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생각의 사춘기' 악동뮤지션의 세상은 거꾸로 돈다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7-01-03 15:10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악동뮤지션은 세상을 거꾸로 본다. 태어날 때부터 캠코더로 일상을 기록했다면 어땠을까('생방송')란 상상부터 아메리카노보단 핫초코에 가까운 사랑에 대한 정의('Chocolady')까지, 남매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투명하기만 하다. 저속한 유행어에서 해법을 찾지 않아도 자극적인 MSG를 첨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을 건드리는 음악. 악동뮤지션의 새 앨범 '사춘기'는 인공조미료 없는 천연음악이라 부를 만 하다.

"순수한 음악의 본질을 지키면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는 이찬혁의 말처럼, 여러 장르를 다루면서 악동뮤지션의 가장 원초적인 색은 드러난다. 여기에 기계음은 찾아보기 힘든, 청량한 음악에는 자극적인 포인트 하나 없다. 그저 남매가 바라본 일상의 발견, 기쁨 슬픔의 감정을 조용히 마음에 저미는 식이다. 억지로 귀에 박히는 후렴구를 배치한다거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애써 감정을 쏟지 않아도 슬픔을 전달할 수 있는 고급기술이다.

데뷔 초창기의 음악이 유머러스한 10대의 노래였다면, 5년이 지난 지금의 악동뮤지션은 성인을 포용할 수 있는 노래다. 통기타 선율과 웃음이 터지는 재미있는 가사에 독특한 리듬의 랩까지 더해진 노래는 이제 진짜 사춘기를 겪듯 한층 더 성숙해졌다. 악동뮤지션이 말하는 '사춘기'는 10대에 찾아오는 예민한 시기가 아닌, '많아진 생각'에 초점을 맞춘 키워드다. 누구나 겪는 '생각의 사춘기', 즉 '생각에 봄이 오는 시기'를 뜻하는 말이다.

그간 재치가 돋보이는 자작곡으로 화제가 된 악동뮤지션은 이번에 기발한 발상 뿐 아니라 한층 성숙해진 감정을 드러내며 일상의 얘기를 담아냈다. 전작 '사춘기(상)'과 마찬가지로 멤버 이찬혁이 전곡 작사, 작곡을 맡아 악동뮤지션의 세계관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찬혁이 써내려간 성장스토리에 이수현은 청량하고 맑은 목소리를 더해 사춘기 앨범을 완결지었다. 보다 폭넓게 접근이 가능했고 위트있는 표현력은 여전히 듣는 재미의 역할에 충실한다.


'스마트폰으로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땐 밝기를 최저로 해야 한다'('리얼리티'中)고 티 없이 솔직하게 말하다가도, '별 하나 있고 너 하나 있는 그곳이 내 오랜 밤이었어'('오랜 날 오랜 밤'中)라고 제법 성숙할 줄 아는 스무살 이찬혁의 시선에서 8곡의 노랫말이 나왔다. 수록곡에 심오한 뜻의 노랫말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단어, 말투 하나하나가 더욱 진하게 귀에 박힌다. 트랙리스트의 순서까지 세밀하게 배열한 스토리텔링도 인상적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성장하고 집에 들어와 지난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의 흐름 순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 말 못하는 외국인이 되어버린다던 10대 남매가 어느새 일상을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서정적인 멜로디 외에도 주목할 점은 이찬혁의 노랫말인데, 모든 곡은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공감을 꿰뚫는다는 점이다. 뭔가 뜨겁게 가슴을 자극하진 않아도 편안하게 공감을 건드린다. 과장되지 않은 정직함을 머금고 있으니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그저 소박한 악동뮤지션 남매의 현재가 담긴 자기고백이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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