고 해야할까? 도전 정신이 많은 거 같다.

열정이라기보다는 그냥 어떻게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거 같긴해요. 그래서 음반도 냈고 곡도 써 보고 하는데 요즘은 안주하기 보다는 계속 좋은 음악도 찾아서 듣고 뭐랄까 좀 더 치열해지고 싶은 것도 있어요. 흘러가는대로 맡기기 보다는 자꾸 일을 만드는 거죠.

-나만의 랩을 쓴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싶나?

제가 만약에 랩으로 한 번 뭘 만들게 된다면 제 얘기를 다 해야겠죠.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살았으며 그런... 사랑이나 꿈 이런 얘기 보다는, 삶에 대해 굵직하고 말하고 싶다. 낭만적이고 은유적이고 시적인건 제 음반에서 하면 되고 만약 랩을 하게 된다면 거칠고 스웨그가 있게 해보고 싶어요.

-이제 다시 연기자로 만나겠다. '사임당, 빛의 일기'와 '완벽한 아내' 방송도 앞두고 있는데?

'사임당'에서는 이영애 씨의 대학동창이자 미술 복원사 역할로 나와요. 어려운 일에 항상 나서서 도와주는 친구죠. 사임당이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주는 좋은 친구 역할이예요. 이영애 씨랑 계속 같이 나와서 좋더라고요.(웃음) '완벽한 아내'에서는 억척 아내 역할인데 고소영 씨 컴백작이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잠깐씩 나와서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해드릴게요.

-2017년의 소망 한 마디.

2017년에는 어수선한 시국이 좀 안정됐으면 좋겠고 저도 때아닌 랩으로 관심을 받아 감사해요. 많이 찾아주셔서 일도 많이 하고 싶고, 배우로서 역량도 더 쌓고, 2집 앨범도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달려야하는 해인 거 같아요. 열심히 노를 저어야 풍요로운 40대의 중반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제공=이음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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