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양수경은 TV를 보다 한참을 울었다. '7080 콘서트' 방송 속 MC 배철수가 건넨 "양수경씨, 잘 지내나요? 어서 돌아오세요"란 한 마디 때문이었다. 가수로 복귀해야겠단 용기를 가진 것도 아마 그쯤부터였다.
무대를 떠난 뒤 양수경은 대중에 베일에 쌓인 삶을 살아왔다. 각종 루머가 생길 때도 그는 침묵을 지켰다. 양수경은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질 얘기라 믿었고 많이 기다렸다"며 "성경 말씀에 참을 수 있는 위기만 주신다는 구절이 있는데 그게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 그가 지켜야 할 세 아이는 다시 무대에 서야 할 이유이기도 했다. 그간 20년을 '엄마' 양수경으로 살았다면, 앞으론 '가수' 양수경으로도 떳떳해 지기 위한 선택이었다.
"밤새도록 아이와 그림을 그리다 손톱에 크레파스가 낀 채로 잠든 적도 많았어요. 전 세 아이의 엄마고, 애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해야 했죠. 물론 예전같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어요. 물건도 제자리에 있다가도 변하고, 바위에 이끼가 끼듯이 20년 세월은 정말 길었어요. 예전엔 참 겁도 없었는데 말이죠."
양수경은 '엄마'로 살아온 시간을 같은 또래의 여성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음악이 목적인 강의가 아니라 여자로, 엄마로 갈등이 심한 사람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고 싶어요. 나도 여자인지 잊고 살았던 것처럼, 내가 운동화를 벗고 힐을 꺼내 신었듯이 말이죠. 여자가 예뻐야 엄마도 예쁘다고 생각해요. 소통이 간절한 세상에 힘이 되어주고 싶죠. 50대 여성의 희망이 되고 싶어요."
간절했던 무대에 다시 오른 양수경은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오랜 기간 자신만을 바라봐준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도 자주 만들고, 내년부터는 전국을 돌며 소리로 꽉 채운 콘서트도 희망한다. 또 원조 한류스타답게 일본에서 새 앨범을 내고 다시 해외 무대에도 오를 계획이다. 그는 1980년대 전일본유선방송협회 음악상, 도시바EMI골든디스크상, 동경가요제특별상 등을 휩쓸던 원조 한류 스타였다.
"먼 길을 돌아온 만큼 무대는 너무나도 소중해요. 예전에 저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제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예쁘게 가고 있구나'라고 떠올렸으면 해요. 노래마다 추억이 있듯이, 그 추억이 다치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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