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16년 드라마계에는 남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려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남풍 효과를 본 것은 SBS다. KBS와 MBC가 각각 수애 김하늘 조여정 송혜교, 최강희 장나라 문채원 채지우 등 톱클래스 여자 배우들을 기용해 작품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구현하려 했던 것에 비해 SBS는 온전히 남자 배우들의 힘에 기대 작품을 살려냈다.
육룡이 나르샤'의 유아인은 광기에 사로잡힌 이방원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대세 배우'의 클래스를 입증했고, '닥터스'의 김래원은 달달한 멜로남으로서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남궁민은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소름돋는싸이코패스를 연기한데 이어 '미녀 공심이'에서는 바르고 건강한 청년 안단태로서 따뜻한 로맨스 연기를 펼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딴따라'의 지성이 펼친 하드캐리 역시 잊지 못할 포인트다.
그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낸 건 배우 한석규다.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로 3년 여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한석규는 명불허전 연기력을 뽐내며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김사부는 천재적인 실력을 지녔지만 기득권의 압박에 밀려 좌천돼 돌담병원에 머무는 인물이다. 하지만 의사로서의 신념을 잃지 않고 윤서정(서현진)과 강동주(유연석)을 트레이닝 시킨다.
한석규는 과장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완벽한 완급 조절로 극을 이끈다. 김사부의 묵직한 존재감이 없었다면 신념을 지키기 위해처라면 앞뒤 안가리는 다혈질 윤서정과 흙수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의사로서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강동주의 나약함 사이에서 극 자체가 흔들렸을 것이다. 한석규는 그만의 연기 내공으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튀어나가지 않도록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언제나 여유롭게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짓고 다니지만, 환자 앞에서는 순식간에 돌변해 카리스마 닥터로 변신하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특유의 보이스톤은 김사부가 매회 사회를 향해 날리는 촌철살인 일침에 무게감을 더한다. 한석규가 이끌고 서현진과 유연석이 미는 구도가 성립되면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청률 20%대를 가뿐하게 돌파, 월화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목극 '질투의 화신'의 조정석도 빼놓을 수 없다. 조정석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러나 '질투의 화신'은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3년 동안 자신을 쫓아다녔던 표나리(공효진)에게 역으로 빠져들고, 친구 고정원(고경표)과 연적으로 대치하는 과정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쿨한 상남자인척 하지만 표나리와 고정원을 볼 때마다 질투에 눈이 멀어 자꾸 찌질한 행동을 하는 이화신(조정석)의 모습은 마치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괴롭히는 초등학생을 보는 것처럼 귀엽고 짠했다. 그렇게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다가도 표나리가 곤경에 처할 때면 헬기까지 대령하는 등 듬직한 직진 로맨스를 보여주며 여성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남성 유방암에 걸린 마초 캐릭터라는 아이러니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의식을 꼬집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믹 신파 멜로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조정석의 연기 스펙트럼에 힘입어 '질투의 화신'은 매 방송마다 큰 화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준기의 활약도 빛났다. 그가 주연을 맡은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시청률 면에서는 참패였다. 최고 11.3%, 평균 7.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란 최강의 적을 만난데다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과 작품 자체의 결함까지 겹치며 시청률 굴욕을 맛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준기의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이견이 없다. 모친에게 버림받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살다 해수(이지은, 아이유)를 만나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황권을 잡기 위해 피의 군주가 되어가는 모습을 소름끼치도록 실감나게 그려내며 팬들을 현혹시켰다. 중성적인 매력이 강했던 이준기가 뿜어내는 강인한 카리스마는 의외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절절한 멜로 연기까지 더해지며 여심을 공략했다. 결국 이준기는 10대까지 팬층을 넓히며 '사극 제왕'의 면모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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