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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원근(25)이 데뷔 5년 만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급성장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노력'이었다 .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그물'로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진 이원근은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씨네필에 얼굴을 알렸다. 또한 '여교사'로 단번에 주연을 꿰찼고 내년 개봉 예정인 '환절기'(이동은 감독) '괴물들'(김백준 감독)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까지 캐스팅되며 명실상부 '충무로 블루칩'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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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입성, 주연 캐스팅 등 데뷔 5년 차 많은 행운과 기회를 얻은 이원근은 단시간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대본 암기'를 비법으로 꼽았다. 그는 "드라마도 영화도 촬영이 들어가기 전 모든 대사를 암기한다. 드라마는 첫 방송이 되기 전 대게 4부까지 대본이 나오는데 4부에 등장하는 내 장면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역의 대사를 외운다. 영화도 첫 촬영이 들어가기 전 모든 대사를 외워 현장에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사를 외우지 않고 현장에 가면 스스로 불안해서 연기에 집중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배우와 실력이 부족한 배우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력이 부족한 배우이지만 이걸 극복하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하고 이 연기론은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대사를 외우고 가면 다른 부분에서 집중할 수 있고 선배들, 스태프들에게 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적어도 민폐 후배가 되지 않는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이다"고 남다른 신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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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배우가 김태훈 선배다. 우연히 김태훈 선배의 대본을 보게 됐는데 자신의 대사에 체크를 하지 않더라. 대게 자신의 대사에 표시해 잘 보이도록 편집하는데 김태훈 선배는 그러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자신의 대사만 체크해 놓으면 다른 배우들의 대사를 안 보게 된다고 하더라. 결국 극 전체를 읽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했다. 김태훈 선배의 말을 듣고 굉장히 부끄러웠다. 당시만 해도 내 대사 외우기에만 급급해 다른 배우의 상황과 대사를 보지 못했는데 김태훈 선배의 조언으로 큰 그림을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그 이후 대본 전체의 대사를 외우기로 다짐했다. 확실히 대본 전체의 대사를 외우니 상황 파악이 빨리 됐다. 지금도 그 습관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이게 조금이나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비법이 아닐가 싶다"고 웃었다.
100% 대사를 외운 상태로 완벽히 '여교사' 촬영에 돌입한 이원근이었지만 그럼에도 막상 캐릭터를 대면하자 어떤 감정선을 잡아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그는 "재하의 감정선이 처음엔 어려웠다. 김태용 감독은 재하에게 성숙하지 못한 어린애로 보이길 바랐지만 내가 봤을 때는 너무 소홀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처음엔 방향을 잡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태용 감독이 말하는 재하의 감정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김태용 감독은 '오늘 찍을 신만 집중해서 연기해라'고 말해줬고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됐다. 100% 대사를 다 외운 상태라 대사로 NG를 내진 않았지만 감정선을 잡는데 여러모로 힘든 지점이 많았다"고 답했다.
한편,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질투를 그린 작품으로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이 가세했다. 국내 최연소 칸국제영화제 입성, '거인'으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김태용 감독의 신작이다. 내년 1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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