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1825박 1826일' 유호진PD "1박 게스트 출연? 해야죠"

박현택 기자

기사입력 2016-11-22 07:18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모두가 '끝'이라고 했다.

유호진 PD가 '1박2일'의 메인 PD가 되었을 2013년 무렵, 선배 PD와 방송인들이 이룩한 '1박2일'의 전성기는 지났고, 남은건 프로그램 이름과 포맷뿐이었다. 더 이상은 힘들다고 했다. 격전지인 주말 예능 시장은 경쟁이 극에 달했고, 일각에서는 '나영석의 부재'를 우려했던 것도 사실.

게다가 유호진PD와 '3기'로 뭉친 김종민·차태현·김주혁·데프콘·김준호·정준영이라는 조합은 산만해보였고, 강호동처럼 프로그램을 이끄는 강력한 존재가 없었다. 한편의 인기 예능을 만드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지만, 죽어가는 예능을 다시 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예능PD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보이는 '모범생 관상',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유호진PD의 저력은 거기서부터 발휘됐다. 강호동과 나영석이 없는 '1박2일'은 '카리스마' 대신 멤버들의 사람 냄새 가득한 케미로 채워졌고, '식상하다'고들 했던 여행 컨셉트에는 '유호진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하며 1기와는 또 다른 정체성이 심어졌다.

호평받는 특집들이 줄을 이으며 조금씩 경쟁작들의 도전을 물리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KBS 연예대상 최우수 작품상, 쇼오락부문 최우수상(김종민), 최고의 엔터테이너 상(김주혁)을 휩쓸며 1기가 부럽지 않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2016년 현재는 3사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예능 방송'이 됐다.


기쁨을 만끽할 만도 한데 유호진PD는 안주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언론과의 접촉이 있을 때마다 "'1박2일'의 중심은 유일용 PD"라고 숱하게 강조하기 시작하더니 20일에는 이적을 선언했다. 그는 KBS를 떠나 12월 1일부로 몬스터 유니온으로 출근한다.

몬스터 유니온은 KBS와 KBS 미디어가 공동 출자한 콘텐츠 제작사로, 드라마와 예능을 제작한다. '화랑:더 비기닝'을 제작 중인 박성혜 대표가 CEO를 맡고, 문보현 전 KBS 드라마국장이 드라마부문장을, 서수민PD가 예능부문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유호진 PD의 이적은 '내부 이동'의 성격이 더 짙은 셈. 유호진 PD는 21일 스포츠조선에 먼저 "일종의 인사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창한 '이적'이라기보다는 자회사로의 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위에서 제안을 주셨고, KBS에서 얻은 점이 많은 만큼 회사를 이동해 늘 하던 일을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정들었던 '1박2일'을 떠나는 심정은 어떨까. '1박2일'을 위기에서 구출하고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으로 재건축한 공로에 대해 언급하자, 유호진PD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는 "내가 '1박2일'을 통해 배운 점이 더 많았다. 이제 '1박2일'을 떠나지만, 유일용 PD가 워낙 잘 이끌어주고 있는데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만약 '1박2일'에서 게스트로서 불러주신다면 아마도 나가야 하지 않겠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유호진 PD는 2008년 KBS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1박2일' 애청자들은 신입 PD 시절, 멤버들에게 몰래카메라를 당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유호진PD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한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신보다 2배 큰 강호동을 말리려 몸을 던져야 했던 조연출.

그렇게 1기 조연출 2년, 3기 연출 3년, 약 1825박 1826일 동안산전수전을 겪은 그 PD는 어느덧 KBS 예능국을 대표하는 PD가 되어 '1박2일' 재도약기를 이끌었다. 거처를 옮겼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웃음 생산'에 매진할 그의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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