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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발라드가 활력을 되찾은 올해 가요계다. 그간 아이돌, 힙합 음악에 밀려 다소 힘에 부친 성적을 보여줬던 발라드는 올 한해 계절을 바꿔가며 곳곳에 울려 퍼졌다. 예상치 못한 반전의 기록 '역주행'도 발라드 장르에서 주로 나왔다. 한동근과 스탠딩에그, 볼빨간사춘기 등은 특별한 홍보 활동 없이 입소문만으로 차트를 역주행해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가요계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발라드가 모처럼 활기를 찾은 한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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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은 6년 만의 정규 7집 'I am A Dreamer' 발매와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신구 발라드 주자의 확실한 바통 터치다. 박효신은 9월 예상치 못한 음원차트 이변의 주인공이 된 한동근, 20일 이상 독주하며 정통 발라드의 힘을 보여준 임창정에 이어 가을 서정적인 음악의 힘을 여실히 증명했다. 박효신이 직접 총괄 프로듀싱한 정규 7집은 편안한 멜로디와 희망적인 메시지, 위로를 주제로 한 힐링음악으로 사랑 받았다.
'위로'하는 힐링 발라드가 주를 이루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존 사랑과 이별 가사에 집착하던 대중가요의 작법도 크게 바꿨다. 사랑에 빠져 설레는 감정에 집중하거나, 이별에 슬픈 감정을 호소하던 히트곡들은 이제 외로움에 대한 중심을 '위로'에서 찾고 있다.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닌, '내가 너의 힘이 되어주겠다'는 식으로 희망의 정서가 노래에 퍼지고 있다. 위로가 대중의 보편적인 공감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계절 마케팅은 오래된 흥행공식이다. 계절을 타는 건 트렌드에 민감한 가요계도 마찬가지. 특정 계절이 되면 다시 사랑받는 곡, 시즌송의 인기는 여전히 되풀이 된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의 거리에는 '벚꽃엔딩'이 울려퍼지고 여름이 되면 듀스의 '여름 안에서' 쿨의 '해변의 여인, 그리고 가을이 되면 발라드가 쏟아진다. 온도가 차가 극명한 만큼 '여름=댄스, 가을=발라드'란 공식은 앞으로도 절대 깨지지 않을 패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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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계절의 이미지를 온전히 음악을 옮겨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편안한 방식으로. 단순히 흥행패턴을 노렸다가는 짧은 감성팔이에 그치기 쉽다. 최근 몇년 간 봄에 발표된 수많은 곡들이 '제2의 벚꽃엔딩'의 아류쯤으로 분류되고 처참히 외면당한 것만 봐도 그렇다. 튀어야 사는 일반 대중가요에 비해 시즌송은 '누구나의' 감성을 어떻게 담담하게 그렸느냐가 중요하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감성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어렵다.
'K팝스타' 출신 정승환은 겨울의 풍경을 그래도 노래로 옮겼다. 정승환의 첫 음반 '목소리'는 그의 아이덴티티이자 가장 큰 강점인 '목소리'만으로 한 겨울 외로움을 달랠 수 있도록 6트랙을 하나의 호흡, 하나의 색감으로 담아낸 앨범. 전자음을 배제하고 어쿠스틱 피아노, 기타, 드럼, 베이스 등 기본편성만으로 풍부한 사운드를 빚어냈다.
죽음 같은 사랑을 노래하듯 '소몰이 창법'도, 눈물 쏟아지는 신파극 가사도 필요없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발라드가 갖는 위력은 여전히 상당했다. 가요계의 오랜 히트장르인 발라드의 재발견이 반가운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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