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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앨범은 쪼개고·발매는 빠르게..가요계 '패스트뮤직' 시대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6-11-23 10:11


윤종신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가요계 신곡 발표 주기가 빨라지고 음악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가요계 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점차 달라지고 있는 음반 업계의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미 정규 음반은 EP, 디지털 싱글 등의 형태로 모습을 바꿨고 싱글 패턴이 주요 발매 방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제는 주별, 월별, 분기별로 신곡을 발표하는 시리즈 기획물은 가요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올해 SM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 'SM스테이션'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물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테이션은 올초부터 1년간 매주 금요일 새로운 음원을 공개하는 SM의 디지털 음원 공개채널. 기존 가요계의 전통 발매방식인 정규, 미니, 싱글에서 벗어나 디지털 음원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독특한 시각의 프로젝트다.

여러 가수들의 계절 프로젝트와 '월간 윤종신'이 안정 궤도에 들어선 지금, 일주일 간격으로 보다 주기를 좁힌 SM의 파격 행보다. 발라드, EDM, 트로트와 클래식, 헤비메탈까지 거쳐간 장르도 다양했다. SM A&R(Artist&Repertoire) 조직의 성공적인 실험으로, 연작 싱글을 통해 장르와 기획사간 스펙트럼을 고루 넓힌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SM스테이션에 참여한 엑소 찬열과 파이스트무브먼트
매월 정기적으로 음원을 공개해온 윤종신은 이번에 '리슨' 프로젝트를 새롭게 론칭한다. 일찌감치 기존 가요계 발매방식을 거부하고 7년째 '월간 윤종신'을 꾸준히 이끈 그간의 노하우와 약점을 보완해 더 큰 그림을 그렸다. '월간 윤종신'이 개인 프로젝트 성격이 짙었다면, '리슨'은 뮤지션과 제작자간 개방 참여형 프로젝트다.

'저스트 리슨, 저스트 오디로'를 모토로 시작된 이번 기획은 실력있는 재야의 뮤지션들을 소개하자는 의미도 크다. 특정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의 패턴과는 다르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점차 맞춤형 큐레이션 음악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하림을 시작으로 미스틱 소속 뮤지션들이 나서고, 루키들이 가창으로 힘을 보탤 계획이다.

독특한 콜라보레이션 기획물로 인정받은 스타쉽은 리메이크를 콘셉트로 삼았다. '빈티지박스'는 국내 인디뮤직 씬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던 명곡들을 스타쉽 아티스트들과 함께 재해석해 리메이크 음원을 발표, 인디씬의 숨은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알리고 음악시장을 다각화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첫 주자로 나선 케이윌 X 매드클라운은 어쿠스틱 밴드 '어쿠루브'의 히트곡 '그게 뭐라고'를 특유의 서정적인 편곡으로 재해석해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 매드클라운의 랩과 케이윌의 목소리가 가슴 먹먹한 그리움이란 감정을 완벽하게 살렸다는 평이다.


SM스테이션에 참여한 바다와 려욱
디지털 싱글과 미니 앨범이 주를 이루는 가요계, 베테랑 뮤지션들도 서서히 변화의 길을 걷는다.


이승환은 시대에 역행하듯 11집을 두 장의 CD로 발매하기로 했다. 첫 번째 CD에서만 총 5편에 달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제작기간만 3년간 1,820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음악의 힘 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시대인데다, 팬덤에 의존하거나 빠른 활동 패턴이 중시되는 지금에서는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11집의 두번째 결과물인 '폴 투 플라이-후' 앨범부터는 수록곡들을 싱글로 쪼개기로 했다. 이후 이 곡들을 모아 정식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빠른 주기로 순환하는 패스트푸드와 패스트패션처럼 음원차트 순위도 요동치고 1위곡도 수시로 바뀐다. 스낵처럼 짧은 시간 내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사람들은 점점 짧고 강력한 것을 원한다. 대중문화계 전반에 걸친 '스낵컬쳐' 트렌드가 가요계에도 침투하고 있다. 빠르게 간편하게, 그리고 취향을 겨냥한 가요계의 변화가 시작됐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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