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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결산①] '태후'~'구르미', KBS의 변신 통했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2-21 14:3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16년 KBS의 변신은 통했다.

2015년은 KBS 드라마국의 침체기였다. 주말극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품이 시청률 면에서 참패, KBS 드라마 위기론까지 제기됐다. 이에 KBS도 2016년에는 칼을 갈았다. 'KBS 드라마는 올드하다'는 시청자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40대 이상 주부 시청층 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찾기 시작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고, 김은숙 정현정 등 로맨틱 코미디에 강한 작가들의 작품을 편성했다. 또 소재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1030 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KBS의 시도는 분명히 통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아냈다는 평이다.


2016년 KBS 드라마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작품이 바로 '태양의 후예'와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김은숙-김원석 작가가 공동집필하고 이응복PD가 연출을 맡았던 '태양의 후예'는 송중기 송혜교 김지원 진구 등 주연 배우들의 숨막히는 호흡에 힘입어 최고 시청률 38.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올 한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남았다. 특히 유시진 대위를 연기한 송중기는 솔직 담백한 직진 로맨스로 '유시진 신드롬'을 불러왔다.

'태양의 후예'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특히 작품이 동시 방영됐던 중국에서는 동영상 조회수 25억 건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또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세계 27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에 이어 하반기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강타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윤이수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은 박보검과 김유정의 풋풋한 로맨스, 감각적인 영상미, OST와 명대사가 시너지를 내며 최고 시청률 23.3%을 기록했다. 하지만 체감 인기는 더 대단했다. 9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1위로 꼽힌데 이어 시청률 20% 공약이었던 광화문 팬사인회를 진행하자 50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경찰까지 동원디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두 작품을 통해 KBS는 'KBS식 로코물은 진부하고 식상하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있다. 바로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오 마이 금비'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해즐링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은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동네변호사 조들호(박신양)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기득권에 통쾌한 반격을 가하는 내용을 스피디하고 짜임새 있게 그려내며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타이틀롤 조들호 역을 맡은 박신양은 특유의 설득력 있는 연기로 '명불허전'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오 마이 금비'는 한국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아동 희귀병을 메인 소재로 잡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받았다. 그러나 니만피크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유금비(허정은)와 그를 돌보는 아빠 모휘철(오지호), 고강희(박진희)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내며 의외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을지 몰라도 작품성 만큼은 인정받은 웰메이드 수작도 있었다.

'뷰티풀마인드'는 메디컬이라는 장르에 휴머니즘, 스릴러, 멜로 등의 요소를 버무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참신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특히 소시오패스 이영오(장혁)가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고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항가는 길'은 불륜 소재 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김하늘과 이상윤의 따뜻한 힐링 멜로가 설득력있게 다가오면서 가을 멜로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아냈다.


주말극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동안 KBS 주말극은 출생의 비밀, 고부 갈등, 불치병 등 막장 드라마 뺨치는 소재를 주로 다뤘다. 그러나 올해는 한층 따뜻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전환, 젊은 시청층까지 유입하는데 성공했다.

'아이가 다섯'은 로코물에 강한 정현정 작가의 작품답게 안재욱-소유진, 성훈-신혜선의 로맨스가 제대로 살아나면서 30%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그 뒤를 이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역시 라미란-차인표 커플의 하드캐리로 초반 이슈몰이를 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엔 이세영-현우 커플의 아기자기한 로맨스로 큰 호응을 불러오고 있다. 30%대 시청률을 지킨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막극의 신화도 이어졌다. '무림학교'가 끝난 뒤 편성된 '베이비시터'나 '동네변호사 조들호' 후속으로 방송된 '백희가 돌아왔다' 모두 '땜빵 편성'이었지만 의외의 작품성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인정받은 KBS 드라마국의 한 해 였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글로벌 대작이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무림학교'는 산만하고 유치한 구성으로 조기 종영의 쓴 맛을 봤다. '마스터-국수의 신' 역시 박인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데다 천정명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단 한번도 10%대 시청률을 넘기지 못한채 막을 내렸다. 더욱이 주연을 맡은 천정명은 작품이 끝난 뒤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100% 사전제작 작품이라는 점, '마안하다 사랑한다'의 이경희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점, 수지-김우빈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시대 착오적인 진행과 주인공의 연기력 논란으로 빛을 보지 못한채 사라졌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 역시 수애가 9년 만에 선택한 로코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다소 난해한 설정과 답답한 러브라인이 걸림돌로 작용해 흥행에는 실패했다.

어쨌든 2016년은 KBS 드라마국의 변신과 도전이 빛을 발한 해였다. 2017년 KBS는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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