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엄정화, 섹시퀸은 건재했다..순위보다 중요했던 '열정'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6-12-27 09:39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이번 앨범으로 예전 인기를 되찾겠단 기대나 포부는 없어요."

8년이 흘렀다. 거창한 1위 공약이나 음원 순위는 아무 의미 없었다. 거대한 목표를 밝히기 보다, 그저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26일 신곡 첫 무대에 오르기 전, 엄정화는 SNS를 통해 "여전히 멋지게 무대에 설 수 있고 새로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가요계에서 여자솔로 가수로 제 나이에 해내기엔 제약이 너무 많았다. 소중한 무대를 즐기겠다"는 진심도 털어놨다.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가수' 엄정화의 복귀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도전이다. 그간 배우로 기억된 엄정화는 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대표 섹시 여가수다. 김완선 뒤엔 엄정화가 있었고, 후에 이효리가 그 계보를 이었다. 댄스곡에 섹슈얼티가 더해진 이른바 섹시 콘셉트가 폭발력을 가졌던 당시 가요계에서 '디바'의 위치는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엄정화는 27일 새 앨범 'The Cloud Dream of the Nine(구운몽)'을 발매했다. 꿈의 문학 '구운몽(九雲夢)'을 테마로 한 이 앨범은 엄정화가 꿈꾸는 '아홉 개의 꿈'을 각기 다른 스타일의 9곡으로 표현했다. 엄정화만의 캐릭터를 위해 가요계 신구 프로듀서들이 뭉친 콘셉트 앨범으로, 뮤지션 엄정화의 새로운 출사표를 의미하기도 한다.

분위기에 따라 변신하는 팔색조 매력을 보여주겠단 의지에서 더블 타이틀곡을 택했다.

첫 번째 타이틀 곡 '와치 미 무브'(Watch Me Move)는 중독적이다. 후렴구에 반복돼서 나오는 가사 '와치 미 무브'는 최근 전세계로 유행하는 딥 하우스 장르의 업템포 댄스곡으로, 세련된 무대 구성과 잘 어우러진 노래다. '저기 자그만 한줄기 빛을 쫓아가 / 이 선을 넘어 이젠 날 따라와 좀 더 특별한 너만을 보여봐'란 유혹의 노랫말도 인상적이다. 몽환적이면서도 강약을 주는 구성은 남자댄서들과 꾸민 군무와도 어울려 강렬한 느낌을 전달했다.

'와치 미 무브'의 키워드가 '카리스마'였다면, 또 다른 타이틀곡 '드리머(Dreamer)'는 '감성'이다. 슬프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돋보이는 일렉트로니카 기반의 댄스곡으로, 이미 댄스와 발라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있어 탁월한 곡 소화능력을 보여준 엄정화의 맞춤곡이기도 하다. 마이너 코드의 슬픈 멜로디가 더해진 감성 댄스곡이 완성됐다.


엄정화는 이번 앨범을 미스틱 엔터테인트와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1년간 가수 복귀를 준비해 왔다. 특히 엄정화와 프로듀서진의 조합은 인상적이다. 조영철, 작사가 김이나, 작곡가 이민수 등 '조영철 사단'은 아이유를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리고, 가인을 새로운 섹시 아이콘으로 그려낸 드림팀으로 세밀하게 엄정화의 새 캐릭터를 그렸다.


프로듀서와 긴밀한 공조로 곡 작업을, 곡에 맞는 콘셉트를 정한 후에는 의상, 안무, 뮤직비디오가 하나로 이어지게끔 했다. 작사, 작곡, 의상, 안무, 뮤직비디오 등 프로덕션이 일관성을 갖추면서도 세밀하게 조합된 스토리를 만들어낸 셈이다. 섹시한 카리스마, 혹은 감성적인 느낌을 고루 표현한 스토리 음반이다.

새 음반은 발매와 동시에 엠넷차트 1위에 올랐지만 여러 아이돌 가수들과 음원 강자들에 차트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용기를 내 무대에 오른 그의 열정이다. 엄정화가 몇 년 전 갑상선 수술 후 "노래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진단에도 굴복하지 않고, 도전 끝에 완성해낸 앨범이기에 더욱 값진 의미가 담겨 있다. 가요계에서 화려한 90년대를 보냈던 엄정화가 또 다른 의미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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