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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제공= 한큐바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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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온라인 바둑계에 홀연히 등장해 커제, 박정환 등 한중일 최고수들을 무참히 쓰러뜨린 복면기왕(棋王)의 정체는 추정대로 인공지능(AI) 알파고였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을 통해 국내팬들에게 친숙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파고의 새 시제품을 시험하고자 '마스터'와 '매지스터'라는 ID로 온라인 바둑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매지스터(Magister)는 지난해 말 한국 바둑사이트 타이젬에 나타나 세계 정상급 기사들을 상대로 30연승을 거뒀다. 이어 마스터(Master)란 ID로 중국 사이트 한큐바둑으로 무대를 옮겨 자신을 이기면 상금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주겠다는 도발적인 제안을 던졌다. 마스터는 지난 2일과 3일 이틀 동안 역시 세계 최고수들을 상대 무려 20판을 둬 전승을 거뒀다. 매지스터부터 따지면 50연승의 가공할 기록이다.
중국의 커제 9단, 한국의 박정환 9단,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 등 세계 최고수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20국에서 마스터는 초반부터 가볍게 집의 우위를 점하고 끝날 때까지 거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17회는 불계승, 3회의 계가바둑도 집 차이만 좁혔을 뿐 승부의 격랑은 일지 않았다. 완벽 그 자체. 바둑의 신(神)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런 바둑을 두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마스터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마스터의 기풍은 의연하고 부드러우며 대범하다. 귀의 실리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엄청난 대마싸움의 바꿔치기도 계산이 이뤄지면 흔쾌히 실행한다. 수천 년 동안 실전을 통해 진화하고 축적된 바둑의 틀을 무시하고 철저한 가치판단으로 제 갈 길을 찾아간다.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은 마지막 20번째로 등장해 마스터의 완벽성에 균열을 내고자 패기 있게 덤벼들었다. 반상 도처에서 충돌하고 기세의 고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버텼지만 허망한 몸부림일 뿐이었다. 커제 역시 초반부터 차이 난 집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는 "바둑 단체와 협의해 올해내 공식 대국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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