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판도라' 감독 "4년전 기획, 내가 봐도 미친짓이었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6-12-02 14:12


'판도라' 박정우 감독 .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지난 달 29일 언론에게 공개된 영화 '판도라'는 파격적이었다. 기자들 사이에서 '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국과 원전 문제에 관련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엔딩 크레딧 부분의 설명은 다큐 영화를 보듯이 직설적이다.

메가폰을 잡은 박정우 감독은 이미 이번 정권이 시작되던 4년 전에 이 영화를 기획했다. "나라 전체가 군기를 잡는 시기였잖아요. 그림 하나 잘못그려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인데요. 사실 어떻게 보면 미친 짓이었죠. 하지만 놔뒀다가 더 좋은 세상이 오면 쓰기에는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겠잖아요. 그래서 일단 쓰고 보자고 했어요. 당연히 시작부터 영화가 완성될 것이라는 건 생각도 안했고요. 투자도 안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투자사에 '약속한 것 못하겠다'고 했더니 '일단 시작한 것 끝은 내자'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자료 조사는 많이 했으니 책으로라도 끝내자고 생각해서 쓴거죠. 그렇게 125페이지 초고를 썼는데 다들 보고 의외로 '좋다'고 하더라고요. 배우와 스태프들도 시나리오를 보고 '하고 싶다'고 하고요. '그동안 내가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봤나'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촬영까지 시작됐다. "영화는 다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투자배급의 몫이니까 '납품은 할테니 이 정권에서 못하게 되면 정권 바뀌면 하던지 하셔라'고 손을 놨어요.(웃음) 그런데 경주에 지진까지 일어나고 하니까 겁을 먹었죠. 일이 벌어져버리면 진짜 영화를 버려야하잖아요. 뒷이야기가 돼버리니까요.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너무 편하게 개봉하는 상황이 돼버린거죠."


영화 속에서는 현 시국과 너무 빼다박은 에피소드까지 등장했었다. 하지만 원래 전하자고 하는 메시지가 퇴색될까 해서 편집을 결정했다. "대통령 비서관이 '이나라를 누가 이끌고 가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드려고 했을 때 이유는 정부를 비판하거나 권력의 비리를 캐는 게 아니라 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나 하는 것들이요. 그래서 대통령의 모습도 초반에는 현실적인 모습, 후반에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렸던 것이죠."

국내 최초 원전을 소재로 한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대한민국을 덮치고 엎친 데 덮친 격 노후 된 채 가동되던 원자력 발전소 한별 1호기의 폭발사고까지 발생하며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그린 작품이다.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김명민이 가세했고 '연가시' '맞짱' '쏜다'의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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