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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48시간', 죽음이 전하는 힐링…가상예능 새 장 열다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12-01 09:30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예능 속 죽음, 다큐와는 다른 공감이었다.

지난 30일 방송을 시작한 tvN '내게 남은 48시간'(이하 '48시간')은 웰다잉을 소재로 한 예능이다. 출연자가 주어진 48시간의 시한부 삶을 어떻게 보내는지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한 예능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상 결혼을 소재로 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 JTBC '님과 함께' 등이 대표적. 최근에는 가상의 미래를 콘셉트로 한 MBC '미래일기'도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가상 죽음'은 또 색다르다. 죽음이라는 단어자체가 슬픔이나 무거움이 깃들어 있어 이를 예능으로 풀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48시간'은 그런 편견을 깨고 이를 예능으로 끌고 왔다. 대신 죽음 자체보다는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집중, 출연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첫 방송에서는 MC인 이미숙, 탁재훈, 성시경을 비롯해 게스트인 박소담이 출연했다. 성시경을 제외한 세 사람의 48시간이 펼쳐졌다. 성시경은 체험자들에게 죽음을 알리는 저승사자로 활야갰다. 처음 죽음이 배달됐을 때 반응부터 이후 남은 48시간을 채워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전달되는 방식도 신선했다. 출연자들에게는 가상현실 이미지를 볼 수 있는 VR기기가 전달됐다. 어렸을 적 그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와 함께 삶의 키워드가 화면에 띄어졌다. 과연 시한부 인생을 실감할까란 우려도 있었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메시지에 출연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깊이 체감하는 모습이었다.

이미숙은 평소대로 일상을 보내고, 탁재훈은 아이들에 메시지를 남겼다. 박소담은 김예원과 새삼 느껴지는 오늘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죽음에 대처하는 모습은 저마다 달랐지만, 다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 이를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은 닮아 있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공감과 함께 교훈을 선사했다.

나름의 방식을 찾아갔지만 출연자들은 처음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 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박소담은 버킷리스트 작성을 위해 노트를 폈지만 적어 내려가지 못했다. 당연스럽게 반복되는 매일이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출연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간 다큐멘터리를 통해 죽음이나 시한부 인생이 적잖이 다뤄져 왔고, 눈물 속에 삶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가 함께 했다. 시청자들에게는 다큐 속 죽음이 더 익숙하지만 '48시간'에서는 이와는 또 다른 공감 포인트와 예능적인 재미가 더해졌다.

이미 시한부라는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전혀 예상 못한 통보 속에 어쩔 줄 몰라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자신의 남은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적 없는 시청자 자신의 모습과 비슷할 것. 또 이미 친숙하다 생각했던 스타의 또 다른 일면과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예능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과감히 죽음이라는 소재에 뛰어는 '48시간'이 예능의 지평을 한뼘 더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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