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자존심 구긴 '슈스케', '최장수 오디션 프로' 명예 회복할까 (종합)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6-11-22 12:08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기적을 노래하라"

2009년 시작한 엠넷 '슈퍼스타K'의 이 대표 문구는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겐 희망이었다. 보통사람이 스타가 되는 시대, 누군가는 진실된 목소리 하나로 스타덤에 올랐고 꿈을 위한 도전은 감동의 인생 역전 드라마를 일궈냈다. 이후 '슈퍼스타K'는 전세계 오디션 붐을 타고 대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성장했고, 가요계에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올해로 8번째 시즌을 맞이한 '슈퍼스타K'는 전국민 오디션이란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로 추락했다. 무려 7명의 심사위원 제도를 도입하고 점수 산정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 반등의 기회를 노렸지만 시청률 1%를 겉돌고 있는 수준이다. 지난 2010년 허각과 존박이 우승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던 때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슈퍼스타K' 측은 22일 오전 11시 서울 신사동 엠큐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방송 경연을 앞둔 소감과 그간의 논란에 입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김태은CP와 톱7 참가자들, 그리고 한성호 FNC대표, 용감한형제, 김연우, 길, 에일리, 거미, 김범수 등 7명의 심사위원이 참석했다.


우선 김태은 CP는 포맷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나 화제 몰이 면에서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라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엔 시청률보다는 다시 그 '슈퍼스타K' 본질을 찾아가자는 목표의식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극적인, 예능적인 부분이 감소하더라도 노래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꾸몄다. 그래서 아쉬운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시청률 뿐 아니라 '슈스케'가 아니면 빛을 보지 못했을 가수들이나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리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내년, 내후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올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히트 작곡가 용감한형제를 비롯해 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에일리 거미, 길, 김범수, 김연우 등 8인의 심사위원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는 점이다. 현재 김영근, 동우석, 박혜원, 이세라, 이지은, 조민욱, 코로나 등 참가자들이 톱7에 진출했으며 이들은 심사위원들과 짝을 이뤄 경연에 돌입한다.

심사위원들은 각자 파트너를 이룬 참가자들에 대해 기대감도 드러냈다.


길은 생방송 무대에서 '지리산 소년' 김영근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길은 "김영근을 보면 2002년 정인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가졌다. 노래를 부를 때 노래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해야만 마음 속에 있는 소울이 발동하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래서 순수하게 김영근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접근했다. 선곡 과정에서도 김영근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친구처럼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와 호흡을 맞추게 된 용감한 형제는 "제2의 버스커버스커 같은 밴드가 될 것 같다. 화제성이 좋았다면 코로나라는 밴드가 대중에게 가까워 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프로그램 시작부터 막강한 우승후보로 손꼽힌 김영근은 뜨거운 관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처음에 많이 관심을 가져줘서 부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걸 다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관심이 좋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생방송 경연을 진행하면서도 좀처럼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된 첫 경연은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김태은 CP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의 경연이다보니 긴장감이나 무대 장비가 익숙하지 않아 예선때보다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연습을 충분히 시키고 쇼 환경에 대해 경험하고 밀도 있게 준비하기 위해 첫 방송은 녹화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비단 새로운 스타 탄생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를 보며 용기와 희망을 얻었고, '제2의 허각'을 꿈꾸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은 평범한 사람이 스타가 되는 기적 같은 얘기에 싫증난 것일까. 대중이 좋아하는 소재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꾸준히 음악 예능 프로그램은 쏟아지고 대중은 새로운 스타를 원한다.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에 감정을 이입해 공감을 얻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다.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큰 재미를 봤던 '악마의 편집'도 마찬가지. 이미 8번에 걸쳐 드러난 같은 패턴에 싫증을 느낀 시청자들은 외면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오디션 참가자들이 아니라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시청자들의 냉정한 점수를 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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