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쿠니무라 준 "나홍진에게 받은 스트레스, 상으로 풀렸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6-11-29 08:39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곡성'의 쿠니무라 준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11.2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1981년 영화 '가키테이고쿠'(이즈츠 카즈유키 감독)로 데뷔한 이후 35년 만에, 그것도 모국이 아닌 멀고도 가까운 나라 한국에서 첫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일본의 명배우 쿠니무라 준(61). 그에게 '청룡영화상'은 어떤 의미, 어떤 존재가 됐을까.

쿠니무라 준은 오사카 방송 극단 부설 연구소 9기생 출신으로 1981년 영화 '가키테이고쿠'로 데뷔해 지금까지 무려 82편의 영화와 26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 코미디는 물론 공포, 스릴러, 휴먼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명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쿠니무라 준은 지난 5월 개봉한 '곡성'(나홍진 감독)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대면했다.

곡성의 한 마을, 낯선 외지인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과 이를 둘러싼 소문과 의심을 미스터리한 전개로 풀어낸 스릴러 영화 '곡성'은 나홍진 감독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함께한 명배우들의 메소드 연기 등 삼박자 고루 갖춘 수작으로 입소문을 얻었고 그 결과 비수기 극장이었던 5월, 687만8091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곡성'의 흥행 원동력 중 하나인 외지인 역의 쿠니무라 준은 마을 사람을 현혹하는 악마로 변신해 강렬하고 섬뜩한 열연을 자아냈다. 기묘한 분위기로 영화의 문을 연 그는 소름 끼치는 광기의 열연으로 영화 전반을 장악했고 마지막엔 악마로 진화해 관객을 충격에 빠트렸다. "와타시와 아쿠마다(나는 악마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국내 관객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쿠니무라 준이 객석에 앉아 있는 송강호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25/
이처럼 올해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인 쿠니무라 준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부산행'(연상호 감독) 김의성, '부산행' 마동석, '밀정'(김지운 감독) 엄태구, '터널'(김성훈 감독) 오달수를 꺾고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정우성, 손예진, 배두나와 함께 인기스타상을 받았다. '청룡영화상' 사상 두 번째 외국인 후보이자 첫 외국인 수상자가 된 것. 그리고 쿠니무라 준에게도 데뷔 이래 첫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의미를 더했다.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펼쳐졌다. 식전 레드카펫 행사에 함께 참석한 곽도원, 쿠니무라 준, 나홍진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1.25
'제37회 청룡영화상'이 끝난 뒤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쿠니무라 준은 "오랫동안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었지만 연기 하나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그것도 한꺼번에 칭찬을 받게 된 적은 처음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청룡영화상'에 초청받았는데 좋은 선물까지 받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두 손에 수상 트로피를 받았지만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쿠니무라 준. 그는 "수상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 했다. 일단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만으로 기뻤는데, 솔직히 '청룡영화상'이 다가올수록 '이왕 후보에 오른 거 상까지 받고 싶다'라는 욕심이 들더라. 그렇지만 정말 수상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경쟁자들이 너무 쟁쟁하지 않았나?"고 고개를 저었다.

'곡성' 속 섬뜩한 외지인이 아닌 알고 보면 수더분하고 귀엽기까지 한 '일본 아재' 쿠니무라 준. 그는 나홍진 감독에게 수상의 영광을, 그리고 기쁨을 가장 먼저 돌렸다. 그는 "나홍진 감독이라는 특출난 재능의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업이었다. 나홍진 감독과 함께 일해서 나 역시 덩달아 좋은 상도 받게 된 것 같다. 나홍진 감독이 없었다면 '곡성'도, '곡성' 속 외지인도,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쿠니무라 준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경희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16.11.25/
알려진 대로 나홍진 감독은 현장에서 날 선 예민함과 지독한 집념으로 함께 작업한 스태프의 진을 빼기로 정평이 난 충무로의 대표적인 '악마 감독'이다. 쿠니무라 준 역시 '곡성' 인터뷰 당시 나홍진 감독과 작업이 녹록지 않았다고 고백한바, 지금도 그 생각이 유효한지 궁금했다. 본지의 질문에 박장대소한 쿠니무라 준은 "확실히 '청룡영화상'이 준 남우조연상은 당시 현장에서 겪었던 고단함을 잊게해준 묘약이다. 나홍진 감독에게 받은 스트레스, 그 이상의 보상이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쿠니무라 준은 앞으로 한국영화에 진출할 일본 배우, 그리고 해외배우들에게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빨리 첫 길을 닦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감히 특별한 조언을 할 수 없겠지만 한국영화가 갖는 의미를 해외 배우들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자국의 영화처럼 최선을 다해 연기한다면 한국 관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다. '곡성' 쿠니무라 준이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후 두 팔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25/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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