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어수선한 시국에 한국 영화 시장도 변화를 맞이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늘 따라다니던 배급사와 극장의 수직계열화 문제가 다시 대두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개정안은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규제' '동일 영화에 대한 상영쿼터 제한'을 핵심으로 한다. 그동안 한국 영화시장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혀온 'CJ 롯데 등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건드리겠다는 것. 또 일부 극장이 다양성영화 등을 관객들이 관람하기 힘든 오전이나 심야에 편성해온 것을 막기 위해 극장 편성 시 요일별 상영 시간대별로 적절히 안배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전국 스크린의 71.3%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점 상태인 것. 이 두 업체는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라는 배급사를 함께 가지고 있어 수직계열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다. 두 업체 모두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배급에 유리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계열사가 배급하는 작품에 스크린을 더 많이 내준다는 의심은 계속 이어져 왔다.
이에 '대기업의 영화상영과 배급의 겸업을 금지한다'는 골자의 개정안이 나온 것. 만약 개정안이 발효된다면 계열사인 CJ E&M과 CJ CGV는 둘 중 한 사업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다. 또 배급업과 극장사업을 한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롯데쇼핑 측은 한쪽 사업부문을 매각해야한다.
미국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수직계열화가 부분 허용된 된 바 있지만 극장업과 배급업이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실패한 케이스가 더 많다. 실제로 대형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90년대 멀티플렉스 체인을 인수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도산해 대부분의 업체들이 극장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 영화에 대한 상영쿼터 제한' 역시 현실화된다면 스크린 독과점 현상도 꽤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배급사들의 이른바 '텐트폴' 영화는 보통 1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개봉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다른 영화들의 스크린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텐트폴' 영화란 한 배급사에서 배급하는 작품 중 가장 성공확률이 높고 다른 영화의 손실까지 채워줄, 마케팅비용이 많이 들어간 작품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법이 발효되면 같은 영화가 일정 스크린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영화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이밖에도 도종환 의원은 '예술·독립영화의 전용상영관 지원 확대' '복합상영관에서 예술·독립영화 전용상영관 1개 이상 지정' '전용관은 예술·독립영화 60%이상 의무 상영' 등의 영화계 다양성 확보를 위한 내용까지 포함돼 이 법이 발효될지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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