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결산②] 서현진-공효진-전지현, SBS 승리의 여신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2-22 14:5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드라마 자존심은 여우들이 세웠다.

2016년 SBS 드라마의 부흥을 이끈 건 여배우들이었다. 월화극에선 '낭만닥터 김사부'의 서현진이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부진을 씻었고, 수목극에선 '질투의 화신' 공효진이 쏘아올린 공을 '푸른바다의 전설' 전지현이 멋지게 날렸다.


'낭만닥터 김사부' 서현진은 화끈한 변신으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서현진은 tvN '식샤를 합시다2', '또 오해영' 등을 통해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로코퀸'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나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미친고래' 윤서정 역을 맡아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냈다. 과거 모친의 자살현장을 목격하고 약혼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트라우마와 싸우며 진짜 의사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그런가 하면 음주운전으로 여러 생명을 앗아놓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갑질을 일삼는 진상 모자에게는 "사과할 수 없다"며 맞서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도 했다. 또 강동주(유연석)과의 틈새 멜로로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김사부(한석규)와의 사제 케미로 극의 윤활류 역할을 해냈다. 덕분에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청률 20%를 돌파, 전작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부진을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수목극 부활 신호탄은 '질투의 화신' 공효진이 쐈다.

사실 '질투의 화신'은 불안요소가 많았던 작품이다. 작품 방영 전부터 KBS와 SBS 사의 편성 눈치 싸움이 벌어져 구설이 일기도 했고, 전작 '원티드'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작품 흥행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명불허전 '공블리' 파워는 이번에도 통했다. 공효진은 전작 '프로듀사'에서 보여줬던 까칠한 이미지를 지워내고 짠하고 사랑스러운 표나리로 완벽 변신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표나리 캐릭터는 호불호가 갈릴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고정원(고경표)과 이화신(조정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두 사람과의 동거까지 제안하는, '어장관리녀'로 찍힐 가능성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효진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계약직 인생 표나리가 안정적인 인생(고정원)과 로망(이화신)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질투의 화신'은 '원티드'로 침체됐던 수목극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바통은 '푸른바다의 전설' 전지현이 이어받았다. '푸른바다의 전설'은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이 의기투합하고, SBS의 간판PD 진혁PD와 한류스타 이민호가 합류했다는 점 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 자체를 뜯어봤을 때는 위험요소가 다분했다. 판타지의 대상이 외계인에서 인어로 바뀌었을 뿐, '별에서 온 그대'와 '푸른 바다의 전설' 사이에서 그다지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캐릭터 성격과 스토리 플롯이 모두 비슷했던 만큼, '별에서 온 그대'의 아류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베일을 벗은 '푸른 바다의 전설'은 우려했던대로 '별에서 온 그대'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미워할 수 없는 푼수 톱스타 천송이와 인어는 너무나 비슷했고, 완벽한 스펙과 능력을 갖춘 남자주인공이 등장하고 이들을 해치려는 악역이 기회를 노린다는 스토리 구조도 너무나 닮아있었다. 하지만 닮아도 너무 닮은 두 작품에서 차이점을 느끼게 한 건 전지현의 연기였다.

하루만에 원어민 수준으로 한국말을 구사한다거나, 발차기 한번에 장정 여럿을 쓰러뜨린다거나 하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설정은 '인어'라는 판타지로 모두 커버했다.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인어의 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귀엽고 신기했고, 거기에 적응해나가는 인어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허술한 구성의 틈새는 허준재(이민호)를 향한 사랑으로 커버했다.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인어의 사랑에 조금씩 인간미를 회복하는 허준재의 모습이 그려지며 보는 이들마저 미소짓게 만들 정도의 힐링 로맨스가 완성됐다. 만약 전지현이 아니었다면, 누가 인어 판타지를 이토록 완벽하게 구현했을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이처럼 SBS 드라마는 여신들의 활약에 힘입어 부활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17년에도 이런 기분좋은 여풍(女風)이 이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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