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드디어 배우 이민호의 진가가 드러났다.
SBS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은 박지은 작가의 장점과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다. 박지은 작가의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 '내조의 여왕',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살펴보면 여배우가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유쾌하고 오버스럽게 그려내며 초반 이슈 몰이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그런 박 작가의 특징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박 작가는 인어 전지현이 인간 세계에 적응해나가며 벌어지는 황당한 해프닝으로 전반부를 가득 채웠다. 인어가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노숙자의 도움을 받아 의류 기부함을 뒤지고, 어린 아이들에게 돈을 갈취하려는 불량학생들을 보고 인간 세계에서 돈 버는 법이라 착각하고, 파스타를 손으로 집어 먹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 납득하기 다소 난해한 설정이었지만, 박 작가는 이번에도 이 모든 아이러니함을 '인어'라는 판타지로 덮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전략이 가능했던 건 전지현의 존재감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때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확실히 망가지지만 그래도 환상적인 비주얼을 뽐내는 전지현의 아우라 덕에 인어의 신비로움이 표현될 수 있었고, 오버스러운 설정조차 사랑스럽고 코믹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푸른 바다의 전설'은 전지현의 존재감에 기대 극을 진행해왔다. 전지현의,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을 위한 드라마로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차례 박 작가의 작품을 지켜봤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식상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별에서 온 그대'와 '푸른 바다의 전설'은 외계인이라는 판타지 대상이 인어로 바뀌었을 뿐 극 전개 구도나 캐릭터 성격 상 별 차이점을 찾기 어려워 시청자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또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맥이 끊겼다. 전지현 원맨쇼가 끝나고 허준재와 인어 심청의 멜로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극 전개 자체가 답답할 정도로 늘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푸른 바다의 전설'은 1일 방송된 6회가 18.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7회 17.4%, 8회 17.4%, 9회 16.6%로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다. 물론 경쟁작 KBS2 '오 마이 금비'와 MBC '역도요정 김복주'를 3배 가까운 격차로 따돌리긴 했지만 전지현-이민호라는 라인업에 건 기대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9회 만에 이민호의 존재감이 어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지 또 한번 기대를 갖게 한다.
14일 방송된 SBS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허준재(이민호)와 심청(전지현)의 진짜 첫키스가 그려졌다. 허준재는 쓰러져 정신을 잃은 동안 자신의 전생인 담령을 만났다. 담령은 악연과 인연의 반복 속에서 심청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정신을 차린 허준재는 심청을 만났고, 서글픈 과거사를 털어놨다. 그리고 "너 좋아할 계획 생겼다. 눈물 흘린 건 잊어달라. 이것도 잊어"라며 입을 맞췄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신은 허준재와 심청이 진짜 사랑을 시작했다는 것을 선언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까지 전지현과 이민호의 키스신은 있었다. 전생에서 세화(전지현)가 담령(이민호)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입을 맞췄고, 스페인에서는 심청이 바다에 빠진 허준재를 구하기 위해 수중 키스를 했다. 하지만 이번 키스신은 앞선 키스신과 의미가 달랐다.
허준재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척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자신의 인간적이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심청에게는 자신의 아픈 모습을 보이며 눈물까지 쏟아냈다. 이는 가장 편하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이다. 그래서 허준재와 심청의 키스신은 키스 그 이상의 의미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더욱이 이민호의 연기도 빛을 발했다.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한 순간 폭발시키며 오열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짠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남자 주인공이 살아나기 시작한 '푸른 바다의 전설'이 전지현 원맨쇼를 넘어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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