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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음악은 시대를 닮는다. 세상과 소통하고 우리네 일상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가수가 여기 있다.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국민가수 김건모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 자식들 몽땅 다 주고 / 애지중지 곱게 키워났더니 딴 사람 만나 떠나 버렸네 / 간만에 외식 한 번 해볼까 뭐 먹고 싶은 것 없소 / 지금껏 아무 탈 없이 사는 건 다 당신 덕분이라오'
아이돌 틈에 끼여 차트 상위권에는 없지만 가슴을 적시는 애잔한 멜로디에서 차분하고 절제된 감성까지, 인생의 연륜에서 나오는 구수함은 가장 김건모 다운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독특한 음악적 실험 보다는 편안함을 주는 그의 노래가 인간 김건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 솔직담백한 분위기를 편하게 자극한다.
김건모는 50년 인생과 지금껏 걸어온 음악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앨범 '50'에 담았다. 또 '미련' '사랑이 떠나가네' '미안해요' '서울의 달' 등의 히트곡은 후배 아티스트인 어반자카파 조현아, 베스티 유지, 김혜인, 이민정의 참여로 새롭게 리메이크됐다. 인생의 굴곡을 연상시키듯 드라마같은 구성을 취한 것도 특징이다. 마지막 트랙인 연주곡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은 앨범 '50'을 집약하는 인생의 회고록 같은 곡으로, 원로가수 김상희 원곡에 김건모가 평소에 즐겨 연습하던 쇼팽의 왈츠를 접목했다.
김건모는 "이 노래들이 발표됐을 때 5살 남짓한 어린 꼬마였던 친구들이 성장해서 음악적으로 교감하고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것에 감동을 느꼈다"며 "전혀 다른 곡이라고 느낄 만큼 새로운 사운드와 편곡"이라고 소개했다.
1990년대 히트곡들과 그만의 감성과 존재감으로 대변되는 국민가수는 한껏 힘을 풀었다. 세상을 놀라게 할 트렌드는 없지만 솔직한 노래로 설득력을 더했다. 새로운 음악이나 자극적인 시도 대신, 25년 음악사를 고루 담은 인생, 사랑, 이별에 의존하는 추억의 노래다. 자극없는 그의 새 노래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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