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원근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 모든 대사 100% 암기"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12-23 08:08


영화 '여교사'의 주연배우 이원근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2.2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원근(25)이 데뷔 5년 만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급성장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노력'이었다 .

치정 멜로 영화 '여교사'(김태용 감독, 외유내강 제작)에서 무용특기생 남제자 신재하 역을 맡은 이원근. 그는 22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2012년 방송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운(송재림)의 아역으로 데뷔한 이원근은 이후 SBS 드라마 '유령', 2013년 KBS2 '일말의 순정' SBS '열대', 2014년 JTBC '12년만의 재회: 달래 된, 장국' SBS '비밀의 문', 2015년 SBS '하이드 지킬, 나' KBS2 '발칙하게 고고'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괴물 신예'다. 올해 여름엔 tvN '굿와이프'에서 로펌MJ 정규직 채용을 두고 김혜경(전도연)과 경쟁하는 신임 변호사 이준호 역을 소화해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그물'로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진 이원근은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씨네필에 얼굴을 알렸다. 또한 '여교사'로 단번에 주연을 꿰찼고 내년 개봉 예정인 '환절기'(이동은 감독) '괴물들'(김백준 감독)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까지 캐스팅되며 명실상부 '충무로 블루칩'으로 등극했다.


특히 이원근은 내년 극장가 포문을 열 첫 번째 신작 '여교사'에서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충격을 전할 예정. '여교사'에서 신재하를 연기한 이원근은 맑은 웃음,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싱그러운 젊음을 상징하는 고등학생 신재하를 연기한다. 임시 담임교사 박효주(김하늘)와 이런 박효주의 후배이자 신입 정규직 교사로 부임한 추혜영(유인영) 사이 갈등을 유발하며 '여교사'를 이끈다.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영악함으로 두 여교사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며 보는 이에게 아슬아슬한 묘미를 전한다.

무엇보다 이원근은 '여교사'에서 무용특기생 신재하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전 수개월 매일 10~12시간가량 발레 연습을 하는 노력을 보였고 신인으로서 쉽지 않은 파격적인 전라 노출, 베드신을 도전해 화제를 모았다.

베니스영화제 입성, 주연 캐스팅 등 데뷔 5년 차 많은 행운과 기회를 얻은 이원근은 단시간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대본 암기'를 비법으로 꼽았다. 그는 "드라마도 영화도 촬영이 들어가기 전 모든 대사를 암기한다. 드라마는 첫 방송이 되기 전 대게 4부까지 대본이 나오는데 4부에 등장하는 내 장면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역의 대사를 외운다. 영화도 첫 촬영이 들어가기 전 모든 대사를 외워 현장에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사를 외우지 않고 현장에 가면 스스로 불안해서 연기에 집중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배우와 실력이 부족한 배우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력이 부족한 배우이지만 이걸 극복하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하고 이 연기론은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대사를 외우고 가면 다른 부분에서 집중할 수 있고 선배들, 스태프들에게 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적어도 민폐 후배가 되지 않는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이다"고 남다른 신념을 밝혔다.



이원근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배우가 김태훈 선배다. 우연히 김태훈 선배의 대본을 보게 됐는데 자신의 대사에 체크를 하지 않더라. 대게 자신의 대사에 표시해 잘 보이도록 편집하는데 김태훈 선배는 그러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자신의 대사만 체크해 놓으면 다른 배우들의 대사를 안 보게 된다고 하더라. 결국 극 전체를 읽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했다. 김태훈 선배의 말을 듣고 굉장히 부끄러웠다. 당시만 해도 내 대사 외우기에만 급급해 다른 배우의 상황과 대사를 보지 못했는데 김태훈 선배의 조언으로 큰 그림을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그 이후 대본 전체의 대사를 외우기로 다짐했다. 확실히 대본 전체의 대사를 외우니 상황 파악이 빨리 됐다. 지금도 그 습관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이게 조금이나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비법이 아닐가 싶다"고 웃었다.

100% 대사를 외운 상태로 완벽히 '여교사' 촬영에 돌입한 이원근이었지만 그럼에도 막상 캐릭터를 대면하자 어떤 감정선을 잡아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그는 "재하의 감정선이 처음엔 어려웠다. 김태용 감독은 재하에게 성숙하지 못한 어린애로 보이길 바랐지만 내가 봤을 때는 너무 소홀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처음엔 방향을 잡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태용 감독이 말하는 재하의 감정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김태용 감독은 '오늘 찍을 신만 집중해서 연기해라'고 말해줬고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됐다. 100% 대사를 다 외운 상태라 대사로 NG를 내진 않았지만 감정선을 잡는데 여러모로 힘든 지점이 많았다"고 답했다.

한편,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질투를 그린 작품으로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이 가세했다. 국내 최연소 칸국제영화제 입성, '거인'으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김태용 감독의 신작이다. 내년 1월 4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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