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인]'목.빠.싶' 정승환, 20년전 '토이'가 돌아왔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11-29 10:03 | 최종수정 2016-11-29 16:47



"제일 힘든 게 발라드다. 다르게 부르기 힘들다. 근데 다르게 부르는 사람이 있다. 정승환군이 그랬다. 기교를 쓰지 않았지만 못 들어본 1~2%가 있었다."

박진영은 지난 27일 SBS 'K팝스타 5' 방송분에서 뮤지컬 배우 매니저 지우진의 심사평 도중 느닷없이 정승환을 소환했다. 박진영은 옳다. 'K팝스타4 준우승자' 정승환은 그랬다. 특별한 기교도 바이브레이션도 없는 담백한 목소리였지만 목소리만으로 '진심'이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힘을 지녔다. 곡에 빠져드는 순간 몰입도, 진심을 다한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1996년생으로 출연 당시 18세에 불과했던 이 청년의 감성은 경이로웠다. 김조한의 명곡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정승환처럼 절절하게 해석한 가수는 드물다. "솔직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청년이 가진 묘한 2%와 노
래하는 진심, 그는 발군이었다. 그후 2년이 흘렀다.

29일 아침, '스무살' 정승환의 차트 올킬 뉴스가 전해졌다. 데뷔앨범 '목소리'의 타이틀곡 '이 바보야'로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29일 0시 공개된 이곡은 오전 7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을 비롯 지니, 소리바다, 몽키3, 올레뮤직, 엠넷, 네이버뮤직, 벅스뮤직 주요 8개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 1위를 휩쓸었다.

'K팝스타4' 준우승 이후 그를 향한 기대치는 높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성 뮤지션 '토이', 안테나뮤직 유희열 사장과의 음악작업은 기대감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가요계를 향한 '안테나'를 세우되 '안테나'를 아무렇게나 높이지는 않았다. 크고 작은 무대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데뷔 앨범을 내기에 앞서 팬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팬들 앞에서 노래하며 내공을 켜켜이 쌓았다. 드라마 OST 작업을 통해 실전 시뮬레이션도 마쳤다. 드라마 '또!오해영'의 '너였다면'은 빅히트를 기록했고, '달의 연인'의 '바람' 등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 바보야'는 박새별이 작곡, 유희열이 작사한 곡. 이별후 옛 연인을 우연히 재회한 후 이별을 더 절절히 앓는 청춘의 모습을 애틋하게 그렸다. '토이' 유희열의 감성과 '발라더 '의 범상치 않은 뮤지션 정승환의 감성이 드디어 만났다. 1990~2000년대 청춘의 감성을 흔들어놓은 '토이'의 음악 역시 순수하고 담백했지만, 어디서도 못 들어본, 비범한 2%가 있었다. 1994년 토이 1집 '내마음속에', 1996년 2집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에서 만났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같은 멜로디와 내맘같은 가사, 스무살 무렵 '토이' 앨범을 들으며 느꼈던 청춘의 애잔함이 정승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어렸어서, 서운해서, 소중해서, 불안해서…' 뮤직비디오 도입부, 귓가에 스치는 정승환의 낮은 읊조림은 20년 전 '토이'의 것이기도 하다. 2016년 겨울, 정승환 특유의 감성 보컬이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이곡을 향한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K팝스타' 정승환을 사랑하는 10대부터 토이의 음악을 '청춘의 OST' 삼았던 40대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세대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힘이 여기, 이들에게 있다.

2% 다른 목소리, 마음으로 노래하는 '신예 발라더'가 드문 세상, 스무살 정승환의 '느리고 단단한' 데뷔 앨범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음악으로 위로받고 싶은 겨울날, '목.빠.싶' 정승환의 목소리에 빠지고 싶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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