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힙민2' 우승 마이노스 "아내의 믿음, 배신하지 않을 것"

박현택 기자

기사입력 2017-01-18 13:38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받을 사람이 받았다'

래퍼 마이노스가 JTBC '힙합의민족'에서 박준면과 함께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힙합의 민족'은 프로와 프로의 경연이 아니다. 경쟁은 맞지만 아마추어도 동참한 자리. 때문에 마이노스는 '이겼다'는 생갭다 '즐겼다'는 마음이 더 크다. 우승의 희열을 느끼기보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하는 모습, 다만 팬들과 힙합 마니아들은 마이노스의 우승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있다. 1세대 '진정한' 실력파 래퍼가 우승을 통해 더 밝은 양지로 올라오게 된 것을 반기고 있다. 18일, 스포츠조선은 환한 표정의 마이노스와 만났다.

- 우승 소감이 어떠신가요.

"어안이 벙벙하네요. 하지만 사실 애초에 우승을 노리고 출연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처음으로 외출을 나간다'는 느낌으로 즐겁게 임했죠. 마지막까지 즐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지막 10팀 중엔 5명이 브랜뉴 소속이더군요. 마치 집안싸움, 축제처럼 즐길 수 있었어요."

-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평 입니다.

"만약 '힙합의 민족'이 프로 래퍼들간의 경연이었다면, 정상에 서기위해 더 큰 욕심을 내려고 했을 것 같아요. '내 랩을 들려주마'라는 자세로 임했겠죠. 하지만 제게 '연예인'처럼 느껴지는 신동엽님이 MC를 맡고 계시기도 하고, 참가자 중에서도 '셀럽'들이 계시니, 그저 즐거운 시간이 되길 원했죠. 그런데, 그 '즐거움의 에너지'가 결과적으로 우승까지 가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 최근 힙합과 예능의 궁합이 잘 맞습니다. 래퍼로서의 생각은.

"사실 이전부터도 힙합과 랩이 예능에서 다뤄졌죠. 하지만 과거에는 늘 장난스럽게, 희화화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웃음의 소재로서가 아닌 진지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서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힙합에 관심을 가지고, 더 좋아하게 되니 래퍼로서는 환영이죠. 다만 너무 '힙합 = 경쟁' 이라는 구도로 굳어지는 것은 걱정입니다."



- 박준면씨와 같이 우승하셨는데

"(박)준면 누나에겐 어쩌면 랩으로는 마지막 무대일수도 있었기 때문에, '누나 마지막으로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라고 약속했어요. 사실 준면 누나는 '힙합의 민족' 내내 즐긴다기보다 긴장하고 떨리셨을 테니까요. 좋은 결과 있어서 행복하네요."

- 마지막 무대, 어떠셨어요.

"준면누나가 굉장히 잘 소화해 주셨어요. 마치 두 사람이 '원래 한 팀' 이었던 것처럼 어우러졌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것이 기분 좋았어요. 흉내만 내는 '가짜'들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죠."

- 박준면님과 또 작업을 한다면요.

"준면 누나의 랩도 좋지만, 사실 그 분의 보컬에 제 랩을 넣어보고 싶어요. 가수로서 앨범도 내신 분이니까요."

- '1세대 래퍼'로 평가받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래퍼'와 '인정하는 래퍼'를 나누어 주신다면.

"간혹 자신이 힙합을 좋아하게 된 이유, 또는 그 계기를 잊고 지내는 래퍼가 있어요. 그런 래퍼는 인정하고 싶지 않죠. 과거의 일이니까 숨기거나 촌스럽다고 여기고,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고요. 숨김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뿌리'를 인정하고 내세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인정하는 래퍼는 아무래도 '라이브MC' 입니다. 스튜디오에서만 실력을 보이는 래퍼와는 다른 '기본'을 갖춘 래퍼. 흔히 '클래스는 영원하다'와 같은 말을 하시죠? 랩이란 무술은 아니지만 자기 연마를 하는 사람은 클래스가 생긴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잘 쓴 가사'와 '못 쓴 가사'의 차이를 어떻게 두시는 지.

"제 기준에서 '못 쓴 가사'는 '척 하는 가사'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 인 듯 풀어내는 사람들이요. 이를테면 어떤 고교생 래퍼가 '나는 앞마당에 마리화나를 키워, 홍대에서 여자들을 꼬셔' 같은 가사를 쓴다면, '멋없다…'라고 느껴요. (웃음). 반면에 같은 나이라도 래퍼 앤덥이 19살때 낸 앨범을 들어보십시오. MC 그리의 첫 앨범도 마찬가지고요. 두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 '나만 할 수 있는 내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가사가 '잘 쓴 가사'라고 생각하죠."


- 요즘 힙합 시장을 보면 어떠세요.

"다들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별히 나쁜 점이나 심각하게 잘못된 점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잘 하고 이쓴 것 같다. 다만 제가 어린 시절에는 작품(앨범)을 내어서 내 실력을 자랑하고, 알리고 싶어 했다면, 요즘 어린 래퍼들은 '쇼미더머니'를 먼저 떠올리는것 같아요.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고, 그 '쿨 함'이 놀랍죠.(웃음)"

- 경연에 나오는 래퍼들, 긴장감은 이해하지만 중간에 가사를 매우 잘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긴장되겠죠. 익숙한 무대라기보다 방송이라는 공간이고 '심사'를 받는 공간이니까요. 그래서 너무 매몰차게 래퍼들을 '승부'에 몰아 넣는 것을 싫어해요. (웃음) 저 역시 여전히 무대에 오를때마다 긴장해요. 오래 랩을 했다고 해서 긴장하지 않는 건 오히려 이상하죠. 그건 두근거림이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 2016년 결혼, 아직 신혼이신데, 래퍼가 결혼을 하면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아직은 딱히 달라지는 게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기가 생기면 조금 달라질까요? (웃음)"


- 2017년 계획을 알려주세요.

"일단 이루펀트 앨범을 준비 중 입니다. 지난해부터 열심히 준비중인 만큼 좋은 음악 들려드리고 싶네요. 또 한가지 이제 경연, 배틀이 아닌 곳에서 좋은 바이브를 전달하고 싶어요. 솔로 앨범도 오랜만에 작업을 해 볼 생각이고요. 키비도 솔로 앨범 준비 중 입니다."

-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도 섭외가 들어올 듯해요.

"주변에서 겁을 주시던데요. '넌 나가면 말 한마디 못할 걸'이라고 하시면서요. 저는 특히 라디오를 해보고 싶어요. 사투리가 다소 걱정이긴 하지만, 음악도 틀고, 많은 사람들 만나면서 좋은 경험 해보고 싶습니다."

- 아내분 에게 한 말씀.

"래퍼와 결혼 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닌 걸 알아. 내게 믿음을 줘서 고마워. 분명히 내가 보여줄 것이 있을 거야. 날 늘 응원해 주는 친구이니까, 믿음에 배신하지 않을게"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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