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재영 "모델로서의 제 자신을 깨보고 싶었어요"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12-23 13:44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배우 그리고 모델, 김재영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준수한 외모, 훤칠한 키. 누가 봐도 모델임을 단번에 알아볼 만한 프로포션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히 스크린을 통해 김재영을 마주하면 그의 또 다른 모습들이 발견된다. 신경질적인 눈빛, 내지르는 말투, 거침없이 상대를 내려치는 자신감 같은 것들. 김재영은 모델로서의 '멋'있는 단면을 벗고 진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영화 '두남자'속 악역을 통해서다.

'두남자'에서 김재영은 말 그대로 제대로 삐뚤어진 금수저인 성훈을 연기했다. 절도를 일삼는 가출팸 리더 진일(최민호)과 여자친구 가영(다은)을 집요하게 쫓으며 괴롭히는 영화에서 가장 '나쁜 놈'이다. 영화로는 이제 두번째 작품이지만 존재감은 강렬했다. 그 잔상이 남아 앞에 마주 앉은 김재영에 긴장할 정도다. "왠지 무섭다"며 농담을 던지니 김재영은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였다. 선악을 오가는 이러한 묘한 점이 영화 속 캐릭터를 완성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초반에는 악역이라 해서 무조건 센 이미지를 풍기려 했어요. 잘못 생각했던 게 '나 나쁜 놈이야'를 대놓고 드러냈죠. 그런데 감독님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힘을 빼라. 웃는 얼굴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이후엔 오히려 최대한 그런 악역스러운 행동을 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진짜 잘못이 잘못인 걸 모르는 느낌으로 해야 사람들이 봤을 때 더 무서울 수 있잖아요. 실수를 해도 그게 진짜 잘못인지 모르는 상태. 연기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했는데, 살짝 삐딱해 보이는 인상(?) 덕에 칭찬을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실제 김재영이 '두남자'에 캐스팅되게 된 사연도 그 인상 덕이다. 이성태 감독이 동명이인의 배우를 검색하다 우연히 본 김재영의 사진이 너무도 성훈과도 같은 악한(?) 느낌이 들어 함께하게 됐다고. 독특한 경우다. "처음에는 신기했어요. 사진을 보시고는 연기를 하는 친구인지도 모르고 '쟤 누구냐' 싶어 캐스팅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뵈었을 때도 '솔직히 말해봐, 악한 애 아니냐?'고 하실 정도니까요. (웃음) 실제 코칭도 연기하지 말고 그냥 '너'같이 해보라고 하셨죠."


영화 '두남자' 스틸컷
2010년 모델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활동하다 2013년 청춘극 '노브레싱'을 통해 발랄한 고교 수영선수 역으로 연기에 첫발을 디뎠다. 브라운관을 통해서는 꾸준히 모습을 보여오긴 했지만, 이토록 악역은 처음이다. 부담감을 딛고 해낸 성과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저런 연기를 하는 친구가 있구나 그런 점을 알리게 된 게 좋아요. 연기하며, 작품을 해나가면서 김재영이라는 사람이 크게 관심을 받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영화에선 임팩트가 있었던 캐릭터다 보니 하고 나서부터 좀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기쁘네요."

실제 고등학교 때의 모습은 어땠냐고 물었더니 "장난기가 많았어요. 남중, 남고를 나와서 그런지 다들 드셌거든요. 그러다 보니 싸움도 많이 했던 것 같고, 부모님 속도 썩였던 것 같아요. 근데 다 그랬던 추억들이 이렇게 써먹을 수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너스레를 떠는 김재영이지만, 배우의 길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고 분명했다.

"모델로서의 저 자신을 깨고 싶었어요. 모델이라고 하면 카리스마 있어야 하고 왠지 시크해야 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닫게 되더라고요. 웃는 것도 어색해지고. 누군가 앞에서 찰나의 멋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요. 배우란 직업은 그런 저를 깨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영화 내내 문득문득 패셔너블한 느낌도 많이 받았다. 모델로서도 배우로서의 얼굴도 다 가진 김재영의 장점 덕분이다. 모델 출신 연기자들의 최고 장점이기도 하다. 가장 멋있는 찰나를 연기하다가 가장 멋있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배우 김재영은 모델 김재영을 버려야 하는 점이 아쉽지는 않을까. "모델 일은 단면적인 부분이 많아요.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고. 그리고 말도 잘 하지 않아도 되고 순간 집중력으로 쇼를 통해 보여주면 돼요. 근데 연기는 누군가와 대화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이런 순간적인 것보다는 장기적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연기를 하며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각자의 인물들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배우의 그런 점이 좋아요."

이미 김우빈, 김영광, 홍종현 등 대다수 모델들이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모델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지만 이는 장점이기도 하다. "죄송스러운 것도 있어요. 또 모델에서 연기자로 들어오는구나 라는 인식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서 모델 출신 배우들이 욕 안 먹게 해야죠.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있다 보니까요. 이미 잘된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배우로서 꿈꾸는 롤모델이 있을까. "이병헌 선배님이요. 그분의 연기를 보면 정말 가슴으로 와 닿는 것 같아요. 감정 연기를 할 때 슬퍼하는 신이면 '내가 울어야돼'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남이 울어야 맞는거더라고요. 이병헌 선배는 '내가 이사람 사랑해'하면 정말 눈빛으로 사랑할 것 같은,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어요."


"올해는 연기자로서의 시발점이 되었던 해라고 생각해요. 쉬지 않고 일했고, '두 남자'라는 영화를 통해 저를 몰랐던 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셨기에, 연기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됐기도 했고요. 사실 배우라는 타이틀은 얻기 굉장히 힘들잖아요. 모델 김재영도 좋지만 배우 누구, 그런 인식이 될 수 있는 배우의 모습을 하고 싶어요. 욕심이 있다면 '연애의 온도'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같은 현실적인 로맨스들을 해보고 싶어요. 시작하는 친구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많네요(웃음)."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 이새 기자 06sej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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