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100-9] 아나운서 조정식, '스브스의 중심에서 힙합을 외치다!'

이한나 기자

기사입력 2017-01-11 14:43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6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아홉 번째 주인공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며 아나운서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SBS 아나운서 조정식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한나 기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아나운서, 조정식을 만나다.

동시대 가장 힙한 아나운서를 꼽자면 이 사람이 아닐까. 종교는 힙합, 래퍼지망생, 힙합꿈나무를 외치며 대한민국 아나운서 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남자. 스브스의 미래라고 불리우는 아나운서 조정식을 만났다.

그 정도가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나운서'하면 단정하고 진중한 느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정식은 그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예능, 중계, 교양, 드라마 카메오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매일 새벽 5시, 아침을 여는 SBS 파워 FM '조정식의 펀펀투데이'의 DJ로, 또 SBS '모닝와이드' 에서 시사 정보를 나누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그는 그가 활동하는 분야만큼이나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진지할 땐 진지하고, 친근할 땐 한 없이 친근한 친구, 동네 형, 삼촌 같은 느낌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힙합을 좋아하는 아나운서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취향을 장점으로 승화해 자신만의 컬러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그것이 기존의 틀이 확고한 분야에서라면 더없이 어려운 일. 그러나 그는 꿋꿋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딛으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를 만나고 느낀 점은 자신만의 컬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톨스토이는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조정식은 그 변화를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지금부터 세상에 없던 아나운서 조정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힙합하는 아나운서'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놀라웠어요. 원래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나요?


네. 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어요. 그 꿈을 키워오다가 대학생이 됐는데 제가 취업을 준비할 시기가 되니까 매해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거의 뽑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레 겁먹기도 했고 포기해야 하나 싶었죠.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도 취업준비를 해야 하니까 광고회사 취업을 목표로 광고 동아리도 했었고, 공모전도 나가고 했어요. 그러다 딱 4학년이 됐는데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도 안해보고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딱 1년만 준비해보자!' 했는데 준비한 지 7개월 만에 합격을 했어요.

- 우와. 7개월 만에 합격이라니 놀라운데요?

제가 입사할 당시 회사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아나운서를 뽑기 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보려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저는 부족한 게 많았는데 기회를 주신 것 같아요.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높게 평가해주셨던 것 같고요. 감사하죠.

-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소수채용이던데 어떤 점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예를 들면 면접 볼 때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냐' 이런 질문들을 받잖아요. 보통은 '저는 스포츠와 예능을 넘나드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라고 한다든지 아나운서 하면 떠오르는 정석의 대답을 하는데 저는 그 때 "제가 아나운서가 되면 강아지 산책을 잘 못시킬 것 같아서. 아나운서가 돼도 강아지와 산책을 자주 나가고 싶습니다" 라고 했어요.(웃음)

그때 그때 떠올랐던 답을 그냥 솔직하게 대답한거죠. 무엇보다 꾸며진 대답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컸고, 또 남들과는 다르게 대답을 하고 싶었어요. 달라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 달라야 한다는 것의 의미가 궁금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잘 녹여서 다른 아나운서들이랑은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된다라고 할까요. 전 다른 사람과 같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아나운서에 대해 생각하는 틀이 있잖아요. 정석의 언행을 하고 굉장히 바른 생활을 할 것 같고요. 물론 제가 남다른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비속어를 쓰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웃음) 아나운서라는 틀을 너무 작게 규정짓기보다는 조금 더 넓게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나운서에 대한 틀이 좀 달라질 때도 된 것 같고요. 제가 그 틀을 넓힐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행보는 확실히 기존의 아나운서랑은 다른 것 같아요. 가장 인상깊었던 프로그램은 '에프엠진'이었는데요. 조정식씨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원래 오전 4시에서 6시까지 '사운드 오브 뮤직' 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개편이 된거예요. 그 당시 방송국에서는 '팟캐스트를 키워보자' 라는 의견이 나왔고 최종적으로는 독특하게 잡지컨셉으로 한 번 만들어보자는 그림이 그려졌고 거기에 제가 편집장으로, 또 DJ로 함께 하게 된거죠. 사실 새벽시간대의 라디오는 아나운서들이 대부분 맡고 있거든요. 아마도 음악도 좋아하고 또 프로그램 특성상 힙합섹션도 잘 이끌 수 있는 사람, 또 여러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뽑으신 것 같아요. '에프엠진'은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방송했어요. 배운 것도 많고요.


- 진행방식도 독특했던 것 같아요. 목소리도 굉장히 다양하게 바꾸시더라고요.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적임자가 아니었나 생각하는데요. 그 이전부터 제가 성대모사 같은 걸 많이 해왔었거든요. 하하. 사실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PD님이랑 작가님들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편집장의 이름을 알렉산더 조라고 정하는 것부터 목소리는 뭘로 할까, 어떤 코너를 만들까… 새벽시간대이기도 했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이었으니까요. '에프엠진'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노력했었죠.

- 라디오는 음악이랑 필연적으로 같이 가는 매체이지만, 그 중에서도 힙합이라는 장르를 다뤘다는 건 굉장히 매니악했던 것 같아요.

힙합이 최근에 대중들에게 인기가 굉장히 많아졌지만 사실 라디오에서 다루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지금까지 거의 없었고 옛날에 MBC FM4U에서 에픽하이 타블로씨가 진행했던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정도로 꼽을 수 있었을까요. 특히나 새벽시간 대에는 힙합을 다루기 쉽지 않죠. 라디오는 DJ의 컬러를 많이 드러내는 매체잖아요. 힙합 라디Yo! 코너 같은 경우는 제가 힙합을 좋아하니까 이끌어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저 때문에 만들어진 코너였다고도 할 수 있고요.

힙합이라는 장르를 조금 더 친근하게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관심 없는 사람들은 랩이 그냥 말을 빨리 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힙합도 그 나름의 역사나 유명한 가수, 라임이라든지 재미있는 요소들이 다양하게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재미있게 대중적으로 풀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래퍼들도 많이 초대를 했었고요.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지면서 저도 방송을 재미있게 했어요.

- 이제는 '조정식의 펀펀투데이'에서 방송하고 있잖아요. 이름 석 자를 프로그램 타이틀에 건 만큼 그 책임감도 커졌을 것 같아요. 어때요?

조금씩 성장한 느낌이에요. 요즘에는 라디오를 저녁 시간대 보다 아침에 많이 듣기 때문에 출근부터 퇴근할 때가 라디오 프라임 타임이 됐어요. '펀펀투데이'는 오전 5시 에서 7시까지 진행하고 있는데요. 딱 해뜨는 시간으로 출근준비시간이랑 맞아 떨어지거든요. 그 시간대를 회사에서도 되게 중요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뭐랄까. 전쟁의 시작이랄까. 확실히 부담이 돼요. 그래도 처음 시작때 보다는 이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편안해졌어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에요. 라디오는 티비나 다른 매체보다 DJ의 색이 되게 강하게 묻어나거든요. 그래서 '에프엠진'에서 '조정식의 펀펀투데이'로 시간대가 바뀌고 프로그램이 이름이 바뀌었어도 제가 가져가는 색깔이 되게 강할 거거든요. 스쳐지나듯 듣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엔 '같은 프로그램인가?' 할 수도 있을거고요. 그 만의 차별점을 내고, 또 프로그램에 제 색깔을 많이 녹여내려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아나운서의 차분한 느낌과 아침을 활기차게 여는 그런 자유분방한 느낌을 같이 가져갈 수 있을까?' 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 그래서 그런지 '펀펀투데이' 1부와 2, 3부의 느낌이 정말 달라요. 반전매력이 있어요.

시간대 별로 차분하게 혹은 발랄하게 두 가지를 모두 한 프로그램에 담는 방식은 '사운드 오브 뮤직' 때부터 고집해온 방식인데요. 이런 것들이 저는 제 성격이나 색깔을 잘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밖에 할 수 없는 코너구성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사실 저는 방송하면서 저한테 외향적인 성격, 내성적인 성격 둘 다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집에서는 조용하거든요. 처음엔 카메라 앞에서 발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었기도 하고요. 그런데 입사하고 '풋볼 매거진 골!'이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또 '모닝와이드'에서 여행하면서 방송하고 하다보니 저에게 그런 명랑한 모습도 있구나를 알게 된거죠. 회사에서도 저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고요. 그렇다보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하니까 라디오에서도 두 가지 모습을 다 보여드리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정신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다행히 많이들 좋아해주시더라고요.(웃음)

- 내성적이었다니, 되게 의외네요.

지금도 집에 가면 말 잘 안해요. 쉴 때는 밖에도 잘 안나가요. 이게 되게 웃긴게 대학생일 때는 술자리가서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장난하고 지금 방송하는 것처럼 하는 걸 되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뭔가 제 안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이런 걸 좋아했던 것 같은데 방송국에 들어오고 이걸 일로 하다보니까 오히려 집에 있을 때는 조용해지는 것 같아요.

사실 두 캐릭터가 굉장히 다르지만 절대 일부러 만든 건 아니에요. 그게 다 제 모습이에요. 라디오를 들으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어떤 분들은 활기찬 하루를 위해서 아침부터 신나는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을거고요. 또 어떤 분들은 너무 시끄럽거나 빠른 음악보다는 잔잔한 음악을 듣고 싶을 수 있고요. 프로그램을 맡게 됐을 때 저는 그 두 가지를 다 녹여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어요.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하는 방송, 소통하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 소통, 라디오는 특히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잖아요. 어려웠던 적은 없었나요?

지금은 조금 편해졌어요. 사실 '펀펀투데이' 정도만 돼도 재미있는 사연들이 많이 오거든요. 오전 9시 이후부터 심야까지는 연애, 직장상사 욕, 친구랑 있었던 일 등등 재미있는 사연들이 많이 와요. 그런데 저는 새벽 4시 라디오로 처음 DJ를 시작했으니까요. 그 시간대 방송은 힘든 일을 하시거나 어쩔 수 없이 깨어있는 분들이 많이 들으시기 때문에 보통 사연이 '운전하는데 졸려요. 힘들어요. 아기가 자꾸 깨요. 지금 편의점인데 손님이 진상이에요' 등의 내용이거든요. 절대적인 사연의 양도 많지 않고요.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한정된 사연의 양을 가지고 1년 365일 매일을 두 시간을 항상 끌어 나가야 되니까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어제랑 다르게, 6개월 전이랑 다르게 하려다보니까 다른 DJ 분들보다는 위기상황에 대한 단련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좋은 환경에서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보통 DJ들은 티비나 다른 곳에서 인기를 얻은 다음에 프라임 시간대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처럼 새벽부터 점점 해뜨는 시간대로 점점 옮겨가는 경우는 드물죠. 저는 스스로 계속 성장하고 승진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 경험으로 트레이닝이 됐기 때문에 되게 트레이닝이 지금 라디오를 더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어서 좋고요.


- 트위터에서부터 인스타그램까지 팬들과 SNS 로 소통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바로바로 리액션이 돌아오는 커뮤니케이션에 매력이 느껴요. 생방송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대화하듯이 방송 하는 게 좋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팩트 위주로 전달하는 방송 분야보다는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감각적인 방송을 하는 데에 더 맞는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 지 모르겠어요.

- 어렸을 때 부터 꿈꿨던 아나운서가 됐으니 이제 더 큰 목표가 생겼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집에서 제가 10년 전, 대학생 때 제출했던 레포트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제 꿈을 낮에는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밤에는 홍대에서 래퍼로 공연을 하고 싶다고 썼더라고요. 물론 지금 제가 홍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하고 있는 방송, 일에서 힙합을 많이 녹여내고 있으니까 사실 어느정도는 그 때 꿨던 꿈에 가깝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지금 다시 10년 후를 그리라고 한다면 힙합을 좋아하니까 랩도 하면서 그 힙합의 색을 많이 살릴 수 있었으면 해요. 그 여정에서도 라디오는 되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아요. 일단 라디오 자체가 음악과는 필연적으로 함께 가는 매체이기 때문에 연결고리도 많고요. 만약 제가 노래를 만든다면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채널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니까. 지금 하고 있는 방송 중에 라디오에 가장 애착이 많이 가요. 계속 하고 싶고요.

-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자신만의 컬러를 드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대중들의 취향은 빨리 변하죠.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책도 많이 보고 강연도 들으러 가고 할텐데 현실적으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실시간 반응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에요. 저한테 되게 큰 원동력이 되어주는 곳은 잉여들의 공간, 덕후 기질이 다분한 커뮤니티들도 참고 하는 편이에요. 인터넷을 통해서 바로 방송에 적용할 수 있는 소스들도 많이 얻고 있고요. 또 뉴스나 핫한 방송 프로그램은 꼭 챙겨보고 있어요. 유투브 영상도 많이 보는 편이고, 새로나온 음악이나 뮤직비디오도 놓치지 않고 보려고 해요.


2012년, 처음 입사할 때 가장 궁금했던 건데 아나운서를 뽑을 때 분야별로 적임자를 뽑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예를 들면 '얘는 라디오를 시켜야겠다, 혹은 중계를 시켜야겠다' 이렇게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보니 아니더라고요. 물론 타 방송국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SBS에서는그런 계산이 없대요. 정말 가능성을 보고 뽑는거죠. 그렇다보니 선배들도 여러가지를 다양하게 경험하게끔 기회를 주세요. 그리고 '3-4년 차가 되면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가 있을 거다' 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저는 올해 5년 차가 되는데 작년을 돌이켜보면 매주 예능, 교양, 뉴스, 라디오, 중계를 돌아가면서 다 했더라고요. KBS, MBC, SBS 3사에서 저 밖에 없었어요. 그냥 주어진 방송을 매주 해온 건데 다 그게 경험이더라고요. 일단 전 라디오가 제게 잘 맞는 건 확실히 알게 됐고요. 이제 나머지 분야들 중에 특별히 어느 쪽에 더 잘 맞는지는 아직 찾고 있어요. 앞으로 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에너지를 어느 한 쪽에 모아야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여러가지 더 많은 경험 하면서 차차 풀어나가야죠.

- 앞으로 어떤 방송을 하고 싶어요?

제 생각엔 방송 환경이 앞으로 정말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앞으로는 매스미디어 세상은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하고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니치 콘텐츠를 다채롭게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큰 인기를 얻는 방송인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가질 수 있는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프로그램을 10개 씩 하는 MC들도 있지만 앞으로의 그 비전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 두 개라도 제 방송을 꼭 보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잘 할 수 있는 MC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는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트렌드를 만드는 세상이 올 것 같아요. 그 곳에서 저와 비슷한 색채를 가진 사람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송도 하고 싶고요. 아나운서의 딱딱한 틀을 벗어나서 다양한 걸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 좋은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 에서 '에프엠진'은 저한테 정말 소중한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에 있어서 한 명의 제작자로서 보람도 많이 느꼈었고요.


새롭게 재미있는 걸 많이 해보고 싶어요. 시트콤이나 예능출연도 좋고요. 이제 점점 연차도 쌓이고 그런 걱정도 많이 해요. 저도 어떻게 보면 30대 중후반이 되면 팀에서 가장 중심을 잡으면서 일을 많이 해야되는 시점이 오거든요. 그 시점이 오기 전에 계속 도전해봐야죠.

- '에프엠진' 이라든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선보였던 랩Q 같은 것들을 봤을 때, 방송국에서도 그런 새로운 도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네.다행히 받아들여주고 또 조금씩 재미있는 기회들을 주시더라고요. 리우올림픽때 방송됐던 랩Q같은 경우에는 원래는 SNS, 웹 채널에서 풀려고 했었는데 보여드렸더니 반응이 좋았어서 TV로도 많이 나갔거든요. 다가올 평창올림픽이나 월드컵 때에 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재미있게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조금씩 더 활동범위를 넓혀가면 저에게 꼭 맞는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요.

- 그런 기회들이 그냥 주어지지는 않잖아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진짜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하고 싶다고 말하는 편이에요. 뉴스나, 중계 뿐만 아니라 예능 출연이나 시트콤 출연을 하고 싶다고 어필하기도 하고요. 주어진 일 외에도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계속 고민하면서 만들어가는거죠.

- 계속 성장하는 중이네요.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아직은 뭔가 이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말 그대로 계속 성장하는 중이에요. 저는 사실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은 없어요. 그냥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 재미있고 좋거든요. 아나운서 타이틀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사실 언더그라운드에 랩 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힙합을 좋아한다는 게 더 돋보이는 거고 방송을 하면서 제가 랩을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부분을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그런 영향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단지 지금까지 없었던 아나운서라는 이야기는 듣고 싶어요.


작년 말에 신입 아나운서들이 들어왔어요. 선배분들 말씀이 신입사원 면접 때 지원자들이 제 얘기를 많이 했대요. 저를 성대모사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랩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대요.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나운서를 꿈꾸는 친구들한테 희망이 되고 있구나' 싶어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이제 조금 더 내 영역을 확고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잘해야죠. 기대해주세요.


halee@sportschosun.com 사진 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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