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방송사 입장에서 잘 짜여진 리얼 버라이어티 한편은 보물과 같다.
고정 시청자·마니아 층을 쌓으며 오랜 기간 주말을 책임질 예능은 든든한 수입원이기도 하다. 두고두고 먹을 곰탕과 같은 것. 다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① 멤버 간 케미와 ② 열린 포맷이 바로 그것이다. 케미가 좋으면 멤버간 술래잡기를 해도 재미가 터지고 분량이 나온다. 또한 시류와 유행에 영향을 덜 받으며, 게스트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쉽게 말해 뭘 해도 재밌다는 의미.
두번째로 포맷은 열려있을수록 좋다. '케미'가 담보되어 있으니 멍석이 넓을수록 이득인 것은 자명하다. 10년차인 '1박2일'은 '여행'이다. 11년차인 '무한도전'은 '도전'이다. 포맷을 좁히면 몰입을 얻는 대신 수명은 단축된다.
'여성 리얼 버라이어티는 힘들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시즌 1은 위의 두가지 조건을 충족했기에 기대를 받았다. 라미란·김숙·홍진경·민효린·제시·티파니가 보여준 케미는 초반 우려를 손쉽게 떨쳐냈다. 라미란은 작정한 듯 가진 재능을 풀어놓았고, 예능을 가장 잘 이해하는 김숙은 노련하게 전체를 움직였다. 홍진경과 제시는 확실한 캐릭터로 한 축을 지켰고, 민효린도 '배우'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팀에 융화됐다. 이들에게서는 어느덧 '방송으로 만난 사람들'이 아닌 언니·동생의 정이 느껴졌고, 그 케미는 흔하고 식상한 번지점프를 해도 웃음이 나올 만큼 끈끈해졌다.
거기에, 무엇보다 포맷이 넓었다. '꿈'보다 넓은 멍석이 있을까. 사실상 무엇이든 손댈 수 있었기에 미래는 밝았고 롱런이 가능해 보였다. 김숙은 대형면허를 따겠다고 했고, 제시는 복싱을 선택했다. 홍진경은 '홍진경쇼'를 해보겠다고 말했는데도 시청자들은 기대를 품었다. 멤버 논란에 이은 하차와 경쟁 프로그램의 상승세를 감안하더라도, 인내심없이 시즌을 마쳐버린것은 아쉬운 부분.
야심차게 시즌2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는 '언니쓰'가 어렵게 얻은 두 가지 모두를 버렸기 때문이다. '언니쓰' 측은 13일 '홍진경과 김숙을 제외하면 모두 새 멤버'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거론된 새 멤버는 공민지와 강예원. 시즌2 멤버들은 시즌1 멤버들보다 단단한 성을 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시즌 1의 '꿈'(민효린) 중에 하나였던 걸그룹 프로젝트를 메인 포맷화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는 배가됐다. 성공한 프로젝트였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의 '전체'가 될때 '언니쓰'는 지속 가능할까.
물론 의심의 눈초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인석 PD는 자신감에 넘쳐있다. '여성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성역에 당당히 도전했고, 짧은 시간에 마니아 층을 만들어냈다. 그 시도와 성과를 통해 인정받은 PD. 시즌 1이 시작할 때도 현재와 같은 우려는 있었지만, 그는 이겨냈다. 시즌2는 1월 중 시작될 예정이다. '언니쓰'2는 과연 단골 손님을 붙잡아 두며 새 손님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까.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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